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풍자에 집중한 '댓글부대' 사이다가 필요해

박상후 기자 2024. 3. 2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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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봉하는 '댓글부대' 리뷰
원작 소설 기반으로 사회 이면을 깊게 반영
흠잡을 곳 없는 배우들의 연기력, 다소 허무한 결말은 '옥에 티'
출연: 손석구·김성철·김동휘·홍경
감독: 안국진
장르: 범죄·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한줄평: 현실감 제대로 반영한 블랙 코미디
팝콘지수: ●●●○○
개봉: 3월 27일
줄거리: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
연출이 참신하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잡을 곳 없다. 원작 소설에 모두가 공감할 만한 사회적 이면을 제대로 반영했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풀어내 깊이 빠져들게 된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비해 다소 허무한 결말은 아쉽지만 러닝타임 내내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댓글부대'다.

'댓글부대'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가 지난 2015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안국진 감독은 원작의 뼈대는 살리되 오랜 기간 취재로 알게 된 내용들을 추가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지난 15일 개최된 언론시사회 당시 안국진 감독이 "많은 부분이 원작과 다르다. 제가 실제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심혈을 기울여 쓴 각본이 훌륭한 배우들과 만나니 시너지는 배가 됐다. 손석구는 왜 단숨에 대세 배우가 됐는지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전부 보여준다. 사실 임상진 캐릭터가 억울함 속 시련과 좌절을 계속 맛보는 인물인 만큼 답답하게 비칠 수 있었지만 손석구 경우 관객들의 몰입도를 끝까지 이끌어 낸다.

김성철, 김동휘, 홍경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여론 조작에 빠져든 팀알렙의 찡뻤킹, 찻탓캇, 팹택을 연기한 세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철없는 20대 초반 모습부터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일상, 갈등으로 갈라서기 시작한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묘하게 끌리지만 아쉬움 짙은 결말
'댓글부대'는 사회부 기자 임상진이 대기업 만전그룹의 비리를 파헤치다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고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그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체를 확인한 적 없는 댓글부대와 판을 뒤집기 위한 임상진의 대립이 스토리의 주된 흐름이다.

안국진 감독의 섬세함과 참신한 연출력은 '댓글부대'의 강점 가운데 하나다. 임상진과 팀알렙의 상반된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이들이 자주 머무는 곳인 집, 방의 분위기를 다르게 가져갔고 반전이 숨겨진 팀알렙의 서사 설명 또한 내레이션이나 회상 방식이 아닌 임상진과 찻탓캇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찡뻤킹, 찻탓캇, 팹택의 스토리를 풀어냈다.

무엇보다 풍자에 진심이다. 공정과 정의보다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직장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자극적인 추측성 보도 등 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녹여내 경각심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각종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인터넷 유행 콘텐트인 밈과 한 사건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네티즌들까지 날 것 그대로 담아 흥미를 더했다.

다만 결말은 2% 부족하다. 주인공이 쓴맛만 맛보다 매듭 지어지는 느낌이라 어딘가 찝찝하다. 블랙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안국진 감독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나 선역이 악역의 만행을 고발하고 정의구현하는 클리셰를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다. 예고편을 보고 통쾌한 복수를 통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다면 그 마음을 고이 접어두길 바란다.

결말은 호불호가 예상되지만 네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안국진 감독의 연출력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개봉이 일주일 넘게 남았음에도 실시간 예매율 5위권 내 진입하며 예비 관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댓글부대'가 흥행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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