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부지 ‘종합의료시설' 지정, 5월로 미뤄져…협상 모드로 전환하나

김현우 2024. 3. 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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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가 명동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병원)'로 묶는 결정안을 서울시에 이달 내 상정하기로 했다가 5월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백병원 부지 소유주인 인제학원이 "병원 부지로 지정하면 폐건물로 방치하겠다"며 반발하자, 결정안에 인제학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친 후 서울시에 상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18일 서울시와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서울백병원 부지에 병원만 운영하게 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의 서울시 상정을 5월로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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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결정안 서울시 상정 시기 늦추면서 한발 양보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입처럼 서울시 나설 수도
소송전 불사에서 양측 자제 분위기로 급전환 협상 나설 듯
서울백병원 진료가 종료된 지난해 8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의 서울백병원에서 직원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가 명동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의료시설(병원)’로 묶는 결정안을 서울시에 이달 내 상정하기로 했다가 5월로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백병원 부지 소유주인 인제학원이 “병원 부지로 지정하면 폐건물로 방치하겠다”며 반발하자, 결정안에 인제학원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친 후 서울시에 상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일각에선 서울백병원의 시립병원 전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구, "결정안에 인제학원 동의 얻는 과정 거치겠다"

18일 서울시와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서울백병원 부지에 병원만 운영하게 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의 서울시 상정을 5월로 늦췄다. 앞서 중구는 지난달 19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도심 의료공백을 방지하려 해당 부지를 병원으로만 사용하게 하는 결정안을 마련했다. 인제학원이 지난해 6월 경영난을 이유로 폐원을 의결하고 부지를 일반상업지역 용도로 매각하려 하자 이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중구는 서울시에 상정할 결정안에 피부과나 미용시설이 입주한 K-의료서비스센터 개관을 비롯해 인제학원을 설득할 다양한 상업적 활용방안을 추가로 담는다는 계획이다. 중구는 이와 관련 연구용역을 추가해 진행하기로 했다. 윤병태 중구 도시정비과 팀장은 “인제학원의 동의와 별개로 결정안을 이달에 서울시에 상정하려 했지만 동의 등 해당 절차를 거치는 게 좋겠다는 자문위원들의 판단이 있었다”라며 “협의 과정에 따라 5월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대강으로 맞서던 양측 간 갈등이 봉합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내 의료기기 일부를 이미 외부로 반출하는 등 병원 경영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인제학원이 백병원 부지를 상업시설로 전환할 경우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중구가 제안하는 수익화를 위한 상업적 활용방안에 동의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백병원 부지 ‘종합의료시설(병원)’ 지정 갈등 일지

서울백병원, 시립병원 전환 가능성도

결정안에 양측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는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인제학원의 서울백병원 부지 매각이다. 하지만 중구와 서울시가 병원 부지로 지정할 방침이기 때문에 다른 대형병원이 이를 매입해야 하는데, 현재 관심을 보이는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서울시가 서울백병원을 매입해 시립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파업으로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백병원을 둘러싼 서울시의 행보가 과거 대한항공이 소유하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던 과정과도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려 했지만, 서울시가 2020년 6월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무산됐다. 공교롭게도 송현동 부지를 놓고 대한항공과 협상하던 실무자인 당시 서울시의 개발정책팀장이 현재 서울백병원을 병원 부지로 지정하는 담당과인 서울시 시설계획과장을 맡고 있다.


법적 소송전엔 양측 부담

다른 하나는 결국 양측의 소송전이다. 중구가 결정안을 서울시에 상정해 통과시키면, 인제학원으로선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다만 양측 모두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이 소요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백병원 운영을 중단한 인제학원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제학원 측은 “서울백병원 폐원은 20년간 쌓인 누적 적자 때문으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계획이 없다”며 “서울시가 병원 부지 매입에 나서준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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