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전공의들, 과외·배달… “당장 복귀는 없다”

김린아 기자 2024. 3. 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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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사직 처리가 안 돼 새로운 일을 찾을 순 없고, 일단 쉬자는 생각에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초부터 한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에서 신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었다는 전공의 A 씨는 '집단 사직 한 달' 간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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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사직 한달, 뭐하고 있나…
대부분 “마음 불편하지만 휴식”
병원 행정직 등 개원의 후원도
여론 악화에 사명감도 떨어져
“일반의로 빠져 피부·미용할것”

“병원에서 사직 처리가 안 돼 새로운 일을 찾을 순 없고, 일단 쉬자는 생각에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초부터 한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에서 신규 인턴으로 일할 예정이었다는 전공의 A 씨는 ‘집단 사직 한 달’ 간의 근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인턴 계약이 무산되면서 예정됐던 결혼식도 무기한 연기돼 답답하다”면서도 “당장 돌아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 B 씨도 “여기저기 여행 중이지만, 의·정 갈등이 격해지고 있어 마음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지난달 19일부터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이 한 달째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1만2910명 전공의 중 계약을 포기했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이는 1만1999명(92.9%)에 달한다. 정부는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약 9000명에 대해 지난 5일부터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한 달간 휴식을 취하거나 ‘겸직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사 면허가 필요 없는 과외나 배달 아르바이트 등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의사 면허를 준비하거나 펀드매니저 등 아예 전직을 생각하며 ‘장기전’에 나선 이들도 있다. 한 ‘빅5 병원’ 정형외과 C 교수는 “특히 가정이 있는 전공의들은 ‘페이닥터’로 취업을 하려 해도 겸직 논란이 있다”며 “대리운전을 한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가 전공의들의 재취업을 돕겠다며 지난 3월 초 개설한 ‘구인·구직 게시판’에는 자신을 ‘사직 전공의’라 소개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글이 200건 이상 등록된 상태다.

개원의들이 모인 의사 비공개 커뮤니티에는 ‘후배 전공의’들을 돕기 위해 병원 행정직 알바로 채용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생계가 급한 전공의들을 정리한 ‘후원 명단’도 돌고 있다. 한 대형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예정이었다가 임용포기서를 쓰고 나왔다는 한 전공의는 “(선배 의사의) 후원을 받게 돼 감사하다. 집 근처 의료기관 면접을 봤고, 내일부터 출근을 한다”며 “(이제) 후원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사직 수리가 안 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외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거나 겸직 근무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병원 내부에서는 전공의 파업 사태가 일단락돼도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면서 주변과 소통을 단절하는 전공의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C 교수는 “특히 필수 과목 전공의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여론이 악화하니 그만두고 군대에 가거나 일반의로 빠져 피부 미용 시술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할 예정이었다는 D 씨는 “소아과 전공의라 사명감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이번 사태로 의사를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악마화하는 것 같아 의사로서 사명감을 갖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며 “주변에 병원으로 돌아가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고 아예 전직을 해 펀드매니저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김린아·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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