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가능성, ‘갑상선 호르몬’에서 찾았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연구팀
“갑상선 호르몬 결핍되면 알츠하이머 치매 가속화”

뇌 속의 갑상선 호르몬이 결핍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이 밝혀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 내 갑상선 호르몬 결핍 간의 상호 관계가 규명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로, 연구팀은 활성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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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실험용 쥐의 뇌 속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확인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6일(현지시각) 게재됐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인지장애와 기억손상이 주증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과도한 축적으로 인해 신경세포의 손상과 지속적인 신경염증성 반응이 나타나는 게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갑상선 호르몬은 뇌 발달과 기능에 중요한 호르몬이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불균형이 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인지적 기억 능력 저하와 뇌 안개 같은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과 상당한 유사함을 보인다.

또 앞선 역학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혈액‧뇌척수액과 사후 뇌 조직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변화가 보고됐다. 다만 뇌 속 갑상선 호르몬 대사 과정의 변화와 갑상선 호르몬 결핍이 병리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명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킨 실험용 쥐의 뇌 속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변화, 갑상선 호르몬 관련 효소와 세포단백질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의 해마 영역에서 갑상선 호르몬의 수치가 치매 초기 단계부터 감소했고, 혈중 갑상선 호르몬 수치 감소보다 더 빠르게 낮아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치매 쥐의 해마 영역 내 갑상선 호르몬 수치 감소가 뇌에서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와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제2형 탈 요오드 효소(Type 2 deiodinases‧이하 DIO2)의 감소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치매 쥐의 DIO2 발현 감소는 뇌세포의 갑상선 호르몬 이용을 저하시켰고, 뇌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완전히 고갈된 치매 쥐의 미세아교세포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지 못해 인지적 행동 장애가 더욱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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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뇌 내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한 알츠하이머 치매 쥐를 치료하기 위해 활성형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쥐의 기억과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됐고 뇌 내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과도한 축적이 감소했다.

묵인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갑상선 호르몬이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에 대한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반응을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며 “갑상선 호르몬 보충을 통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갑상선 호르몬의 불균형과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갑상선 호르몬 감소를 뇌에서 확인했다”며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 장애와 미세아교세포에서의 역할을 명확히 해 효과적인 갑상선 호르몬 치료 요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연구에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