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좋은 땅’ 찾다가 허송세월…터에 맞춰 사는 게 현명

관리자 2024. 3.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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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은 집터를 찾는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달라는 사람이 많다.

이론적으로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디에 있는 어떤 정보를 참고해봐야 하는지 등을 꼽아 알려준다.

어디서 어떤 터를 잡고 살 것인가를 소개한 조선시대 책이 있다.

자나 깨나 좋은 땅만 그리워하며 아무것도 못해보고 시간만 축내다 끝내는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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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의 마을·땅·집]
(9)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수고로움·불편함 없는 전원생활은 ‘꿈’
완벽한 곳 없어…가꾸는 삶 진정한 행복

특별히 좋은 집터를 찾는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달라는 사람이 많다. 이론적으로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디에 있는 어떤 정보를 참고해봐야 하는지 등을 꼽아 알려준다. 하지만 이를 다 고려하면 머리만 아프다. 조건을 다 갖춘 땅은 평생 못 찾는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찾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보세요’가 답이 된다. 어지간하면 터에 맞춰 사는 것이 답이다.

귀촌 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수강생과 나눈 대화다.

“시골에 살면 불편하지 않나요?” “네. 많이 불편하죠.” “마당에 풀도 뽑아야 하고 할 일이 많지요?” “재미 삼아 쉬엄쉬엄 해요.” “벌레도 많고요?” “네. 이따금 뱀도 있어요.” “관리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이따금 집수리도 해야 하고 난방비도 많이 들어요.” “집값도 안 오르잖아요?” “오히려 떨어진다고 봐야죠.” “근데 왜 시골에 사세요?” “그냥 좋아서요.”

질문한 사람은 불편하지 않고 벌레도 없는 행복한 전원생활에 대한 꿀팁, 관리비가 적게 들면서 집값도 올릴 수 있는 전문가의 묘수를 듣고 싶었을 게다. 꿈을 깨는 얘기만 한 것 같아 나중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당에서 계속 풀도 뽑고 집수리도 해야 한다. 벌레도 나오고 뱀도 본다. 집값은 안 오르고 도시보다 생활여건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런 수고로움이나 불편함 없이 꿈같이 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불가능하고 포기해야 한다.

어디서 어떤 터를 잡고 살 것인가를 소개한 조선시대 책이 있다. 이중환이 쓴 ‘택리지’다. 이중환은 책에서 집터를 고를 때 지리·생리·인심·산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어느 것 한가지만 빠져도 좋은 터가 아니라고 했다. 이중환은 정작 동서남북 어디에도 살만한 터를 못 찾겠다고 하소연했다.

당대의 많은 선비가 ‘택리지’를 참고해 집터를 찾아다녔다. ‘택리지’는 부동산 가이드북이었던 셈이다. 여러 사대부가 서평을 썼는데 대부분 극찬하는 내용이었다. 홍중인은 ‘택리지’를 읽고 “특별히 가려 고른 좋은 땅이 아닌 휑하고 황량한 골짜기”에 산다고 자신의 거처를 소개했다. 그는 “이중환이 말한 그렇게 완벽한 땅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한다. “세상에 나가 살든 시골에 살든 자신이 어진가 어질지 못한가를 우선 따져봐야 하고, 자신이 어질다면 어디든 살기 좋은 땅이고 어질지 못하다면 천하가 아무리 넓어도 발조차 들여놓을 땅이 없다”고 지론을 폈다. 홍중인 자신은 “겨우 비바람을 막아주는 초가집, 겨우 굶주림과 목마름을 채우는 음식, 추위와 더위를 겨우 막는 옷을 입고 사는 형편”이라며 “질박한 주변 풍경을 곁에 두고 살지만 모두 참되고 솔직한 삶에서 얻은 것들”이라고 고백했다. “모든 것을 어렵지 않게 얻었지만 보는 즐거움은 끝이 없다”고 거처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마음에 꼭 맞는 완벽한 땅을 찾아 길 위에서 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것을 가꾸며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땅을 가꿔보면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자나 깨나 좋은 땅만 그리워하며 아무것도 못해보고 시간만 축내다 끝내는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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