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잠든 사이' 감독님, 걱정 붙들어 매시길

박상후 기자 2024. 3. 1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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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하는 '당신이 잠든 사이' 리뷰
12년 만 국내 연출 복귀작으로 건재한 실력 증명한 장윤현 감독
추자현의 재발견, 이무생과 멜로 케미스트리도 인상적
출연: 추자현·이무생
감독: 장윤현
장르: 미스터리,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한줄평: 장르 결합의 좋은 예
팝콘지수: ●●●●◐
개봉: 3월 20일
줄거리: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추자현)로 인해 행복했던 부부에게 불행이 닥치고 남편 준석(이무생)의 알 수 없는 행적들이 발견되면서 진실을 추적해 가는 미스터리 로맨스
장윤현 감독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 14일 개최된 언론시사회 당시 오랜만의 국내 연출 복귀작인 만큼 관객 평가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수차례 털어놨지만 해당 발언이 지나친 겸손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는 뛰어났다. 추자현과 이무생의 인상적인 로맨스 케미스트리는 물론 짜임새 있는 반전 스토리에 치밀한 떡밥 회수까지 모든 걸 갖춘 '당신이 잠든 사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지금도 여전히 한국 영화의 레전드라 회자될 정도로 기념비적인 작품 '접속'(1997)과 '텔 미 썸딩'(1999) 연출가 장윤현 감독의 국내 컴백작이다. '가비'(2012) 이후 줄곧 중화권에서 활동하던 그는 무려 12년 만에 저예산 영화로 국내 관객들과 마주하게 됐다.

장윤현 감독이 국내 복귀를 결심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20년 경력 이상의 베테랑 연출가도 당시 영화 산업의 침체는 커다란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절박함을 느낀 장윤현 감독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헌신 속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타이틀롤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 추자현과 이무생이 있었다. 영화 '게임의 규칙'(2017) 이후 7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둔 추자현은 감정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어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설정에 맞는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이무생 역시 스토리 전체의 반전을 이끄는 인물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뿌린 떡밥 완벽 회수, 치밀한 반전 그리고 여운 짙은 결말
당잠사
'당신이 잠든 사이'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 상실을 앓게 된 덕희와 한없이 자상한 남편 준석의 로맨스 이야기가 중심 틀이다. 여기에 준석이 숨긴 알 수 없는 행적과 비밀을 덕희가 하나씩 파헤쳐 나가는 식의 미스터리 요소를 접목했다.

특히 미스터리 로맨스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긴장감'을 러닝타임 내내 팽팽하게 끌고 간다는 점이 돋보인다. 덕희, 준석의 과거 썸 타는 시절과 현재 결혼 생활 모습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차되면서 둘 사이에 숨겨진 사연과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러한 독특한 전개 방식에 개연성이 더해지자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탄생했다. 몰입감은 말할 것도 없고 보면 볼수록 깊게 빠져든다. 극 말미 초반에 던진 떡밥 역시 전부 회수돼 장윤현 감독이 왜 이런 연출 방식을 선택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여러 오해가 풀리지 않은 찝찝한 결말이 아닌 두 사람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로맨스 엔딩은 먹먹함과 짙은 여운을 안긴다.

부부 갈등 주요 소재인 불륜과 기억 상실, 암 투병 등 설정이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반전의 당위성을 높이는 장치로 쓰여 식상함이 한층 덜하게 느껴졌다. 장윤현 감독이 담고자 했던 '진정성 있는 소통의 필요성'이란 메시지 역시 잘 녹여냈다.

연출진과 배우들은 적은 제작비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제한적인 촬영 환경을 극복하고 의기투합해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작업물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노력이 담긴 '당신이 잠든 사이'가 극장가의 위기 속 '작은 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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