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주범 권도형 한국 오면… 내 루나 구제받나?

IT조선 원재연 기자 2024. 3. 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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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증권성’ 인정돼야 일반 투자자들도 구제 가능
파산 신청 테라폼랩스, 美초대형 로펌 2000억원에 고용

권도형 테라폼랩스 전 대표의 한국행이 가시화되며 테라 사태 피해자들의 구제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권씨가 한국에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테라의 ‘증권성’여부가 인정되지 않는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테라와 루나를 구매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전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사진 = 원재연 기자

19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법원으로부터 한국행 결정을 선고 받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빠른 한국 송환을 위해 몬테네그로 법원에 영문 판결문 요청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이후 현지에서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한국과 미국 검찰은 각각 권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며, 지난 8일 현지 법원은 권씨의 한국행을 결정했다. 한국 송환 절차는 빠르면 이달 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권씨가 현지 법원으로부터 받은 형기는 4개월로, 오는 23일 만료된다.

권씨의 국내 송환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막상 한국 피해자들은 한국 송환 결정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인정하고, 경제사범에 대해 비교적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형량이 더욱 가벼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권씨가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피해자들의 구제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법상 가상자산은 증권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여부가 불분명하다. 자본시장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면 사기혐의에 대해서만 죄를 물어야 하고, 투자자들이 구제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권씨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 변호사는 “권 씨에 대해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테라폼랩스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수는 있으나, 권씨의 책임이 먼저 인정돼야 한다”며 “프리세일 등을 통해 직접 테라폼랩스를 통해 테라를 구매한 경우 외에, 중개업체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경우 테라의 증권성 여부가 인정되지 않으면 구제받을 방법이 더욱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테라폼랩스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별도 가상자산공개(ICO)를 하지 않았으며, 직접적으로 가상자산을 판매한 것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루나(LUNA)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서다. 당시 프라이빗세일을 통해 루나를 산 곳은 국내에서는 두나무앤파트너스와 해시드, 네오플라이 등이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지난 2019년 루나가 코인원에 최초 상장된 이후, 투자할 수 있었다.

테라폼랩스와 권씨 소유의 재산을 압류하는 과정 역시 복잡하다. 테라폼랩스가 지난 1월 파산을 신청하며 회사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테라폼랩스는 지난해 전 대표였던 권씨가 체포된 이후 크리스 아마니 전 COO를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대표 교체 이후 테라폼랩스는 지난 1월 미국 델러웨어주 파산법원에 ‘챕터11′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 11′파산이란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기업이 파산법원의 감독 하에 채무를 조정하고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만일 챕터11 보호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테라폼랩스는 최종 판결 후 청산해야 한다.

테라폼랩스가 파산 절차에서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추정 자산은 약 1억달러에서 5억달러(약 1330억원~6600억원)이며, 부채 역시 이와 같다. 여기에 더해 테라폼랩스가 루나 가격 유지를 위해 설립한 재단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소유의 자산이 현재 가치로 약 3조원에서 4조원 가량 있으나, 현재 해당 지갑의 키는 권씨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될 경우 가상자산 관재인이 새로운 지갑을 만들어 니모닉을 복원해 해당 자산에 대한 권씨의 권리를 박탈하고 채권자들게 나눠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테라폼랩스는 챕터 11파산의 변호인으로 미국 초대형 로펌인 덴튼스를 고용하고 선불로 1억6600만달러(약 2200억원)을 지불했다. 미 SEC(증권거래위원회)는 테라폼랩스가 변호인 비용을 출처가 의심스러운 비자금을 통해 지불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미국 법원은 지난 4일 지불된 금액 중 4800만달러(약 640억원)가량을 테라폼랩스에 되돌려주라고 결정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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