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석탄 대신 수소로 ‘제3의 쇳물’…포스코의 탄소 감축 도전

최우리 기자 2024. 3.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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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하이렉스’ 기술 개발센터
“탄소배출량 감축 효과 확신”
고창국 포스코 기술연구원 수소환원연구그룹 수석연구원이 지난 6일 포항제철소 하이렉스 기술개발 시험동에서 시험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6일 오전 경북 포항의 포항제철소, 높이 솟은 용광로 반대편으로 진푸른 바다가 눈높이에서 넘실거렸다. 포스코는 향후 30년을 책임질 수소환원제철 용지 조성 공사를 이 바다에 이르면 2027년부터 시작한다. 최대 수심 18m·총 135만㎡ 규모의 바다에 4500만톤의 흙을 부어 매립하고 호안을 설치하는 작업부터 한 뒤, 높이 5m로 돋은 매립지 위에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공장과 수소·원료 설비 등을 짓는다. 예상 사업비는 포항·광양 각각 20조원씩 총 40조원이다. 포항 부지 조성 기간은 2041년까지, 설비 완공 목표 시점은 2050년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조용국 설비확장부지조성 TF팀 리더는 “기존 파이넥스 공장들이 있는 이 부지도 매립지였다. 국가산업단지와 포항항 항계내 위치해 있어 어업권을 보상하는 지역은 아니지만 피해있다면 보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지난해 인근 송도해수욕장 모래유실·물고기 산란장 파괴 등을 이유로 용지 조성에 반대한 바 있으나, 지난달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해양수산부의 연안관리심의와 국토교통부의 산업단지 계획 심의가 남아있다. 또다른 한 편으로 지난 1월 기획재정부가 수소환원철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해 세제 혜택을 약속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예비타당성 선정 지원 기술로 선정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또 한 번 매립…포항 국가 산업단지 앞 바다 위 미래 제철소

포항제철소 옆 ‘하이렉스 연구 시험동’에서 만난 고창국 저탄소제철연구소 수소환원연구그룹 수석연구원은 2027년 연산 30만톤 생산을 목표로 하이렉스 설비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었다. 고 연구원은 반응기가 들어있는 은색 히터 옆에 서 있었다. 그는 철광석 가루 1㎏을 띄워 환원하는 기둥(반응기)에 고온의 수소를 넣어 3~4시간 동안 무게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고 잘 분리가 되었는지를 살핀다고 했다.

“수소는 매우 가볍고 점도가 작아 무거운 광석을 띄우려면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해요. 온도와 양에 따라 달라지는 최적정 수준의 환원율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죠. 수소가 비싸잖아요.”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가 선택한 3번째 쇳물 생산 방식이다.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받아 1973년 처음 종합제철소를 건설한 뒤 쇳물을 처음 만들어낸 고로(1973~2002)는 이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철광석(Fe2O3)을 쇳물(철·Fe)로 만들려면 환원(분리)제로 석탄(일산화탄소·CO)을 써야 하는 탓에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유럽 철강사들이 사용하는 덩어리진 고급 철광석(펠렛)은 값이 비쌌다. 포스코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저품질 철광석을 쓰면서도 좋은 품질의 철강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현재 상용화 중인 파이넥스 공법을 모색하게 된 계기다. 현재 공장 2곳에서 이 기술을 활용해 매년 350만톤의 쇳물을 만들고 있다. 이 공법은 철광석의 환원제로 석탄에서 발생된 수소를 약 25% 활용한다. 고로와 달리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과정을 없애 가루 철광석을 환원로와 용융로에 넣는다. 파이넥스 공법은 고로 방식보다 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다.

문제는 이 기술도 여전히 석탄을 쓴다는 점이었다.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세계적 요구가 높아지는 2020년 이후 포스코를 향해 대안 기술 개발 요구가 쏟아진 배경이다. 하이렉스 기술은 환원 과정은 파이넥스 기술과 같지만 환원제로 수소만 쓰는 게 특징이다.

포스코가 마주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수소를 대량 확보해야 하고, 그 수소는 화석연료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1월 말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부 파이넥스 공장을 개발했던 건물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문을 열며 대안 기술 확보를 위한 첫 여정에 나섰다.

포스코의 역대 3번째 쇳물 생산 기술 개발, 그 결과는?

세계에서 이 기술 개발에 나선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경쟁사들은 고가의 펠렛을 환원제로 쓰는 샤프트환원로에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먼저 기술을 완성하는지, 또 탄소배출량 감축에 더 효과적인지에 따라 미래 철강산업이 재편될 수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철 기술이 원가 경쟁력은 물론 탄소배출량 감축에 더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환경단체도 유럽의 철강사들이 개발 중인 공법이 펠렛(광석 덩어리)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고급 철광석 매장량이 세계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포스코에 더 많은 기대를 건다. 이명주 기후솔루션 철강팀 책임은 “하이렉스 기술이 개발되면 기존 고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제철산업 확보를 염원하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며 “정부 지원과 해외 협력사들과의 기술협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외국에서는 철강산업의 탈탄소 지원 어떻게?

철강은 산업의 쌀이다. 한국은 1973년 첫 종합제철소인 포항제철소 가동을 시작한 후 경공업 중심의 산업체계를 벗어나 중화학공업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철강산업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믿음으로, 포스코는 ‘제철보국’ 자부심을 여전히 품고 있다. 해외 주요국도 자국 철강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탈탄소 지원에 적극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국회에 기술 개발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해왔고, 그 결과 올해 들어 정부가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혁신기금과 정부보조금 등을 통해 최대 수조원까지 정부의 탈탄소 지원을 하고 있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2026년까지 연산 250만톤 직접환원제철(DRI·고로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일산화탄소 가스를 불어넣어 철광석을 환원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전환을 택하고 있다. 정부가 총 전환비용 4조3천억원 중 67%인 2조8천억원을 투자한다고 승인했다. 스웨덴의 사브도 연산 130만톤의 직접환원제철 전환을 위해 총 재원 9700억원 중 20%인 1900억원을 지원하고, 아르셀로미탈은 프랑스에서 1조2천억원, 벨기에에서 4천억원 등 유럽 각 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신규 블루수소 등 청정수소 생산시설 투자금의 30% 또는 수소1㎏당 3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탄소포집 기술 역시 세제혜택 규모를 늘렸다. 이를 통해 수소 가격을 10년 이내 1㎏ 당 1달러 이하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재 수소 가격은 kg당 9천원이 넘는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철강사들이 탈탄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무그룹이 수소활용 탄소순환 고로 개발에 나섰고, 하강그룹은 전기로 등 탈탄소 시설을 지난해 도입했다. 일본 정부는 10년 동안 약 3조엔 이상 투입해 관련 기술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포스코의 경쟁력 확보 지원에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받는 10개 사업 중 하나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수소환원제철 부지의 환경영향평가 심사를 통과시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해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하고 기본공제율을 3%에서 6% 올리고, 추가공제도 3%에서 10%로 올리는 방안을 지난달 공표·시행했다.

포스코뿐 아니라 철강업계는 고무적 분위기이다. 전기로 생산 제품의 양이 40%에 달하는 현대제철도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업계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전략기술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외국에는 돈을 받고 수출한다고 해도, 국내 업체에게는 기술이 공유되길 희망한다. 그래야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환이 빨라지고 국가 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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