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야, 재판 지각 이어 '노쇼'에 "강제소환 검토"[이재명 재판 취재파일(9)]
●총선 20일 전, '대장동 재판 불출석'에 시끌
- 검 "무단 불출석, 강제 조치 이뤄져야" vs 이 측 "헌법과 괴리"
-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달 전 요청에 재판부 "원칙대로"
- '공천 잡음' 최고조 날에도 대장동 재판 출석
- 법정 앞 작심 발언…"무작위 기소, 재판 끌려 다녀"
- 6시간 내리 재판도…여권 "시간은 다 서초동서 보내" 공세
어제(19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은 영상의 기온에도 살얼음이 낀 듯 냉랭했습니다. 유동규 증인에 대한 신문이 예정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가 앉아 있어야 할 피고인석이 비어있던 까닭입니다. 같은 시각 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두고 강원 지역 출마 후보들의 지원유세를 위해 춘천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하루 전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직전 재판인 지난 12일 오전 기일에도 민주당 선거 행사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해 재판이 공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에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일주일 만에 또 재판에 '노쇼'한 겁니다. 이 대표가 재판에 불출석한 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두 차례 불출석한 뒤로 5개월 만입니다.
<2024년 3월 19일, 서울중앙지법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법정>
▷ 검사 "형사 사건은 민사와 달리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를 부과합니다. 그러나 이재명 피고인은 3월 12일 오전 공판 기일에 법원의 허가 없이 무단 불출석해 예정된 시간 재판 진행이 못 되도록 했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개인사유를 들면서 무단 불출석하고, 지속 반복된다면 출석 담보와 강제를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재명 피고인에게도 예외일 수 없으며, 지켜지지 않으면 절차적 특혜 논란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향후 피고인 측에서 이재명 피고인의 정치활동 등 여타 사유로 불출석을 요구하거나, 예외가 원칙인 것처럼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 "이재명 피고인은 이번에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제1야당의 당 대표입니다. 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 채택합니다. 선거가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이재명 피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측 주장은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해야함에도 계속 불출석할 경우 신병을 강제로라도 인치해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는 거 같습니다. 검찰 측 인식이 너무나 헌법과 괴리되어 있습니다."
▷ 재판장 "그럼 다음번에도 안 나옵니까?"
▷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 "현실적으로 선거 때까지는……."
▷ 재판장 "그것까지는 고려해드리기 어려운데요. 적절히 조치를 취해야할 것 같습니다. … 선거 일정 때문에 못 나오는 거 고려해드릴 수 없고, 강제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할 듯합니다. 선거 기간에 국회가 안 열리는 것으로 압니다. 강제 소환도 고려할 수 있으니, 이재명 피고인 스스로 그 단계까지 가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해서 불가피한 게 아니면 출석했으면 합니다."
▷ 유동규 증인 "재판장님,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저도 (총선에) 출마했다가 재판장님께서 반드시 증인 출석하라셔서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근데 여기 피고인은 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저는 증언할 수 없습니다."
▷ 재판장 "이재명 피고인이 없으면 증언 안하시겠다?"
▷ 유동규 증인 "네"
▷ 재판장 "오늘은 이재명 피고인 안 나왔고, 증인도 증언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니까 연기하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재명 피고인 나온 날만 증인신문 하겠습니다. 이재명 피고인 안 나오는 거에 대해서는 강제소환 방법을 고려해보겠습니다. 다음 기일에 안 나오면 바로 고민할게요."
▷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 "저희가 비교하는 건 아닌데요. 김건희 여사 관련된 사건에서는……."
▷ 검사 "제발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언성 높여) 정치인 발언은 밖에서 하시라는 말입니다."
▷ 재판부 "정치 이야기는 법정 밖에서, 정치적 고려가 법정에 들어오지 않길 바랍니다. …… 재판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면은 있는데, 3월 26일 10시 30분에 오십시오."
한편 이 대표는 어제 강원도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이천으로 이동해 일정을 소화하던 중, 법원의 강제소환 검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것이 국민의힘이 바라는 바이고, 정치 검찰이 기획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 증거라고는 하나도 없이 '한 번 고생해봐라'라고 해서 지금 제가 재판 받고, 제 아내도 자기 밥값 내고 남들 밥값 누가 낸 지 모르는 상태에서 밥값 대신 내준 것이 맞는다는, 그야말로 황당한 죄목으로 법원에 불려 다니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 검찰 독재 국가의 현실입니다.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변호인과 결정하겠지만……."
○ 다가오는 선거, 기다리지 않는 재판
○ '공천 잡음' 최고조 날 대장동 재판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이른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고 말한 게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되자,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이자 핵심 증인인 김진성 씨에게 2019년 2월 이 대표 자신의 재판에서 위증하도록 시켰다는 내용입니다. 이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씨는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의 요구에 측은함과 중압감을 느껴 위증하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으로 나온 김 씨를 직접 신문하기도 하면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당시 김 씨와 통화한 녹취록 전체를 보면 당시 이 대표가 한 "있는 대로 얘기해 달라", "기억을 상기해 달라", "안 본 것을 말 할 필요 없다"는 등 언급이 12여 차례 나오는데, 검찰이 극히 일부만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법정에 선 같은 시각,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도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 나와 첫 재판을 받았습니다. 부인 김 씨는 2021년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시기 의원 배우자와 수행원 등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총 10만 4천 원어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씨는 "검찰의 황당한 기소"란 입장을 내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27일은 민주당 내 '공천 잡음'이 최고조에 달했던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오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 배제 결정이 내려져 고민정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이른바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과 관련해 여러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의 면전에서 거센 비판을 분출했습니다. 친문재인계 핵심이자 중진인 홍영표 의원이 "남의 가죽을 벗기면서 손에 피 칠갑이 됐는데, 왜 자신의 가죽은 벗기지 않냐"며 직격한 그 날 오전, 이 대표는 대장동 재판에서 "수천억 원 이익이 발생했지만, 이 과정에서 '사탕 하나' 얻어먹은 적이 없다"며 20분 안팎 직접 변론을 펼쳤습니다.
○ 법정 앞도 무대로…이 "재판 끌려 다녀"
이 대표는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당 대표가 법정을 드나드는 이 모습이 우리 국민들 보시기에 참으로 딱할 것"이라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 자신의 부인 김혜경 씨를 김건희 여사에 견줘 언급했습니다. 이 대표는 "대통령 부인은 주가조작, '디올백 수수' 이런 명백한 범죄 혐의들이 상당한 증거에 의해서 소명이 되는데도 수사는커녕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까지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자기 밥값 자기가 냈는데, 제3자들이 제3자의 밥값을 냈는지 알지도 못하는 제 아내는 7만 몇 천 원 밥값 대신 냈다는 이상한 혐의로 재판에 끌려 다니고, 저 역시 이렇게 아무런 증거 없이 무작위 기소 때문에 재판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결론이야 우리 법원에서 현명하게 (판결을) 내주시겠지만, 기소해서 재판 오래하면 그 사람 인생 망한다고 했던 대통령의 말도 기억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에 입법권까지 그들에게 넘어간다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우리 국민들께서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도 말했습니다.
○ 6시간 내리 재판도…'저기' 공방
재판에선 이 대표의 과거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성 씨에 대한 이 대표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습니다. 김 씨가 심경 불안과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해, 이 대표와 김 씨가 서로 볼 수 없도록 법정 내 칸막이로 가린 상태로 신문이 이뤄졌습니다.
재판은 과거 통화에서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요구할 의도'가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이 대표 측은 "위증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30분에 걸쳐 2~3분에 한 번 꼴로 '사실대로 얘기해 달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며 김 씨를 압박했습니다. 반면 김 씨는 "이 대표가 (내가) 모르는 사실을 증언해달라고는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내가 타깃이다', '누명을 썼다', '나한테 뒤집어씌우면 도움이 되는 사건이었다'고 해 원하는 방향의 진술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위증을 강요한 것이 맞는다는 자백 주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녹취록 속 김 씨의 말투도 쟁점이었습니다.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내용 중 김 씨가 말한 "크게 저기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 대목에서 '저기'의 의미 해석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이 대표 측은 '저기'가 이 대표와 김 씨의 관계를 가리킨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 대표가 직접 발언에 나서 "'크게 저기한 기억이 없다'는 건 저와 충돌하거나 부딪힌 기억이 없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발언의 의미가 과거 '검사 사칭' 과정에서 합의나 협의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저기'는 무엇인가를 지시한 게 아니라 전라도식 추임새로 표현으로 애매할 경우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수원지법에서는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재판도 열렸습니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표와 김 씨 부부가 각각 서울과 수원에서 동시 재판을 받은 겁니다. 김 씨의 재판에서 검찰은 "지난 대선 경선 당시 김 씨가 민주당 관계자에게 식사를 대접한 것 등을 4건 더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 측은 "공소시효가 넘은 건들"이라 맞서며 "검찰이 정치적 재판을 부추긴다"고 반발했습니다.
○ 여권 "시간은 다 서초동서 보내"…선거 목전 재판은
<2024년 3월 17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
"범죄자들이 뻔뻔스럽게 폭주하며 방탄해온 민주당의 '국회 독재'를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 이런 범죄 세력의 연대가 다음 국회까지 장악해 난장판 펼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빨리 이재명을 치워야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지역구에서 이재명 대표와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막상 지역구에 가서 보니까 (이 대표가) 민생, 지역발전 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시간은 다 서초동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원희룡 인천 계양을 국민의힘 후보)
사흘 전(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장에는 이 대표가 서초동 법정에 오가는 장면이 여러 번 소환됐습니다. 3개 재판의 피고인, 이 대표를 향한 정치 공세 수위도 총선 이십여 일을 앞두고 한층 올라간 겁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인 가운데 서초동 속 이 대표가 총선 전야인 여의도 도마에 재료로 오르는 빈도가 잦아질 것은 당초 예상됐던 일입니다.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당선을 겨눌 경쟁자 원 후보의 지적대로 정국을 가를 선거를 한 달 남겨둔 시기, 이 대표에겐 시간을 서초동에서 써야만 하는 출석 의무가 있는 재판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 재판 출석 여부에 쏠린 이목
형사소송법 제276조(피고인의 출석권)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 단, 피고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대리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즉 불구속 피고인이 형사 사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제재하는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대신 법원은 구인장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해 피고인을 강제 소환할 수 있습니다. (구인장은 피고인 또는 증인이 심문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소환할 수 있도록 발부하는 영장입니다. 구인장이 발부된 피고인은 도망할 우려 등이 없으면 인치 후 24시간 이내에 석방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2개월간 구속하고 심급당 두 차례에 한해 연장이 가능한 구속·구금 영장과는 다소 성격이 다릅니다. 앞서 지난 2019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자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해 법정에 세운 적이 있습니다.)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라면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회기 중에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도 구속될 수 있습니다. 김 재판장이 강제 소환을 언급하며 "선거 기간에 국회가 안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입니다. 재판장이 "(다음 기일인) 3월 26일, 그 날은 (이 대표에게) 꼭 나오라고 말해 달라"고 변호인에게 재차 당부하며 "다음 기일에도 이재명 피고인이 안 나오면 그때부터는 강제소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혀둔 만큼 이 대표가 선거 일정을 제쳐두고 재판에 출석할 지, 강제 소환이 집행될지 여부에 서초동과 여의도의 눈이 쏠려 있습니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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