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서울 갔어요" 발걸음 돌리는 환자들…취약지 의료원 '신음'

김미루 기자 2024. 3. 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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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섬에서 2박3일 북 치고 장구 치고 찾아온 환자를 다 본 적도 있습니다."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은 지난 18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울릉도 의료 현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달 13일 공보의 8명 가운데 2명이 차출된 무주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충북 영동군이나 충남 금산군 같은 곳에도 차출된 공보의에게 진료를 보러 왔었다"며 "(차출된 공보의에게) 진료를 보던 환자들이 아쉬워하며 의료원에 전화를 많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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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버린 서울 병원으로 공보의 파견…
울릉도.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혼자 섬에서 2박3일 북 치고 장구 치고 찾아온 환자를 다 본 적도 있습니다."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은 지난 18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울릉도 의료 현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법 12조에 따라 의료취약지로 지정한 경북 울릉군에 병원급 의료기관은 단 한 곳이다. 봉직의 2명과 의과 공보의 10명이 근무하지만 김 원장 혼자 섬에 남을 때도 있다. 수술 인프라나 필수 의료가 완벽히 갖춰지지 못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의사가 동행해 환자를 육지로 후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육지에 나간 뒤 날씨가 좋지 않아 며칠 동안 섬에 되돌아오지 못할 때도 있다. 후송 환자는 연평균 100명 규모. 2018년에는 185명에 달했다.

의료원이 봐야 할 환자는 군민 1만여명과 섬에서 근무하는 군인, 경찰이다. 1년 4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 사이에서도 '울릉도 여행 중 아플 때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근무자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연봉 3억원을 제시하고 9회차까지 채용 공고를 내봐도 지원자 수는 미달이다. 매년 4월 공보의 파견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원장의 경우 30세에 공중보건의사로 울릉군에 처음 배치됐으며 이후 대구에서 근무하다가 43세에 울릉군보건의료원장으로 부임했다. 근무 기간이 끝난 후 지원자가 없어 수년간 공석이었던 자리를 57세가 돼 다시 받아들였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 138명을 파견한 데 이어 15일에도 공보의 및 군의관 250명을 오는 25일까지 추가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울릉군보건의료원에서는 1차 때 공보의 차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차 때 국가에서 부른다면 올려보내야 한다.

의료진 의료 공백에 보건소 등지에서의 공보의 차출이 시작된 12일 오후 전남 화순군 이서보건지소 주변에서 한 마을 주민이 관련 안내문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원 평창군, 전북 임실군·무주군 등 다른 의료취약지도 마찬가지다. 이곳 보건의료원은 모두 공보의 의존도가 높다. 의료원 관계자들은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입 모았다.

평창군보건의료원은 공보의 7명과 봉직의 4명이 근무했다. 그러나 19일 응급실 공보의 1명이 서울의 병원으로 파견됐다. 외래 진료를 보던 의사들이 돌아가며 공보의 당직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외래 진료 휴진이 생기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실정이다.

박건희 평창군보건의료원장은 "한 달 정도는 꾸역꾸역하고 있지만 길어지면 공보의 자원으로 주로 운영되는 의료원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앙 의료가 지역 의료를 지원해줘야 하는데 반대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원장을 제외하고 봉직의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임실군보건의료원은 공보의 8명과 내과 전문의인 원장이 진료를 본다. 공고를 3회차까지 냈지만 봉직의를 채용할 수 없었다. 의료원 관계자는 "올해 4월에 파견되는 공보의도 작년에 비해서 절반 정도뿐이라고 한다"며 "대체 인력이 따로 있는 것도 없고 타격이 굉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주민들 몫이다. 이달 13일 공보의 8명 가운데 2명이 차출된 무주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충북 영동군이나 충남 금산군 같은 곳에도 차출된 공보의에게 진료를 보러 왔었다"며 "(차출된 공보의에게) 진료를 보던 환자들이 아쉬워하며 의료원에 전화를 많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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