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찹찹” 올빼미의 ‘생면파스타’가 된 뱀의 최후 [수요동물원]

정지섭 기자 2024. 3.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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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부터 삼켜지며 몸부림치는 장면 포착
수리나 매와 달리 올빼미는 가급적 통째로 먹이 삼켜
소화안되는 뼈 등은 ‘펠릿’으로 만들어 게워내
살아있는 뱀을 꼬리부터 삼키는 새끼 올빼미./ 페이스북 @Rei Das Serpentes

맹금류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수리·매와 올빼미·부엉이는 생김새 뿐 아니라 먹는 방법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살아있거나, 방금 죽였거나, 오래 전 죽은 먹잇감의 살덩이를 북북 잘게 뜯어서 넘기는 방법이 전형적인 수리·매의 식사 스타일이라면,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뭉툭한 부리를 가진 올빼미·부엉이는 삼키는 비율이 높습니다. 특히 쥐나 뱀, 개구리를 사냥했을 때는 아예 통째로 꿀떡꿀떡 삼키기도 해요. 하지만 대체로 ‘헤드퍼스트 룰’을 지키죠. 대체로 통째로 삼켜질때는 머리부터 시작해 발끝과 꼬리끝을 끝으로 꿀꺽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먹잇감의 저항을 일찌감치 마비시키고 깔끔하게 목넘김할 수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돼죠. 하지만 아직 사냥·식사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어린 개체들의 식사방법은 이런 룰을 벗어나고, 이 과정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괴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바로 이 동영상(Rei Das Serpentes facrbook)처럼 말입니다.

포식자는 어린 올빼미, 피식자는 어린 뱀입니다. 둘 다 내로라하는 숲속의 사냥꾼이자, 한 삼킴 하는 스왈로어(swallower)들입니다. 하지만, 애당초 공존을 기대할 수 없는게 야생세계입니다. 너를 먹어야 내가 살고, 내가 먹으려면 널 죽여야합니다. 성질머리급한 치기어린 올빼미 녀석은 먹잇감의 숨통을 끊어놓고 신체 앞부분부터 술술 넘겨야 식사가 원활하다는 경험칙을 체득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얼떨결에 사냥한 것인지, 어미가 물어다준 건지 온전한 어린 뱀을 산 채로 잡았습니다. 그리곤 허겁지겁 꼬리부터 후루루룩 삼키기 시작해요. 순간 이 올빼미에게 야들야들하고 길쭉한 뱀은 생면파스타보다 고소하고, 돈코츠라멘보다 얼큰하며, 잔치국수보다 맛깔스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헤드퍼스트가 아닌 테일퍼스트가 되다보니 지켜보는 입장에선 괴이쩍고 불편하고 짠한 장면이 연출돼요.

북방올빼미 두 마리가 나무위에 나란히 앉아있다./National Park Service / Taylor Ellis

자신의 꼬리부터 후루루룩 삼켜지는 뱀의 소리없는 피울음이 모니터 스피커를 뚫고 들려오는 듯 합니다. 울음통이 없어 천성적으로 소리를 낼 수 없는 뱀이 몸부림치며 공감각적으로 울부짖습니다. 알을 뚫고 나와 세상 구경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긴 싫다고. 하지만 이 녀석 역시 이 같은 횡액을 당하기 반나절 전에는 청운의 꿈을 안고 숲을 뛰놀던 개구리들을 꿀꺽 삼켰을지도 모릅니다. 그 개구리들이 미처 소화도 되기전에 뱀이 소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어요. 식탐에 차오른 올빼미는 뱀의 몸부림에 아랑곳않고 진공청소기처럼 몸통을 빨아들입니다. 포식자 올빼미의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피식자 뱀의 그렁그렁한 눈동자가 같은 화면에 동시에 포착됩니다. 최후의 목넘김으로 이 가여운 뱀은 마지막 혓바닥을 놀리고 올빼미의 목구멍 아래로 꿀꺽 넘어갔을까요?

긴꼬리올빼미가 막 잡은 쥐를 삼키려고 하고 있다./Chris Peterson. National Park Service

동영상은 완벽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설령 끝내 삼켜졌다고 해도 이 뱀은 조금은 행운이지 않나 싶어요. 먹히는 순간까지 세상구경은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목구멍에서의 최후의 몸부림으로 인해 올빼미가 혼쭐이 났을 수도, 게워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2021년 미국 콜로라도에서는 미국수리부엉이 새끼가 어미로부터 받아온 싱싱한 날뱀을 꼬리부터 삼켰다가 뱀의 최후의 저항을 버텨내지 못하고 게워냈다가 기진맥진한 뱀을 겨우 삼키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됐습니다. 지역 잡지 콜로라도 아웃도어스 매거진이 이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생생히 포착했습니다. 뱀의 처연한 삶의 의지가 고스란히 엿보이는 사진입니다만, 결국 그 처절한 삶의 의지까지 올빼미의 밥반찬이 되고 말았어요.

수리부엉이에게 꼬리부터 삼켜지는 뱀이 최후의 저항을 벌이고 있다./Colorado Outdoors Magazine

올빼미·부엉이는 여느 새와 다른 소화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식도로 넘기기 직전에 먹잇감을 저장해두는 모이주머니는 아예 없고, 소화액으로 녹이고 탈탈 갈아서 다짐육으로 만드는 과정이 일어나는 모래주머니의 기능도 썩 강하지 못해요. 소화액의 산도(酸度)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올빼미·부엉이의 소화 과정은 쌍방향입니다. 조금더 리드미컬하게 표현하자면 위로 웩! 아래로 찍! 입니다. 소화를 시키고도 끝내 녹아들지 않은 것들, 그러니까 뼈나 근육, 혹은 단단한 비늘 같은 것들은 타원형으로 뭉쳐진 ‘펠릿’이 됩니다. 이 펠릿은 입으로 배출합니다. 쉽게 말해 입으로도 대변을 보는 거죠. 정상적으로 소화된 나머지 부분은 전형적인 조류 배설물의 형태로 ‘찍’ ‘찍’ 하고 떨어질 겁니다.

올빼미가 게워낸 펠릿. 뼈 등 소화되지 않은 것들이 뭉쳐져있다./Missouri Department of Conversation

올빼미·부엉이는 보는순간 ‘아, 저 족속이군’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독보적 외형을 가졌죠. 그 어느 새들보다도 두 눈이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물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요. 이는 사람의 얼굴과도 비슷하죠. 게다가 앞에서 보면 부리도 사람의 입 수준으로 작아보이죠. 이런 생김새 때문에 예전부터 범상찮고 똘똘한 상징으로 인식됐죠. 흔히들 말하는 ‘새대가리’와는 다른 존재로 말입니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는 말할 것도 없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도 이들은 똑똑한 조력자로 그려집니다. 우리말로는 생김새에 따라 부엉이·올빼미·소쩍새로 구분되지만, 영어로는 ‘아울(owl)’로 통칭됩니다. 수리매류가 이글(eagle·수리)·벌처(vulture·대머리수리)·호크(hawk·매)·카이트(kite·솔개) 등 수많은 이름이 붙어있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죠. 수리·매가 주로 낮에 사냥을 하는 반면 올빼미·부엉이는 밤에 먹이를 찾아나섭니다. 푸덕거림 한 번 없이 그 어느 새들보다도 조용하게 날갯짓을 하는 재주가 있어 침묵의 사냥꾼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들의 삶이 언제나 포식자로 위풍당당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Latest Sightings Facebook)을 한 번 보실까요?

토니독수리에게 잡아먹힌 가면올빼미의 사체./Latest Sightings Facebook

여느 올빼미·부엉이와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음산하고 스산한 얼굴과 하트(♡)모양의 얼굴 윤곽으로 신비로움을 더 하는 가면올빼미가 끔찍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낮시간 꾸벅꾸벅 횃대에 앉아서 졸고 있던 놈을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수리류인 토니수리가 급습했어요. 수리에겐 헤드퍼스트건 테일퍼스터건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깃털을 북북 뽑아내고 살점을 쭉쭉 뜯어내며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살점과 내장을 먹으면 그만이거든요. 그렇게 갓잡은 올빼미의 피와 살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토니수리는 살육과 포식의 현장을 유유히 떠버립니다. 온몸이 처참하게 뜯어먹히고 온전하게 남은 가면올빼미의 머리와 얼굴만 휑뎅그렁하게 뒹굴고 있습니다. 이게 자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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