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제3의 주연 모래벌레…지구에도 있을까?

김지숙 기자 2024. 3. 1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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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거대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가 등장하는 영화 ‘듄:파트2’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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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듄’과 ‘듄:파트2’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Q. 최근 개봉한 에스에프(SF) 영화 ‘듄:파트2’(듄2)의 주된 배경이 되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는 독특한 생명체들이 사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거대한 모래벌레와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사막쥐 등인데요, 지구 동물들 가운데 이들과 비슷한 동물이 있을까요?

A. 지난달 28일 개봉한 ‘듄2’가 개봉 20여 일 만에 누적 관객 수가 16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뜨겁습니다. 2021년 10월 개봉한 전작 ‘듄’보다 더 빨리 많은 관객 수를 모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듄 시리즈의 인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듄친자’(듄에 미친 사람들)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아라키스 행성만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생명체들이죠.

영화 ‘듄 시리즈’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아라키스에 서식하는 토착 생물로 거대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와 사막 쥐 ‘무앗딥’ 등을 그리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특히 아라키스 행성의 토착 생물인 거대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는 주연을 맡은 티모테 샬라메(티모시 샬라메)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들은 이 모래벌레를 영적인 존재로 신성시하며 장거리 이동이나 전투에도 이들을 활용합니다.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에서는 샤이 훌루드가 원통형인 몸의 길이가 최대 450m까지 자라며 직경 80m에 달하는 입을 지닌 생명체로 나오죠. 입 안쪽으로는 뾰족한 이빨이 빼곡하게 돋아나 있고요.

샤이 훌루드가 커다란 입을 벌려 한 무리의 사람과 기계를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장면은 무시무시합니다. 실제 이러한 생명체가 지구에 살고 있다면 섬뜩할 것 같은데요, 듄 시리즈와 과학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샤이 훌루드와 비슷한 생물 찾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고생물학자 루크 패리 박사는 현생 동물 가운데서는 바닷 속에 사는 환형동물, 거대지렁이 등이 거대 모래벌레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사진은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를 떠올리게 하는 왕털갯지렁이. 위키피디아 코먼스

지난해 미국과 독일 연구팀이 미국 유타주 북부에서 새로 발견된 5억년 전 화석에 ‘샤이 훌루드’의 이름을 딴 종명을 붙인데 이어, 최근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까지 이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네이처는 지난 8일(현지시각)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고생물학자 루크 패리 교수에게 과연 지구에도 거대 모래벌레와 비슷한 생명체가 있는지를 물어 문답형식(Q&A)으로 소개했습니다. 패리 박사의 답변을 종합하면, 샤이 훌루드와 완벽히 같은 동물은 없지만, 개별적인 특징을 하나씩 지닌 생명체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샤이 훌루드는 사막의 모래 속에 살며 몸집이 거대한 지렁이로 그려집니다. 또 진동을 통해 다른 생명을 감지해 사냥에 나섭니다. 패리 박사는 “샤이 훌루드처럼 크지는 않지만, 호주에 사는 거대지렁이(Megascolides Australis)는 몸길이가 최소 2m에 달한다. 또 바다에 사는 환형동물 가운데 몸이 수 미터까지 자라는 육식성 수염갯지렁이과 동물들이 있는데, 이 동물들은 큰 턱을 지니고 있어서 문어, 오징어 등을 먹이로 삼는다”고 말했습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새예동물 ‘오토이아’. 위키피디아 코먼스

비록 이 생물들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크긴 하지만 샤이 훌루드의 무시무시한 이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빨을 지닌 지렁이도 있을까요? 패리 박사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새예동물을 그 예로 듭니다. 그는 “새예동물은 거대 모레벌레가 입 안쪽에 수많은 이빨을 가진 것처럼 코 주변에 가시돌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모래벌레들이 모래 속에서 이동하는 것처럼 캄브리아기 초기 땅속에 복잡한 굴을 만들어 지나다녔다”고 설명합니다.

진동에 민감한 모래벌레의 특성도 실제 지렁이에게서 따온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과거 여러 연구를 보면 재갈매기나 육지거북 등은 지렁이를 사냥할 때 발로 땅을 연달아 밟아 진동을 일으키는데, 그러자 땅속 지렁이들이 이 진동을 비가 오는 신호나 포식자의 추격으로 착각해 땅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죠. 이 밖에도 패리 박사는 모래벌레의 피가 영화 속에서 ‘생명의 물’로 여겨진 것처럼, 지렁이들은 5억 년 전부터 바닷속 퇴적물을 헤집고 다니며 ‘캄브리아기 생물 대폭발’(다양한 생물종이 갑자기 출현한 지질학적 사건)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화 ‘듄’에 등장하는 사막 쥐 ‘무앗딥’.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아라키스 행성에 모래벌레만 있는 것은 아니죠. 작은 몸집으로 모래벌레에 버금가는 생명력을 지닌 사막쥐 ‘무앗딥’은 거친 사막에 적응한 강인하고 현명한 생물로 그려집니다. 무앗딥은 자신의 체내 수분을 이용해 살아남으며 커다란 귀, 긴 뒷발, 동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외모로 그려지죠. 이러한 특징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현생 동물들이 있는데요, 바로 주머니쥐와 캥거루쥐, 날쥐(저보아) 등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시의 카브리요 국립공원은 이곳에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머니생쥐와 샌디에이고주머니생쥐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무앗딥과 비슷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이 주머니쥐들은 털로 덮인 뺨에 씨앗을 저장할 수 있는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 이 주머니는 입과 분리되어 있어 씨앗에서 귀중한 수분을 지킬 수 있다. 이들은 신진대사가 매우 빠르고, 신장 기능이 발달해 있어서 따로 물을 마시지 않고도 씨앗이나 풀, 곤충 등을 먹어 체내에서 필요한 수분을 충당한다”고 전했습니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캥거루쥐. 위키피디아 코먼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브리요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주머니쥐. 카브리요 국립공원 제공

이처럼 뛰어난 적응력은 미국의 주머니쥐들과 비슷하지만, 무앗딥의 생김새만 보면 아프리카·유라시아에 사는 설치류 날쥐나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캥거루쥐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날쥐나 캥거루쥐 또한 주머니쥐들과 마찬가지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짧은 앞발에 견줘 긴 뒷발로 껑충거리며 사막을 이동하는 모습이 무앗딥과 매우 닮아 보입니다.

듄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요. 저는 영화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막의 장대한 아름다움이나 생물들의 독특한 생태를 세밀하게 담아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래벌레, 사막쥐 말고도 여러 생물을 차용한 모습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이들이 사용하는 비행물체 ‘오니솝터’는 잠자리를, 암살 드론 ‘헌터 시커’는 벌새나 올챙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쩐지 사막 행성 안에는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더 많은 동물이 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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