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안 유지땐 재산세 61% 급증···尹 "종부세는 굉장한 악법"
◆ 현실화 로드맵 폐기 배경은
도입후 공시가 年 18%씩 치솟아
현실화율 69% 2020년 수준 조정
인위적 인상 막아 세금부담 경감
주택 유형·지역 따라 반영률 조정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급격한 정책 추진으로 국민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정부는 2025년에 반영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에 대해 현재 국토연구원 등에 용역을 맡긴 상태다. 용역 결과에 따라 부동산 유형·가액별 일부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앞으로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민생 토론회에서 보유세 등 세 부담 경감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는데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의 고통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면 좋지 않냐’는 포퓰리즘 논리로 국민들을 선동하거나 설득했는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며 “소유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라고 지적했다. 보유세가 오르면 임대인은 임대료를 올리는 등 세 부담 증가가 결국 임차인 등 열악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가된다는 얘기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대상 중 상당수가 중산층이라고 지적하며 “굉장한 악법”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1월 도입됐다. 당시 부동산 경기가 폭등하면서 공시가격과 실제 가격의 괴리가 커지자 적정가격을 공시하도록 한 부동산공시법의 취지를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은 2030년,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집값 급등기에 시세 반영률을 급격히 높이면서 공시가격이 단기간 크게 오르고 국민들의 세금 부담도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통상 연 3% 수준으로 오르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현실화 계획 도입 이후 연평균 18%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2018년 4조 5000억 원이던 재산세 부담액도 2022년 6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낮춰놓고 로드맵 수정이냐 폐기냐를 논의해왔는데 이번에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은 시장(시세 변화)과 비슷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인식을 반영해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현실화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2035년까지 재산세 부담이 6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이번 로드맵 폐지 결정으로 조세·부담금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주택 유형과 지역 등의 분류 기준에 따라 시세 반영률 조정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예컨대 올해 공동주택의 평균 시세 반영률은 69%지만 토지는 65.5%, 단독주택은 53.6%로 제각각인 만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분류별 간극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일부러 현실화율 목표치를 정해놓고 급격하게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급격한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인 만큼 2020년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 수준으로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반영되는 시세 반영률은 현재 용역을 거쳐 7~8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새로운 국회가 꾸려지는 대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부동산 공시 제도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부동산공시법)’에서 정부는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진 차관은 “7~8월께 내년 현실화율에 대한 용역 결과가 나오면 즉시 법안을 발의해 연내 처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법 개정이 늦어지면 올해처럼 현실화율을 고정하는 방식을 통해 추가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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