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식당서 뮤지컬 관람?… "배우가 서빙한 맥주맛 어때"

이예빈 기자 2024. 3.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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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뮤지컬 펍 '커튼콜', 배우·관객 한자리
"해외여행 온 것 같아"… 뉴욕 브로드웨이 생각나
"아는 노래라 더 신나"… 따라 부르는 관객들 환호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위치한 뮤지컬 펍 '커튼콜'이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커튼콜 내부 차양. /사진=이예빈 기자
최근 음식점에서 관객과 배우가 소통하는 장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음식점이 선보이는 문화 콘텐츠는 뮤지컬이어서 이목을 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위치한 뮤지컬 펍 '커튼콜'. 지난 15일 오후 6시 30분, 가게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연상시켰다. 화려한 조명의 차양과 뮤지컬 대본, 그리고 테이블을 가로지르는 무대가 눈에 띄었다. 빨간 커튼이 극장 분위기를 자아냈다.
좌석은 만석이었다. 방문객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가게는 캐주얼한 분위기로 커튼콜 장성근 대표는 뮤지컬 배우인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주방일을 돕고 있었다.
음료와 함께 나오는 코스터로 계산하기 전 배우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사진=이예빈 기자
자리에 앉자 채현 배우가 본인을 소개하며 코스터를 건넸다. 코스터는 술 한 잔과 함께 나오는 잔 받침대다. 이 코스터로 계산하기 전 네 명의 배우에게 투표할 수 있다. 미국 팁 문화를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입장권에 포함된 음료를 주문하고 라구 파스타와 칠리 치즈 프라이를 주문했다. 뮤지컬 티켓인 입장권은 손님을 관객으로 탈바꿈시킨다. 리플렛도 마찬가지.
사진은 주문한 칠리 치즈 프라이와 라구 파스타. /사진=이예빈 기자


공연 중 사진 촬영과 음식 섭취는 모두 가능… "즐겨주세요"


가게는 분주했다. 배우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빠르게 가게를 돌아다녔다. 배우들은 바쁜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녁 7시, 빨간 커튼이 공연 시작을 알리는 듯 천천히 닫혔다.
그러자 채현 배우가 무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공연 시작을 알렸다. 그는 관객에게 음식과 술을 즐기며 감상해달라는 재치 있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위치한 뮤지컬 펍 '커튼콜'은 만석이다. 사진은 공연 중인 배우들의 모습. /사진=이예빈 기자
남녀 배우가 두 명씩 짝을 지어 연극을 했다. 방금까지 바쁘게 음식을 나르던 직원이 마이크를 쥐니 새로웠다.
관객들은 열연하는 배우를 보며 팬심의 눈빛과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맥주를 따르던 대표 역시 마찬가지.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즐겼다.
손님들이 배우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이예빈 기자
들어본 듯한 뮤지컬 넘버를 진심으로 부르는 배우들이다. 높은 몰입감이다. 신나고 밝은 분위기의 곡을 부를 땐 배우가 공간을 돌아다니며 관객과 호흡했다. 그들은 즐겁게 따라 부르는 모습이었다. 슬픈 곡은 배우가 손끝을 떨 정도로 열창했다.
손님들이 커튼콜 다음 타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예빈 기자


" 캣츠의 넘버 '메모리'가 나올 때 울컥"


공연뿐 아니라 음식도 높은 퀄리티다. 1부와 2부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가게 문밖엔 다음 타임 손님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인기를 실감했다.

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대학생 유지아씨(여·21세)는 "한국에서 뮤지컬을 볼 때 일명 '시체관극' 문화가 있는데 여기는 경직돼 있지 않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유씨와 함께 온 임아림씨(여·21세)는 "매우 즐겁다. 해외여행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퇴근한 뒤 커튼콜에 방문한 양모씨(여·50대)는 "뮤지컬 좋아하는 딸이 여기 오면 너무 좋아할 것 같다. 캣츠의 넘버 '메모리'가 나올 때 울컥했다. 다들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내내 배우들을 찍느라 휴대폰을 놓지 않던 권현주씨(남·24세)는 "뮤지컬을 정말 좋아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됐다"며 "배우들이 부르는 곡이 아는 곡이라 더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커튼콜의 배우(왼쪽부터 김수안·이채현·김혜인·유진). /사진=이예빈 기자


실력 있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4명의 배우


4명의 열정 넘치는 배우들은 각자 특색이 넘친다. 실력이 뛰어난 만큼 그들은 연습에도 진심이다. 배우 혜인씨는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니만큼 연기나 노래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단체 연습도 열심히 한다"면서 "새벽까지 연습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 역시 진심으로 화답한다. 혜인씨는 초반에 현장에서 긴 분량의 감동적인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팬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었다. 긴 편지를 처음 받아봤다"고 했다.

배우 유진씨는 "한 커플이 함께 긍정적인 기분을 느꼈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며 "밝은 기운이 관객에게 느껴져 행복을 전할 수 있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배우 수안씨는 "항상 즐겁다. 극장에선 관객 표정을 알 수 없다. 여기선 연기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생생히 느껴져서 좋다"고 했다.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공간 '커튼콜'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뮤지컬 펍 '스타더스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은 커튼콜 장성근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주방일을 돕는 모습. /사진=이예빈 기자


"뮤지컬 문화가 널리 퍼지길"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공간 '커튼콜'은 어떻게 탄생이 됐을까.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장성근 커튼콜 대표는 기대를 품고 아내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를 감상했다. 하지만 즐기기보단 이해하려 노력하는 기분이었던 그들은 뮤지컬 펍인 스타더스트로 향한다.

스타더스트는 장 대표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대극장 못지않은 울림이 느껴졌다"고 했다. 배우의 반짝거리는 눈과 뮤지컬을 즐기는 가게 분위기는 장 대표의 마음을 건드렸다. 지난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커튼콜' 오픈 준비에 착수했다.

장 대표는 "생계를 위해 부업을 하는 등 뮤지컬 배우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뮤지컬 펍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돼주려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뮤지컬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다"면서 "가격에 의문을 가지는 관객들이 가끔 있는데 배우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좋은 공연을 선보여서인지 적자를 보진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커튼콜은 오픈한 지 약 100일이 됐다. 공연 예약은 해당 공연의 전 월인 2주차 목요일 오후 2시 네이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이예빈 기자 yeahv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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