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도시’ 뉴욕·시카고, 쏟아지는 이민자에 결국 정책 바꿨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3. 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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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의 What’s up 뉴욕]
뉴욕시가 43년간 이어왔던 '쉼터 권리'를 수정했다. 이에 따라 24세 이상 성인은 쉼터에 30일간 머무를 수 있고, 이후 '특별한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쉼터를 떠나야 한다./AFP 연합뉴스

미국 각지가 이민자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뉴욕시가 1981년부터 유지해 온 대표적 진보 정책인 ‘쉼터 권리(right to shelter)’를 수정했다. 지난 43년간 이 정책에 따라 뉴욕에서는 갈 곳 없는 노숙자나 이민자들에게 언제든 의무적으로 쉼터를 제공해야 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살핌을 제공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는 것은 국가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적 공적 가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2년 초부터 지금까지 약 20만명에 가까운 이민자들이 미 남부 국경을 넘어 뉴욕으로 쏟아지면서 이를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자 결국 현실과 타협했다.

뉴욕시는 지난 15일 법원의 중재에 따라 법률구조협회 등과 합의한 ‘쉼터 권리’ 수정안을 내놓고 이를 발효한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이민자 가운데 성인의 경우 30일까지는 쉼터에 머무를 권리를 보장하되, 30일이 지난 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재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그동안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경우, 곧 새 주택으로 이사할 경우, 의료 장애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적이다. 최근까지 이민자도 쉼터 재신청을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받아줬는데, 이제는 문턱이 높아지게 됐다. 폭스뉴스는 “(재연장이 가능했던) 쉼터 권리를 성인 이민자들에게는 사실상 종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성인’ 단계에 막 진입한 18세 이상 23세 미만의 이민자는 60일 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조금 더 문을 열어놨다. 가족 단위 이민자는 현재와 같이 60일 동안 머무를 수 있고 재신청도 가능하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에 미국 뉴욕시와 시카고시가 이민자들에게 적용하는 ‘쉼터 권리’를 수정, 무료 숙소 제공 혜택을 축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5일 뉴욕 성 브리짓 초등학교의 이민자 지원센터 밖에 줄 선 이민자들. /AP 연합뉴스

중재를 담당한 제럴드 레보비츠 뉴욕주 판사는 “지난 1년 동안 뉴욕시에 도착한 수많은 이민자로 뉴욕시의 (수용) 능력은 한계점에 이르렀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창의적으로 사고해서 각 당사자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에릭 애덤스 시장은 “애초에 ‘쉼터 권리’라는 것은 2022년부터 밀려들어온 이민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했다. 이번 정책 변경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이민자 측 입장을 대변한 법률구조협회는 “쉼터에 대한 근본적인 권리는 보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숙자인 뉴욕 시민에 대한 보호 조치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민자가 경제적 자립 노력 등 ‘특별한 사정’의 요건을 갖춰 신청하면 쉼터 연장도 가능하기에 오히려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체류를 보장하는 셈”이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또 다른 진보 성향 도시 시카고에서도 17일 처음으로 쉼터에서 이민자 퇴거 조치가 시행됐다. 뉴욕타임스는 시카고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약 1만1000명의 이주민이 거주 중인 시카고의 23개 노숙자 쉼터에서 일부 독신 성인 등에 대한 퇴거가 시작됐다”며 “다음 달 말까지 2000명 이상이 강제 퇴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카고는 이민자 급증에 따라 지난해 11월 쉼터 체류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추운 날씨 등을 고려해 지금까지 시행을 미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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