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황의조 동영상’ 재생... 피해자는 1시간을 울었다

이혜진 기자 2024. 3.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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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동영상’ 피해자 A씨, 형수 이모 씨 1심 판결 후 입장문
축구선수 황의조. /뉴스1

축구 선수 황의조가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되며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황의조 형수 이모 씨의 1심 판결 후 “판결문에는 진짜 피해자인 제가 없다”며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19일 KBS는 이른바 ‘황의조 동영상’ 속 피해 여성 A씨의 심경이 담긴 입장문을 공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지난 14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및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황의조 형수 이 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사진과 영상 만으론 피해자 황의조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신상을 특정하기 어렵고, 피해자 중 황 씨와 합의한 피해자는 형수 이 씨의 선처를 구하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했다.

A씨는 판결문에 대해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판결문에는 진짜 피해자인 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판결문으로 특정되지 않은 피해자의 불법 영상 유포는 사회적으로 용인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고 했다. 그는 “얼굴이 잘렸다고 영상 속 여자가 피해자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제 벗은 몸이 국내외 사이트에, 단톡방에 수억 개가 복제돼 돌아다닌다. 유포가 확산되면 될수록 저의 불안감, 공포심은 더욱 커진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지인들은 영상 속 인물이 자신임을 알 수 있다면서 “가해자 변호인과 황의조 부모, 친형, 형수 이 씨의 형제와 부모 등 제 신상을 아는 사람은 족히 세어봐도 50여 명이 넘는다”며 “저의 주변 관계가 모두 무너졌다. 모든 인연을 끊고 숨어서 지내는 것 말고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A씨는 선고 전날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특히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관련 동영상이 법정의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됐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영상 시청을 위해 재판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기사를 봤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비공개로 재판이 전환됐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영상이 시청됐다. 제 벗은 몸의 영상을 개방적인 공간에서 왜 함께 시청되고 공유돼야 하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비공개 전환 당시 법정에 있었던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범죄를 단죄하는 과정에서조차 피해자가 누구인지 아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게 되는 상황과 피해자가 갖는 성적모욕감이 유포 범죄가 갖는 본질”이라면서 “피해자가 당일 전화 와서 자신의 영상이 에로영화라도 되는 것이냐며 한 시간을 울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조사로 영상을 보는 과정을 원칙적으로 운영했다”면서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18일 이 씨 선고 결과에 대해 “피해자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제로 광범위하게 유포돼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면서 황 씨 형수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1심 선고형량이 가볍다고 판단된다”면서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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