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탭, 보안 철저한 교황청 근위대 뚫었다 … 삼성·LG가 사활 거는 해외사업

이해인 기자 2024. 3. 20.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전업계, 판매 부진에 B2B 사활

삼성전자가 올해 전사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 간 거래(B2B)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B2B통합오퍼링센터를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설치돼 임시 조직으로 운영돼 오던 B2B통합오퍼링사무국을 부사장급 조직인 센터로 격상한 것이다. 초대 센터장에는 아프리카법인 대표였던 홍범석 부사장이 임명됐다. B2B 전략도 바꿨다. 해외 판매 법인 내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스템에어컨 등 제품별로 따로 영업해 오던 방식을 변경해 ‘원삼성 B2B’로 통합하고 제품 간 결합 판매와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가전 업계가 글로벌 B2B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IT 수요가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일반 소비자 판매 수요 부진을 만회하고자 B2B에 적극 뛰어드는 것이다. B2B 사업은 특성상 대량 납품이 가능한 데다 한번 거래를 트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판매에서는 글로벌 톱 1, 2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시장이 해외 B2B”라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B2B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해외 영업 대폭 확대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직속으로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B2B 시장 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데 CEO가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올해 초에는 미국 건설업자 전담 영업 조직인 ‘LG 프로 빌더’를 신설하고 B2B 전용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등 사업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가스나 화석연료를 활용한 냉난방, 공조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사업 기회로 여기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히트펌프 등을 활용한 고효율 가전과 공조 시스템은 LG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온라인으로도 B2B를 확대하고 나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제품 구매 전용 몰인 ‘B2B 고객 전용 e스토어’ 서비스를 출범 2년 반 만에 40여국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사이트는 중소 규모 사업자에 적합한 제품과 설루션을 판매하는 B2B 전용 삼성 몰이다. 2021년 10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5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같은 중동 지역뿐 아니라 콜롬비아, 칠레에도 사이트를 열었다. 삼성 관계자는 “담당자를 연결하는 과정 없이 온라인상에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데다가 할부, 인보이스 거래 등 중소기업에 특화된 결제 수단을 갖춰 장벽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교황청에 갤럭시탭 납품

성과도 조금씩 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에 보안 설루션인 녹스가 탑재된 갤럭시탭을 공급했다.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근위대 특성에 맞춰 모든 기기의 위치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기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때 데이터를 원격으로 지우는 기능도 탑재했다. 복장을 고려해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터치가 가능하게 하는 등 맞춤형 기능도 넣었다. 올해는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에 스마트 사이니지와 호텔 TV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LG전자 세탁기와 건조기는 올해 미국 지역 다세대 주택 및 기숙사에 대거 공급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에서만 60만대가량의 상업용 세탁기를 운영하는 B2B 세탁 기업 ‘워시’와 계약을 맺었다. 또 미국 대형 골프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아토믹 골프’와 협업해 라스베이거스 지역에 136인치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등 약 250대의 사이니지를 공급하는 성과도 올렸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생활 가전 B2B 시장에서 LG전자의 매출이 매년 20~30% 이상씩 고속 성장하고 있다”며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20%대에서 지난해 30% 중반까지 높아졌다”고 했다.

☞B2B

Business to Business의 약자로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록인(Lock-in·자물쇠)’ 효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