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이세돌 "바둑 예술성, AI 이후 퇴색됐다"

구글코리아, '알파고 대국 8주년 기념 인터뷰'
"인공지능 필요해...가장 중요한 건 속도 조절"

이세돌 9단이 19일 공개된 구글코리아와의 알파고 대국 8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처

8년 전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국을 펼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이후 바둑의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19일 공개된 구글코리아와의 '알파고 대국 8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제가 배웠던 바둑은 혼자서 고민하고 둘이 만나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런 예술이었다"며 "인공지능이 나온 이후로는 마치 정답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 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보는 알파고 전후로 완전 달라졌다"며 "과거의 기보는 바둑의 역사적 가치일 뿐이고, 이제 AI를 통해 '이건 이렇게 둬야 하는구나'라고 배우게 됐다"고 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 당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던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첫수를 착수하고 있다. 구글 제공

이세돌은 2016년 3월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1승 4패로 대국을 마무리했다. 당시 대국에 대해 그는 "괴리감이 컸다. 인간과 완전히 달랐다"면서 "테니스를 예로 들면 벽에다가 공을 치는 느낌이어서, 너무 안일하게 준비를 했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서 3연패를 당하고 특히 3국에서 정신적으로 지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4국에서 승리해 체면을 차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 이세돌이 거둔 1승은 지금까지 알파고가 당한 유일한 패배다.

이세돌은 AI 시대에 대비해 기술과 윤리 간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AI 기술에 대한 공포와 윤리 문제로 지금은 (속도가) 너무 더디게 올라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그렇게 과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AI가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공공선을 위한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