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산병원 방문 하루 뒤 사직...흉부외과 의사 "환자 보는게 무섭다"

이예원 기자 2024. 3. 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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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의사가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습니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후배들을 설득해달라"고 호소한 지 하루 만입니다.

사진 출처: 최세훈 교수 페이스북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오늘 자신의 SNS에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뎌 사직서를 낸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최 교수는 "불과 한 달 전, 팀이 전부 있었을 때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라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고 했습니다.

전공의와 전임의 없이 수술하고 병동을 지켜온 지 이미 한 달이 됐다는 그는 "어떻게 치료하면 될지 알면서도 여건이 안 돼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사를 초라하게 만드는지 절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만 해도 '폐암 진단 후 1달 이내 수술하는 비율'을 따졌는데,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 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며 "불과 한 달 사이에 바뀐 차이가 너무 커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지 못하겠고,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전공의들을 향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는 절망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흉부외과에는 전국에 고작 100명의 전공의가 있다"며 "한 줌의 전문의들 한 명 한 명이 우리나라 국민 만 명을 살릴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평생 그 업에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 젊은 의사들이 다 떠난 이때 정부는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 교수는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느니, 차라리 의업을 떠난다"며 "누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환자를 살리던 젊은 의사들을 절망 속에 떠나가게 했냐"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자신이 수술하기로 약속한 환자들까진 맡은 후 병원을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만나는 전공의와 학생 누구에게나 흉부외과는 정말 좋은 과라고, 나의 노력이 그대로 환자의 생명으로 연결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평생에 걸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는 인생을 산다고 적극적으로 권했다"라며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던 시기는 이제 끝이 났다"고 했습니다.

한편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습니다. 정부는 2천명 늘어난 의대 정원 배분 계획을 내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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