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집까지 2시간"…명동에 생긴 L자형 버스 대기줄

김지은 기자 2024. 3. 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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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노선 정류장 이동 한달…직장인-봄철 관광객 뒤엉켜, 시민들 개선 효과 묻자 '글쎄'
14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중구 명동입구 버스정류장 앞. 버스 정류장 앞에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한 시민들이 25명씩 줄 서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중구의 명동입구 버스정류장 앞.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거리는 순식간에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찼다. 5시20분이 되자 경기 화성시 동탄행 M4130 정류장 앞에는 25명이 줄을 섰다. 수원, 성남행 버스 정류장 3곳에도 10명씩 줄이 만들어졌다.

5시40분쯤 되자 버스 대기줄에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지하철 이용객이 한 데 엉켰다. 시민들은 종종걸음을 해야 했고 옆 사람과 어깨에 부딪히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직장인들이 더 몰리면서 버스 대기줄은 L자 모양으로 구부러졌고 혼잡은 심해졌다. "이거 다 줄이야?" "어머" "엄청 길다"라며 놀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서울시가 명동 퇴근길 대란에 버스 노선을 조정한 지 한 달, 명동의 이른바 '퇴근길 전쟁'은 여전했다. 버스 노선 29개 중 8개 노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혼잡도가 다소 줄었지만 피부로 느낄만한 개선 효과는 "아직"이라는 게 대다수 시민들 목소리다.

29개 버스 노선 중 8개 옮겨…명동 '퇴근길 전쟁' 확인해보니
명동입구 정류장 앞에 설치된 정차위치 변경 안내 현수막.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7일 명동입구 정류장에 29개 버스를 운영하는 줄서기 표지판을 도입했다. 시민들이 차도에 뛰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였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혼잡도를 더욱 높인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광교 정류소와 명동입구B 정류소를 새로 설치하고 8개 노선을 분산시켰다. 차량이 많은 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순찰 요원도 배치했다.

수원(M5107, M5115, M5121, 8800)과 용인(5007)으로 가는 버스 5개 노선은 광교 정류소로 옮겼다. 2개 노선(4108, M4108)은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100m 떨어진 명동입구B 정류소로 조정했다. 1개 노선(9401)은 롯데 영프라자 정류소로 변경했다. /사진=서울시


수원(M5107, M5115, M5121, 8800)과 용인(5007)으로 가는 버스 5개 노선은 광교 정류소로 옮겼다. 2개 노선(4108, M4108)은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100m 떨어진 명동입구B 정류소로 조정했다. 1개 노선(9401)은 롯데 영프라자 정류소로 변경했다.

서울시는 명동입구 정류소의 경우 평균 버스 대기행렬이 312m에서 93m로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일반차량 통행 속도도 시속 17.9km에서 21.7km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민들 "혼잡도 다소 줄어들었지만…여전히 퇴근길 전쟁"
서울 중구 명동입구 정류장 앞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길게 줄 서있다. 이곳을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 지하철 이용객들과 섞여 혼잡도가 높아졌다. /사진=김지은 기자

하지만 두 달 전과 비교했을 때 버스 대기줄은 다소 줄었지만 '퇴근길 전쟁'은 여전한 실정이다. 일부 정류장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혼잡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을 찾은 중국·일본 관광객들과 각종 쇼핑백, 짐을 들고 이동하는 시민들까지 많아졌다. 정류장 앞 상점에서는 한 손님이 문을 열고 나오다가 좁은 길로 겨우 빠져나가던 행인과 부딪힐 뻔한 모습도 목격됐다.

이같은 혼잡도는 직장인들의 피로도를 더한다. 이날 6시30분쯤 사람들 사이에서 성남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30대 정모씨는 눈 앞에서 차를 놓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5분 넘게 기다렸는데 방금 버스가 만석이라 못 탔다"며 "10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빨리 집 가고 싶다"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 배차 간격은 평균 10~20분 사이였다. 버스가 한 번 도착하면 15~20명이 우르르 탑승했다. 다음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배차 간격이 있다보니 5분이 지나면 또 다시 긴 줄이 생겼다. 한 순찰 요원은 "8개 버스 노선이 조정이 되서 버스가 줄긴 줄었다"면서도 "5시30분부터 7시까지는 워낙 차가 막혀서 다들 10분씩은 기다린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동탄까지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이날 오후 7시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차가 막히는 것은 같아서 집에 가는 시간은 비슷하다"며 "합정에서 명동까지 왔다가 다시 집까지 가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명동 입구 정류장에서 100m 부근에 명동입구 B정류장이 있다. B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버스에 모두 탑승할 때까지 뒤에서 버스 6대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조정된 버스 정류장 때문에 버스들이 진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조정된 명동입구 B정류장은 명동입구 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에 100m 정도 떨어져있다. 버스들은 퇴근 시간 명동입구 B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모두 탑승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 때문에 명동입구 정류장에 가야할 다른 버스들도 명동입구 B정류장에 발이 묶이는 일도 벌어진다. 이날도 명동입구 정류장에 있던 시민 100여명은 버스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쳐다보며 한숨지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퇴근길 전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유 교수는 "서울 도심 4대문 안에서는 끊기지 않는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해 시민들이 빠르게 승하차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뉴욕, 일본 도심은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더 활성화됐다"며 "자가용 진입을 최소화해 혼잡도를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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