웃음을 나누는 여자들 #2 엄지윤, 박세미 화보와 인터뷰

김 선희 2024. 3.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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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피식거리게 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고,
비극에서 잠시 멀어지게 하는 희극.


웃음이라는 귀한 가치를 나누는

호쾌한 여자들을 만났다.


우리의 일상을 빛내는 건

결국 웃음이니까.


엄 지 윤


퍼프소매 재킷과 러플 스커트 모두 Münn, 스카프 톱 HATU, 초커 Beebling, 네크리스와 이어링 모두 Attica.


여성 코미디언이 함께 코미디언 중 여성의 비율이 낮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코미디언을 꼽아달라고 했을 때 여성이 포함되는 경우도 많지 않더라. 그중 한 명으로 이번 기획에 참여해 영광이다. 무엇보다 멋진 사람들과 함께해 즐거웠다.


처음 관객을 마주한 순간 코미디언 지망생이었을 때 <개그콘서트> 방청을 자주 다녔는데, 2018년 데뷔해 처음 무대에 서자마자 당시 앉았던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공간에서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있으니 생경했고 책임감도 느꼈다. 사람들이 웃는지, 집중을 못 하는지 다 보이더라. 코미디언은 관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웃음을 나누는 일의 기쁨 신인 시절엔 내공이 탄탄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고, <개그콘서트> 폐지로 상황도 어려워졌다. 슬픔에 빠져 보낸 날이 많았는데, 이제는 쉽게 울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웃길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고, 주변에 웃음을 주는 이들이 많아진 덕분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며 마음이 건강해졌다.

퍼프소매 재킷과 러플 스커트 모두 Münn, 스카프 톱 HATU, 초커 Beebling, 네크리스와 이어링 모두 Attica.

유튜브라는 무대 <개그콘서트>가 잠시 막을 내리면서 <숏박스>를 비롯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유튜브는 코미디언이 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그만큼 포기하기도 쉬운 플랫폼이다.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밀고 가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려 한다. 요즘 유행하는 숏폼 중심의 시리즈를 기획하거나,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시도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일상적 코미디 일상 속 이야기를 다루면 다른 분야의 지식이 없더라도 웃을 수 있는 지점이 많아진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에 스케치 코미디가 사랑받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대화를 오롯이 담아낸 콘텐츠를 선호하듯이, 코미디 콘텐츠를 볼 때도 작위적이지 않은 웃음을 원하는 듯하다. 과장을 더한 한 방으로 웃기기보다는 자연스레 웃게 하는 개그를 선보이고 싶다.


유머의 선순환 코미디언이 어떤 말을 했을 때 모든 사람이 웃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필요로 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좋은 유머를 선보였다고 볼 수 있을 거다. 코미디의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져 웃음이 스파크처럼 터지는 순간에 좋은 유머가 탄생한다고 본다. 나를 보고 한 명이 즐거워하면, 그 감정이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었다가 결국 내게로 돌아오더라. 웃음은 선순환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엄지윤) 시퀸 셋업 SON JUNG WAN.박세미) 시퀸 드레스 SON JUNG WAN.

소탈하고 가볍게 최근 들어 유쾌함의 기준이 흐릿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웃음에 박한 것 같기도, 웃음에 대한 각자의 잣대가 높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웃음이 소탈하게 탁 터지고 금방 날아가는 가벼운 존재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 삶에 필요한 웃음을 더 많이, 다양하게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열린 마음으로 코미디 자체를 순수하게 즐긴다면 함께 웃는 시간이 많아질 거라 기대한다.


코미디언의 우정 코미디언 집단은 서로 돕는 데 큰 힘을 쏟는다. 호흡이 잘 맞아야 시너지 효과가 나니 본능적으로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후배들이 내 콘텐츠를 따라하며 이용할 수 있도록, 좋은 선례를 남겨주고 싶다. 어떤 식으로 모사해도 괜찮다. 나도 웃겨서 배를 잡고 구를지도 모르겠다.(웃음)



박 세 미


톱 Grace Elwood, 와이드 팬츠 Dint, 링 DIEUAMOUR.


코미디 안에 머물 수 있던 원동력 이전에 코미디 공채 시험에서 열 번이나 떨어졌다. 그런데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나를 믿어주는 가족과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끼가 많아서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했고, 어딜 가든 재미있는 친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즐겁고 주변의 반응도 좋으니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웃음이 시작되는 곳 내 모든 경험.(웃음) 지금까지 했던 아르바이트 종류만 20가지가 넘을 정도로 일을 다양하게 많이 했다. 20대 때는 돈도 없고 매일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하니 슬프고 힘들 때가 많았다. 그런데 30대가 된 뒤에 깨달은 것이 있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고, 결국 그 모든 것이 모여서 내가 된다는 것. 개그의 소재가 되든, 실생활에서 사용하든 어딘가에 써먹는다. 보고 겪은 것이 많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어지더라.


나누고 싶은 웃음 공감할 수 있거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웃음. 내 개그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로부터 나와 비슷한 지점을 발견할 때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 또 유용한 물건을 소개하거나 꿀팁을 전달하는 것도 좋아한다. 무언가를 알려주면서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개그가 아닐까 싶다.


톱 Grace Elwood.

결국엔 플러스 웃음이든 정보든 무언가를 나눴을 때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 친구에게 옷을 줬었는데, 오늘 그걸 입고 왔다는 거다. ‘세상에, 내가 선물한 걸 입었다고…?’ 그럼 나 진짜 눈 돌아간다. 흐하하. 무언가를 나누는 건 표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결국 플러스가 되더라. 나눠 주고 싶으니까 더 써보게 되고, 그럼 새로운 것이 내 안에 쌓이니까.


주의사항 캐릭터를 만들 때 그 인물이 호감과 비호감 사이를 넘나들 수 있도록 수위를 조절한다. 서준맘은 언뜻 보면 억척스럽고 진상 같아 보일 수 있는데, 마지막엔 늘 호감으로 느껴지도록 풀어낸다. 자칫 누군가에겐 혐오로 느껴질 수 있고, 아기 엄마를 비하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예를 들어 “이것 좀 더 주세요~ 깎아주세요~”라고 하다가도 깎아주면 자기가 공구하는 물건을 딱 꺼내서 선물로 주는 거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얼마나 좋아?’ 이런 느낌으로.(웃음)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것 의도한 것과 다른 반응을 보는 것. 서준맘 영상을 보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울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거라는 생각을 단 0.001%도 안 했는데! 이렇게 의외의 반응을 만날 때 짜릿하다. 생각해보니 앞서 한 말과도 이어지는 듯하다. 생각하지 못한 반응은 새로운 경험이 되고,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하니까. 웃음도 나누면 또다시 돌아오고…. 세상에, 인생은 순환이다.(웃음)


여성 코미디언들은 농익을 나이, 30대쯤 되면 경험으로 쌓인 지혜가 야무진 성정과 만나 포텐을 터뜨리더라.(웃음) 여자 코미디언은 다들 잘하고 있어서 바랄 게 없고, 지금처럼 쭉쭉 가면 좋겠다. 간혹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런 건 없다. 존경하는 선배님이야 수두룩하지만, 제2의 누군가가 아니라 내 색깔대로 나아가고 싶다. 요즘은 서준 맘뿐만 아니라 박세미라는 사람 자체의 매력도 많이 보여주려 하니, 모쪼록 기대해주시라. 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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