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 화강암 뚫어보니… 북한군 1만명 이동 가능한 땅굴?

최문혁 기자 2024. 3. 1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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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 제2땅굴 발견
1975년 3월19일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제2땅굴이 발견됐다. 사진은 제2땅굴 입구. /사진=한국관광공사
1975년 3월19일. 강원도 철원에서 엄청난 규모의 땅굴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이 땅굴은 북한의 남침용 땅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발견된 땅굴은 '제2땅굴'로 불린다. 이보다 1년 전인 1974년 11월15일 임진강 고랑포 비무장 지역에서 발견된 제1땅굴이 처음으로 북한이 구축한 것으로 밝혀진 땅굴이다. 제1땅굴이 발견된 후 국군은 남침용 땅굴의 존재를 처음 파악하고 다른 땅굴이 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두 땅굴을 포함해 제3땅굴, 제4땅굴 등 총 4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 이후에도 북한과 맞닿은 지역에서는 북한의 남침용 땅굴로 의심되는 신고가 여러 차례 들어왔다. 이에 국군은 지금까지도 남침용 땅굴로 의심되는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단단한 화강암도 다이너마이트로 뚫고 들어온 북한


제2땅굴은 전차가 지나갈 수 있는 규모로 굴착됐다. 사진은 제2땅굴 내부 모습. /사진=철원군
1975년 3월19일 강원도 철원 제6사단 지역에서 경계 근무를 하던 병사가 지하에서 들려오는 폭발음을 들었다.

당시는 제1땅굴이라는 남침용 땅굴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국군은 땅굴의 존재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경계병이 들었던 폭발음은 단단한 화강암층을 뚫기 위해 북한군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는 소리였다.

이후 수개월간의 조사와 수색이 이어졌고 그 결과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총길이 3.5㎞에 달하는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 총길이 3.5㎞ 중 1.1㎞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 규모로 봤을 때 제2땅굴은 약 1만명의 병력을 1시간 안에 이동시킬 수 있는 땅굴이라고 판단했다. 아치형으로 구축된 땅굴의 평균 높이와 폭은 각각 2m와 2.1m로 전차가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의 넓은 공간이다. 또한 땅굴 내부에는 대규모 병력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존재하고 3개의 출구가 뚫려있다.

국군은 단단한 화강암층을 뚫기 위해 주한미군 공병대와 민간기술진을 동원해 시추를 진행했다. 조사는 현대식 굴착 장비를 이용해 시추공을 뚫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추한 돌에서 화약 성분이 검출되는 등 북한의 남침용 땅굴로 확인되자 수색과 진압 작업이 시작됐다. 국군은 북한이 파놓은 땅굴로 진입하기 위해 현대건설의 중장비를 지원받아 땅굴의 허리 부분을 관통하는 역갱도 작업을 실시했다.



지금은 안보 관광 명소지만... 국군장병 8인의 고귀한 희생


제2땅굴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8명의 국군장병이 희생됐다. 사진은 제2땅굴 입구 부근에 세워진 위령탑. /사진=한국관광공사
제2땅굴은 현재 철원의 안보 관광명소로 변모했지만 땅굴을 발견하고 수색하는 과정에서 국군장병의 고귀한 희생이 뒤따랐다.

당시 땅굴 내부에는 북한군이 철수하면서 쌓아놓은 돌벽이 있었고 같은해 4월8일 이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국군장병 7명이 사망했다. 이후 5월28일에도 1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제2땅굴 수색 과정에서 총 8명이 희생됐다.

이에 국군은 같은해 7월20일 수색 중 희생된 8인을 추모하기 위해 제2땅굴 입구에 '제2땅굴 위령비'를 세웠다. 위령비에는 '적 남침 지하갱도 작전 중 장렬히 전사한 영현 제위'라는 문구와 함께 전사한 장병들의 계급과 성명이 적혀 있다. 전사한 장병의 이름은 △중사 김호영 △중사 김재대 △하사 이현기 △하사 김홍섭 △하사 김명식 △병장 송영복 △병장 김봉래 △병장 김영용 등이다.

1974년 11월15일 발견된 제1땅굴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땅굴은 현재 관광자원으로 개발됐다. 제2땅굴, 제3땅굴, 제4땅굴은 각각 철원, 판문점, 양구에 있다.

제2땅굴은 '철의 삼각 전적지 개발 계획'에 따라 안보 관광지로 개발돼 현재 총길이 3.5km 중 500m만 관광할 수 있다. 철원군청이 DMZ 평화관광 코스로 운영하고 있으며 내부에는 땅굴의 구조와 북한의 남침 계획이 그려진 전시관도 마련됐다.

기존에는 관광이 가능한 곳보다 안쪽까지 완전히 막혀 있지 않아 철문을 설치하고 경계 근무 병력을 배치했으나 현재는 무인감시 장비로 대체됐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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