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200조… 기업 10곳 중 8곳 "이자 감당 못해"

정영희 기자 2024. 3. 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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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정책연구원 '건설경기 진단 및 활성화 대책' 발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 18일 국토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국토교통부 유관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를 주최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국내 건설산업이 고금리의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부실처리가 지연되고 신규 공급이 막히는 사태가 발생하며 착공 또한 급감하는 추세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건설경기 부진을 인지하고 주택공급 확대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은 전일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를 통해 건설경기 침체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건설경기 부진, 내년까진 이어질 것"


최근 건설산업은 단기·중장기적으로 다양한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환경 하에 부동산PF 부실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공사비 부담도 여전한 데다 건설수주와 건축허가, 착공면적, 분양 등 건설 선행지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의 견조한 실물경기와 근원물가 경직성 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높은 수준의 시장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매출 상위 500개의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4%의 기업이 현재 금리수준에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 전후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규모는 지급보증, 브리지론 토지담보대출을 포함해 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화 위험은 브리지론에서 본 PF로 전환되지 못한 사업장에 집중된 모습을 보인다.

2021년 이후 자재가격 상승폭은 최근 40여년과 비교해도 가장 큰 폭의 변동성을 시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간 건설자재 가격은 35.6%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6.1% 상승했다. 지난해 이후 건설자재 가격은 안정화 추세에 있으나 그린플레이션(탄소중립 등 친환경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물가상승을 부르는 현상) 등으로 하락 가능성은 제한됐다.

지난해 악화된 건축 선행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설기성과 투자 부진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2023년 건축허가는 10년 평균의 84.8% 수준이며, 착공은 63.2%로 감소폭이 상당하다. 건축착공은 2022년부터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박선구 건정연 경제금융실장은 "2021~2022년 공사비는 약 29%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4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단기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착공이 부진한 탓에 건설업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건설경기는 고금리 하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실(PF) 부실화 위기도 여전한 상태다. 금융권이 PF 대주단 협약 가동한 한편 신속한 정책 대응에 나서며 경착륙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정상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사진=뉴스1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 심화… 금융위기보단 약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건설수주 ▲건축착공면적 ▲건설공사비지수 ▲회사채수익률 ▲건설경기실사지수(BSI) ▲건축허가 ▲미분양주택수의 7가지 지표를 선정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건설경기를 진단했다. 위험횟수에 따라 건설경기를 ▲0개(과열) ▲1개(호조) ▲2개(중립) ▲3개(경계) ▲4~5개(부진) ▲6개 이상(심각)으로 구분했다.

2022년 들어 증가한 위험횟수는 같은 해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진이 심화됐다. 지난해에는 지속해서 부진과 심각이 관찰되며 건설경기 최근 3개년 가운데 가장 나빠졌다.

최근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상황은 일부 유사한 점이 존재하지만 금융위기 이후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동산PF 위험도와 물가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당시에는 경제 전반에 대규모 위기가 온 데다 미분양 주택 수도 지난해 6만5000가구를 기록한 것과 달리 2009년엔 16만가구에 이르렀다.

통상 건설경기는 선행지표 측면에서 침체기, 동행지표는 후퇴기로 판단한다. 건설물량 시차 효과로 보면 선행공종은 올해 말, 후행공종은 내년이 저점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금리 하락과 부동산PF 위험 감소, 공사비 상승 완화 등의 경제여건 개선과 주택공급 확대 등 정부 정책 목표가 안착할 경우 낙폭은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경기 활성화, 하강국면 리스크 최소화 통해 이뤄


건정연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주택 확대와 부동산PF 연착륙 지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주택건설 착공이 급감한 가운데 공공물량은 1만7796가구로 지난 5년 평균(7만1430가구)의 24.9%에 그쳤다. 주택 신규수요와 노후주택 증가를 고려, 적정 주택공급 물량 유지가 필요하다. 최근 공공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역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유동성 지원 확대와 부실우려 PF 사업장 재구조화 촉진 등을 제안했다. 본 PF 전환이 어려운 브리지론 사업장은 선별 정리하되 손실 규모 축소를 목표로 한 노력을 요하는 상황이다. 정상화 가능한 사업장과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자금·보증지원을 통해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PF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부동산개발사업 투자 펀드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실장은 "최근 다양한 건설경기 침체 요인으로 건설 투자 예측치가 내려가고 있으나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 정책 지원에 힘쓴다면 이러한 낙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처럼 건설산업 여건과 환경이 좋지 못할 때는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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