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파도 ‘오니’...파묘보다 무서운 부남호 수질

류석우 기자 2024. 3. 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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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커버스토리_죽이는 정치, 사는 갯벌
모두가 바라는 부남호 역간척, 왜 멈췄나
낙동강 하굿둑은 어느 때나 다 열 수 있을까
태안군과 서산시 사이 천수만에 설치된 방조제. 위쪽 밝은 부분이 천수만 바다, 아래쪽 어두운 부분은 부남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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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냄새가 났다. 깊게 숨을 들이켜니 비린 흙내였다. 물이 가까워질수록 냄새는 짙어졌다. 충남 서산과 태안반도로 둘러싸인 천수만, 그 안쪽에 토끼 귀처럼 길게 뻗은 두 개의 호수가 있다. 태안군과 서산시 사이에 있는 왼쪽이 부남호, 오른쪽이 간월호다. 1980년대 방조제를 쌓아 이 두 개의 호수를 막았다. 이후 수질이 나빠졌다. 규모가 더 작은 부남호의 오염이 더 심하다.

<한겨레21>은 2024년 3월8일과 12일 두 차례 부남호를 찾았다. 8일 부남호 외곽을 돌았고, 12일엔 배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충남연구원의 윤종주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장과 이상우 연구원이 동행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주기적으로 부남호의 수질을 체크하고 있다. 이날 조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진행되는 것이었다.

40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오니’

약 1560㏊(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5배) 크기의 부남호는 세 구역으로 나뉜다. 가장 바깥쪽 천수만을 막는 방조제가 1982년 만들어졌고 이후 중간중간에 물관리를 위해 둑을 쌓았다. 방조제로부터 약 3㎞ 지점에 1차 둑이 있었다. 이 지점에서 보트를 탔다. 5분쯤 달려 방조제 수문 앞쪽에 도착했다. 보트가 멈추자 더욱 퀴퀴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이상우 연구원이 표면의 물을 떴다. 투명한 컵에 누르스름한 물이 담겼다. 곧이어 채수기를 물속 깊숙이 넣었다. 수심 10m 깊이에서 끌어올린 물을 담자, 보트 위에 냄새가 확 퍼졌다. 이번엔 비리고 퀴퀴한 냄새가 아닌, 달걀 썩은내였다.

“유기물이 많으면 생물이 호흡하면서 저층 산소 농도가 줄어들거든요. 그런데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황산염을 환원하는 박테리아가 있어요. 이런 미생물에 의해 황이 수소와 만나 황화수소가 나오는데, 거기서 이런 냄새가 나요.” 이 연구원이 말했다. 황화수소는 흡입하면 질식할 수 있는 유독한 기체다. 부남호가 천수만에 방류되는 날이면 이 냄새가 인근 동네에 쫙 퍼진다.

이 연구원이 이번엔 채니기(강바닥을 떠내는 장치)를 넣었다. 10m 수심의 강바닥에서 퍼 올린 퇴적물이 채니기에 가득 담겼다. 새까만 오니(오염물질을 포함한 진흙)였다. 숟가락으로 휘젓자 더 까만 오니가 나왔다. 산소가 유입되지 않아 계속 썩었을 테다. 그 안에 생물은 없었다. “여기에 중금속 이런 게 있는 게 아니고요. 고농도의 오염 집약체라고 보면 돼요. 원래 밑에 모래나 자갈이 있어야 정상이죠. 이런 오니가 최대 1m는 쌓여 있어요.” 윤 센터장이 말했다.

방조제로부터 약 3㎞ 떨어진 곳에 있는 1차 둑을 넘어 부남호의 두 번째 구간으로 향했다. 표층과 저층 물에서 이전처럼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바닥에선 똑같이 새까만 오니가 올라왔다. “이런 것들(오니)은 다 깔려 있다고 보면 돼요. 이걸 파면서 1m 이상 내려가면 그때 흔히 아는 황토색 자갈층이 나와요.” 윤 센터장은 매년 오니의 깊이가 늘어난다고 했다. “바닥에 있는 오염원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1급수가 들어와도 결국 이런 물이 돼요. 파낸다고 해도 썩거든요. 결국엔 물이 흘러야 해요. 그래야 서서히 씻겨 내려갈 수 있어요.” 부남호 수질 개선에 매년 약 110억원(충남도 추산)이 투입되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2024년 3월12일 충남 서산 부남호의 수질조사를 위해 충남연구원 연구진과 <한겨레21> 취재진이 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부남호는 현재 8m까지는 담수, 8~16m는 밀물 때 수압으로 서서히 유입되는 해수가 정체돼 산소가 없는 해수층을 이룬다. 이 해수는 상층의 담수와 섞이지 않는다. 충남연구원이 2017년부터 수질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부남호의 수질은 화학적산소요구량(COD) 기준 6등급(매우 나쁨) 이상, 총유기탄소(TOC) 기준 5~6등급을 매번 기록했다. 농업용수는커녕 공업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수질이다. 2020년 긴 장마로 부남호의 방류량이 많았을 때만 등급이 약간 내려갔다. 퇴적물 내 유기물 오염도도 준설사업 기준치인 4등급 수준이었다.

부남호 방조제 끝에 수문이 있지만, 수위 관리를 위해 부남호 내 물을 방류할 때만 열린다. 문이 열려도 밑바닥에 쌓인 오니가 흘러나가진 않는다. “부남호는 수문을 위에서 밑으로 내려서 작동하는 방식이거든요. 밑에서 빼면 퇴적물도 같이 나갈 텐데 그나마 덜 오염된 물이 나가는 거예요. 밑의 퇴적물은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이죠. 이 밑바닥의 오니는 40년 동안 쌓인 거라고 보면 돼요.”(윤종주 센터장)

이날 수집한 부남호 물과 바닥 퇴적물의 정밀조사 결과는 한 달여 뒤에 나올 예정이다. 다만 윤 센터장은 “부남호 수질은 이미 (나쁜) 수준을 넘어선 상태이고, 바닥에 있는 오니도 변함이 없다”며 “더 나빠졌는지는 지금 알 순 없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물이 순환되는 최소 3년간 어민 보상해야

어민들은 부남호의 물이 빠져나올 때마다 진한 흙내가 난다고 토로한다. “여름에 진짜 비 많이 올 때 민물을 빼면 붕어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럼 흙내라고 있어요. 민물고기에서 나는 냄새거든요. 물 뺐을 때는 (천수만에서) 양식하는 숭어나 우럭에서 그 냄새가 나요.” 태안군 남면 당암리 어촌계장 김명순(67)씨가 말했다. 물로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흙내가 빠지지 않아 결국 관광객이나 손님이 피해를 본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이곳 어민들은 주로 숭어와 우럭, 바지락 양식장을 한다. 처음부터 양식장이 활발하던 곳은 아니었다. 방조제가 생기면서 조류가 약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민들이 양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낚시꾼이 몰리는 곳이라 낚시터를 운영하는 어민도 꽤 된다. 부남호 방조제와 맞닿은 당암리와 서산시 부석면 창리에서 어업을 하는 이는 1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인근 간월도까지 더하면 150여 명이다. 이들의 걱정은 오로지 부남호 방류다.

부남호 방류는 비가 많이 오거나 수위가 높아지면 이뤄진다. 어촌계에 사전 통보를 하지만, 방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김현진(52) 창리 어촌계장은 “방류된 물이 몰려와도 막을 방법은 없다”며 “그러려니 하면서 고기를 조금씩 죽여가며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방조제 인근에서 때때로 발생하는 물고기 드의 집단폐사도 부남호 방류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2020년 장마가 길었을 때 부남호의 방류량도 늘었는데 당시 양식하던 굴과 바지락이 집단폐사를 했다. 김명순씨는 “2020년에 물을 많이 빼서 피해가 컸다. 몇몇 어촌계에서 소송을 걸었는데 2024년 2월 (부남호 간척사업자이자 관리주체인) 현대로부터 약 40억원의 보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근방 어민들이 방류로 인한 보상을 받은 건 이 사례가 처음이다.

다만 매년 더 나빠지는 부남호 수질을 받아안아야 하는 처지라, 이들도 근본적으로는 부남호 수질 개선을 간절히 원한다. “제일 좋은 건 역간척을 하는 게 맞아요. 물이 순환되고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몇 년 동안 오염이 개선되겠죠. 다만 그에 맞게 어민들에게 보상해줘야 해요. 이 앞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그래야 수긍하죠. 양식하는 사람들 최소한 3년은 못할 거 아닙니까. 그 많은 슬러지(침전물)가 내려오는데 고기가 남아나겠어요.” 인근에서 12년 동안 어업을 해온 박태욱(38)씨가 말했다.

사실 부남호 수질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충남도도 이를 인지해 2015년부터 역간척을 추진했고, 양승조 충남도지사 시절인 2019년 부남호 역간척 기본계획을 세웠다. 2030년까지 2937억원을 투입해 하구 복원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21년 역간척에 따른 해양환경영향을 분석하고, 정부의 국가계획에도 역간척 사업이 반영됐지만 정권이 바뀌고 도지사가 바뀐 이후 진행이 잘 되지 않고 있다.

2024년 3월12일 충남연구원 이상우 연구원이 부남호에 쌓인 퇴적물을 채니기를 통해 끌어올리고 있다. 이 퇴적물에선 산소가 없어 달걀 썩은내가 난다.

어민 설득·분석까지 마쳤는데 계속 타당성조사만

역간척 사업의 핵심은 네덜란드의 휘어스호 사례처럼 방조제에 터널을 뚫어 해수를 조금씩 유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통선문을 설치해 배가 안쪽으로 드나들도록 하는 것이다. 충남도는 당시 환경단체나 군, 정부와 함께 논의해 사업을 발전시켰고 역간척에 따른 영향분석 용역도 맡겼다. 2020년엔 생태지평연구소와 함께 역간척 추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도 열었다. 서산시와 태안군, 환경단체도 한데 모였다. 생태지평연구소와 연이 있는 독일의 갯벌 전문가 아돌프 켈러만 박사가 해안선 복원과 관련한 발표를 한 것도 이때다.

부남호 역간척 논의에 참여했던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현 생태지평연구소 이사장)는 이렇게 말했다. “부남호 계획을 3년으로 잡았거든요. 해수 유통을 2천 번 정도 하는 거예요. 조금씩 해수 유통을 늘리면 수질은 개선되면서 인근에 피해를 안 줄 수 있어요. 통선문을 만들면 태풍 때 어선을 부남호 안쪽으로 대피시킬 수도 있고요. 당시 어민들도 많이 반대했는데 이런 것을 설명해서 다 동의했어요.” 그는 실제 충남도의 부탁을 받아 여러 차례 어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직접 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2021년 7월 펴낸 ‘부남호 역간척에 따른 해양환경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부남호는 30년 이상 누적 오염에 의하여 저층수는 COD가 약 200㎎/ℓ로 심하게 오염이 진행된 상태이고, 이는 전체 부남호 전체 물량의 4분의 1 수준인 2500만t 정도”라며 “최대 100m×3m 해수 유통 터널을 설치해 부남호 저층수를 하루 5만t으로 유출시킬 경우, 천수만 최내측 영향은 없다. 배출시 빠르게 희석되어 천수만 배경농도로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부남호 역간척은 타당성조사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엔 반영됐지만 같은 해 타당성 기술 검토회의만 열렸고, 이후 관련 토론회만 한 번 열린 게 전부다. 충남도는 2024년 정부 차원의 생태복원 타당성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의에 참여했던 어민들이나 환경단체 쪽에선 도지사가 바뀐 뒤 확실히 태도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남도 해양수산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박태욱씨는 “안 그래도 도지사가 바뀌고 나서 역간척을 알아봤는데 전혀 언급이 없는 상태”라며 “2023년 회의할 때도 공무원들에게 (역간척 사업 추진 현황을) 물었는데 들은 게 없다고 했다. 양승조 도지사 때 추진하던 담당 공무원들도 인사가 나서 다 바뀐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민들 입장에서도 역간척을 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아쉽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얘기가 쏙 들어갈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다만 충남도 입장에선 중앙정부가 좀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윤 센터장은 “충남도도 분명 역간척을 할 의지는 있다. 그런데 솔직히 해양수산부가 좀더 강하게 나가줘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역간척 계획을 올려도 결국 사업주체는 국가이기 때문”이라며 “해수부가 전방위로 지원해줘야 하는데 전례 없는 사업이다보니 부남호 역간척 같은 큰 사업을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둑으로 막힌 하구 생태계는 부남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규모를 더 넓혀보면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등 우리나라의 대형 하구들도 둑이 생기면서 생태계가 점차 파괴됐다. 다른 하구의 상황은 어떨까. 해수 유통이 전혀 되지 않는 부남호와 달리 적은 양이나마 유통을 시작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여기도 정권이 바뀌고 해수 유통 확대가 막힌 건 마찬가지였다.

대조기가 되면 낙동강 하굿둑 9번 수문을 넘어 바닷물이 상류로 올라온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24년 3월6일 9번 수문을 통해 낙동강 물이 하류로 쏟아지고 있다.

2024년 3월7일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11개 기둥과 10개 수문으로 이뤄진 낙동강 하굿둑이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물을 턱하니 가로막고 서 있었다.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좌안(동쪽) 하굿둑 쪽으로 걸어가자 먼저 갑문이 보였다. 갑문과 하굿둑 첫째 기둥을 지나자 푸른 낙동강물이 9, 10번 2개 수문을 넘어 하류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낙동강 좌안 하굿둑에는 모두 10개의 수문이 있다. 수문 기둥에 매인 여덟 가닥의 굵은 쇠줄이 철수문을 들고 내리면서 강물을 막거나 흐르게 한다. 10개 수문 가운데 1, 2, 9, 10번 등 4개의 조절 수문을 넘어 낙동강은 바다로 간다. 가운데 3~8번 수문은 통상 열리지 않고 낙동강물을 가로막고 서 있다. 좌안 하굿둑을 따라 하단동 쪽으로 걸어가자 1, 2번 수문에서도 역시 푸른 낙동강물이 쏟아져 내렸다.

하굿둑이 육지 쪽과 만나는 곳에 ‘나루쉼터’라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쉼터의 정자 계단에서 쉬고 있던 한 여성 노인은 “예전엔 여기에 물고기도 많고 조개(재첩)도 많았는데, 하굿둑을 막은 뒤 다 없어졌다. 내 고향이 통영인데, 하굿둑을 막은 뒤 통영까지도 물고기가 줄었다고 한다. 강물을 막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굿둑은 완공된 지 35년 만인 2022년 2월 공식적으로 열렸다. 10개의 수문 가운데 9번 수문을 음력 보름과 그믐의 대조기(사리)에 하루 2~4시간 정도 연다. 이 9번 수문을 통해 강물보다 높아진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조기는 한 달에 두 번 바닷물이 강물보다 높아지는 시기로,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한다.

환경부는 이 수문 개방으로 2022년 상류 5㎞까지 162일 동안, 2023년 7.5㎞까지 191일 동안 기수역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1년에 절반 동안 짠물이 하굿둑 상류의 강물에 들어와 있었다는 뜻이다. 기수역이란 강물과 바닷물이 섞인 갯물 수역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바닷물이 상류로 거슬러온 횟수와 양은 2022년 43회 166만㎥, 2023년 48회 489만㎥였다. 2022년 2월 발표된 계획은 상류 15㎞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했으나, 실제는 상류 12㎞가 가장 많이 올라간 것이다.

2019년 이후 개방 실험, 시범 개방, 정식 개방에 따라 회유성 어종인 뱀장어·연어 등이 하굿둑 상류에서 다수 확인됐다. 또 숭어나 농어, 고등어, 학꽁치, 점농어, 문절망둑, 웅어, 갈치, 전어, 은어, 줄공치 등 다양한 물고기가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 회유성 어종이자 가치가 높은 실뱀장어(뱀장어 새끼)는 수문 개방 뒤 하굿둑 상류에서 4배로 늘어났다. 하굿둑 건설 전 낙동강 하구에 지천이었다는 재첩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농민도 어민도 죽인 낙동강 하굿둑

과거 낙동강 하구 을숙도 일대 낙동강 기수역은 자연 생태계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섬 대부분이 갈대밭과 습지로 이뤄진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고니, 큰기러기, 고방오리,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붉은부리갈매기 등 철새 수십만 마리가 몰려들었다. 기수역의 물고기도 다양해서 뱀장어와 흰베도라치, 실양태, 밴댕이, 고등어, 참서대, 멸치, 주둥치, 도화망둑 등 수백 종의 어류가 바글바글했다. 섬진강 재첩보다 씨알이 굵은 낙동강 재첩은 부산의 대표적인 해장국 재료였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의 바닷물은 1987년부터 상류로 단 1m도 올라가지 못하게 됐다. 길이 2230m, 최고 높이 18.7m에 이르는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부는 부산·울산·경남에 안정적인 물과 주택지, 공단 부지를 공급한다며 1573억원을 들여 하굿둑을 건설했다. 그러나 하굿둑 건설 뒤 기수역 생태계가 사라져버렸다. 하굿둑이 강물과 바닷물을 완전히 갈라놓은 것이다.

평생을 낙동강 주변에서 농사지은 김봉우(70)씨는 “하굿둑이 없을 때도 농사짓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짠물이 섞인 물로 벼농사도 짓고 상추, 배추, 열무 농사도 다 지었다. 농민들은 하굿둑을 지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하굿둑 막아서 수질이 안 좋아졌고, 낙동강을 다 망쳐버렸다. 하굿둑을 개방하는 게 농민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하굿둑이 놓이기 전부터 낙동강 하구에서 어업을 했다는 부산시 수협의 오성태(66) 조합장도 “하굿둑을 막아 어업에 막대한 지장을 줬다. 수산자원이 풍부했던 낙동강 하구의 어업이 거의 죽어버렸다. 어선이 10분의 1로 줄었다. 하굿둑으로 막혀 물고기가 바닷물과 강물을 오가지 못하게 됐고, 수질도 나빠졌다”고 말했다.

낙동강을 막은 뒤 기수역 생태계가 무너지자 환경단체들은 하굿둑 개방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개방 운동이 벌어진 것은 하굿둑 완공 20년이 지난 2007년이었다. 당시 ‘낙동강 하구를 열자’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지역언론 매체가 호응했다. 낙동강 하굿둑 문제를 다룬 기획 기사가 나왔고, 환경단체들은 국내외 토론회를 열었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굿둑의 갑문(나무 울타리 있는 곳)과 수문(가운데 기둥)의 모습.

시민들과 주민이 연대해 시작한 개방 요구

하굿둑 완공 25년이 된 2012년에 이르자 개방 목소리는 더 커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였고,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이해에 60여 개 시민·주민 단체로 이뤄진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가 발족했다. 하굿둑 개방 운동의 핵심 연대단체였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움직이자 박근혜 정부도 반응했다. 낙동강 하구에 대해 2013년 낙동강유역환경청, 2014~2015년 환경부가 두 차례 연구해 보고서를 냈다. 결국 2015년 9월 새누리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은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시에 낙동강살리기추진단을 출범시켰다. 환경단체와 주민, 야당의 요구를 여당 시장이 받아들인 보기 드문 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 사례였다.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했다. 특히 2018년 물관리 일원화 법률들이 처리되면서 환경부가 물 관련 업무의 대부분을 맡게 되자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급물살을 탔다. 2019~2020년 세 차례 하굿둑 개방 실험을 했고, 2021년에도 네 차례 시범 개방했다. 2021년 낙동강 하구통합 운영센터도 문을 열었다.

결국 2022년 2월9일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역사적인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방안’을 의결했다. 그 내용은 첫째,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로 올라올 수 있게 1개 수문을 개방한다. 둘째, 염분 피해 방지와 안정적 용수 공급을 위해 하굿둑 상류 최대 15㎞까지 기수역을 조성한다. 셋째, 상류의 대저수문(상류 15㎞)과 운하천(상류 23㎞)을 정비해 기수역 구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다른 하구(금강·영산강)의 복원 사업을 지원하며, 주요 강 하구 복원을 입법한다는 것이었다.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의 최대현 운영위원장은 “처음에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요구하던 것을 민주당이 받아들였고, 다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도 받아들이면서 모두 동의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물관리 업무가 모두 환경부로 통합된 것도 중요한 대목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시 권재섭 하천관리과장은 “오랫동안 시민단체가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연구, 실험해서 개방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그 기조대로 변함없이 지속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권 바뀌자 12㎞에서 멈춰버린 바닷물

이제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어디로 갈까? 2022년 2월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확대하고 금강과 영산강의 복원도 지원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도 마련해야 한다고 중장기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뒤인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낙동강 하구 기수역 생태계 복원 계획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모두 취소해버렸다. 현재 환경부는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나 어민들도 현재의 개방 수준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모든 수문을 완전히, 상시 개방해서 평소에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 18㎞ 정도까지 올라가게 해야 한다. 현재처럼 상류 12㎞까지로 바닷물 유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기수역 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수문을 완전히, 상시 개방하면 바닷물이 물금, 매리 취수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대조기 때는 일시적으로 하굿둑 수문을 닫아 바닷물이 상류 20㎞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좀더 대담한 요구를 내놓았다. 부산시 수협의 오성태 조합장은 “낙동강 하구의 어업을 진정으로 살리겠다면 하굿둑만 열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8개 낙동강 보를 모두 열어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가서 알도 낳고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 많은 물고기가 기수역으로 몰려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부산시, 한국수자원공사 등 5개 기관이 공동 발표한 ‘낙동강 하굿둑 운영 개선 및 생태 복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하굿둑 개방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1안은 전면 개방(상류 40㎞ 이상), 2안은 상류 20㎞ 이하로 개방, 3안은 현재처럼 상류 15㎞ 이하로 개방이다.

이 세 방안 가운데 기수역 생태계 복원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물론 첫째다. 생물종이 현재의 300종에서 1980여 종으로 6배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복원 비용이 3조2천억원으로 크고, 비용 대비 편익(B/C)이 0.54로 경제성이 낮다. 가장 경제성이 높은 방안은 상류 20㎞까지 바닷물을 유입하는 2안이다. 2안은 생물종이 1335종으로 4배 이상 늘어나고, 비용은 6219억원이며, 비용 대비 편익은 1.80으로 가장 높다. 현재 시행 중인 3안은 생물종이 611종으로 2배로 늘어나고 비용은 4830억원, 비용 대비 편익은 1.04였다.

환경부 김종률 물환경정책관은 “앞으로도 농업용수나 식수 등 수자원 이용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운영할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을 모범 사례로 만들어 금강·영산강 등 다른 하굿둑으로도 개방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시민들, 지방·중앙 정부가 모두 합의해 추진해온 사업이어서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수역 생태계 복원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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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충남)=글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사진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부산=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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