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있는 치료법인데 신의료기술? "감정자유기법 표절 등재 철회해야"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3. 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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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협받거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생길 수 있다.

이후 EFT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과해 신의료기술 고시(제2019-232호)에 이미 등재돼 있다.

대한한방병원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심평원이 기존 기술 여부를 확인하는 위원회를 양의사 위원으로만 구성하고 심의해 '내용이 표절이나 다름없고 심지어 이름까지 똑같은' EFT를 신의료기술로 수용해 등재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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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혈자극 통한 PTSD 치료법
2019년 한의계 최초 기술 인정
최근 비슷한 치료법 반복 등재
한의협, 심평원에 철회 요구해

안전을 위협받거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생길 수 있다. 사건 후에도 잊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거나 극도로 예민해지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이럴 때 많이 활용되는 치료법이 '감정자유기법(EFT)'이다.

한의계는 오랫동안 경혈 자극을 통한 EFT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치료해왔다.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과 기억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혈을 자극하는 방법을 함께 사용해 마음의 평화를 찾아줬다. 환자들의 반응도 좋다. EFT는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과 같은 치료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2019년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에 대해 신의료기술 등재를 신청했다. 이후 EFT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과해 신의료기술 고시(제2019-232호)에 이미 등재돼 있다. 이는 한의계 최초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것이다. 2021년에는 한방 정신요법으로 행위 비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29일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고시'를 개정·발령하면서 EFT를 신의료기술로 반복 등재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의계는 거세게 반발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한방병원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심평원이 기존 기술 여부를 확인하는 위원회를 양의사 위원으로만 구성하고 심의해 '내용이 표절이나 다름없고 심지어 이름까지 똑같은' EFT를 신의료기술로 수용해 등재했다고 비판했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이번에 EFT를 신의료기술로 다시 신청한 측에서는 기존 EFT와 다른 부위를 자극하고 일부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기존 기술이 아니라는 취지로 서류를 제출했지만, 한의계의 의견 한번 묻지 않고 받아들였다"며 "사실상 표절"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학회는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에서 확인된 신청 EFT가 기존 EFT와 다른 점은 9개 자극 부위 중 정수리 부위의 백회혈을 추가하고, 겨드랑이 부위의 대포혈을 제외한 것이 전부"라며 "신청 기술이 두드림 자극 이후 뇌조율 과정을 생략했다고는 하지만, 기존 기술에 없는 것을 더한 것도 아니고 기존 기술의 전체 과정 중 일부를 생략한 것이 어떻게 신의료기술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뇌조율 과정은 필요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단축형·표준형의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며 "백회혈과 대포혈의 선택, 뇌조율 과정의 생략은 기존 기술에서도 사례에 따라 통상적으로 응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협 임원진도 심평원을 방문해 박인기 보험수가상임이사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번 문제는 직역 간 갈등이 아닌 공정이냐, 불공정이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새로 고시된 EFT는 표절에 가깝다.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병협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기존 기술을 신의료기술이라고 반복 등재한 것은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 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의계 의견을 청취한 박 상임이사는 "향후 EFT에 대해 급여·비급여를 결정해야 하는 절차 등이 남아 있다"며 "동일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도 반드시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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