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민주당이 보증 선 ‘통진당 후신’ 몰려온다

이슬기 기자 2024. 3.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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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후신 진보당이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연대를 통해 원내 입성을 노리고 있다. 통진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판결로 강제해산된 집단이다. 이들 세력은 나중에 재결집해 민중당, 진보당을 꾸렸다. 국가보안법 위반 및 내란선동 확정 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이 속했던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이다. 민주당이 ‘반윤(反윤석열) 연대’를 명분으로 이들이 제도권 정치로 들어오는 통로를 열어줬는데, 적절한 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진보당 윤종오 울산북구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무소속 이상헌 의원과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야권 비례 위성정당 협상 과정에서 자당 현역 의원 지역구인 울산 북구를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이 의원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후, 윤 예비후보 측에 단일화 경선을 제안했었다.

윤 예비후보는 20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의원이 재보궐선거로 울산 북구 의원직을 이어 받았고,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윤 예비후보는 NL(민족해방)계열 정당인 새민중정당을 만든 뒤 민중연합당과 합당, 민중당에서 활동하다가 의원직을 잃고 탈당했다. 현행법을 어겨 의원직을 박탈당한 인물이 제1야당과의 연대를 발판으로 원내 재입성을 노리는 것이다.

전날에는 부산 연제구에서 진보당 노정현 후보가 연제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이성문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경선은 100% 국민 여론조사(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 후보는 근소한 차이로 이 후보를 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동구군위을에서도 진보당 황순규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이로써 지역구 세 곳에서 진보당 후보가 민주당의 양보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비례대표 3인의 원내 입성도 유력하다.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진보당이 추천한 후보 3인을 모두 당선권에 배치했다. 정혜경 전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은 비례 5번, 전종덕 전 민노총 사무총장과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이 각각 11번, 15번을 받았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선 비례 17번까지 당선됐다.

전남도의원을 지낸 전종덕 전 사무총장은 통진당 출신으로 이석기 전 의원 사면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8·19대 총선과 2014 지방선거 때 민노당 및 통진당 후보로 출마했고, 경기동부연합 출신 양경수 전 민주노총 위원장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다. 손솔 후보도 통진당 후신인 민중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는 “40% 이상 득표율로 20석 이상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12년 3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손을 잡으며 웃고 있다. /조선DB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10여년 전 제도권 밖으로 쫓겨났던 반미·친북 세력의 부활을 돕는다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은 19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통진당과 대대적인 선거 연대를 꾸렸다. 경선 형식을 취하되, 일부 지역에선 민주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식이었다. 이렇게 통진당에 16개 지역구를 양보했고, 이들 세력이 대거 국회로 들어왔다. 이후 핵심 인물인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통진당은 헌재 판결에 따라 해산됐다.

우려의 목소리는 당내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통진당은 위헌정당판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19대 국회 당시엔 그나마 ‘정상적 정치집단’이었지만, 헌법으로 강제해산된 지금은 그때와 똑같을 수 없다”고 했다. 또 “과반 의석 달성이 지상과제인 건 맞지만, 이런 사람들을 또 제도권 정치로 끌고 들어온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동부연합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과 단일화했다. 당시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의 정치적 지원을 받아 당선됐고, 이후 통진당 인사 다수가 인수위원회에 포함돼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보수 진영에선 이 대표가 이런 정치적 관계에 근거해 진보당에 비례대표 안정권을 내줬다는 말이 나왔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정치권에서는 성남시장 선거때 통진당이 이 대표를 도왔다는 점과 성남시 청소용역 업체 선정과정에서 통진당 관련 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 양측의 관계가 복기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 대표는 헌재가 해산을 명령한 통진당 후신 그룹과 연대할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자신과 진보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해명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종북 논란이 있는 세력을 끌어들일 합리적인 명분도, 그걸 설득할 태도도 안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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