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불법파견 판결에 ‘자회사 고용’ 고육책
내달 현대IEC 세워 400명 고용나서
포스코, 승소한 근로자 정직원 채용
동국홀딩스, 연초 1000명 직접 고용
현대제철은 현대IEC 출범에 앞서 22일까지 해당 자회사의 사원 모집을 진행한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 협력업체에서 재직 중이거나 재직 이력이 있는 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내 협력업체에서 재직 중인 자가 고용 대상이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순천공장에서 직접 입사서류 접수도 받으며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섰다. 현대IEC는 이번에 400여 명의 사내 하청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자회사를 만들어 불법 파견 논란을 해결하려는 것은 인건비 충격을 감안한 고육책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제철이 이들을 직접 정직원으로 고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자회사의 임금 처우는 현대체철의 80∼90% 수준이기 때문에 모두를 현대제철 정직원으로 직접 고용할 때보다는 비용이 덜 들어간다. 결국 원고 161명 중 이번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현대제철 사내 하청 근로자 138명과 당진, 순천 등의 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사 소송 승소자에 대해서만 현대제철 본사가 직접 채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엔저로 원가가 싸진 일본으로부터 저가 철강 수입이 늘며 수익성이 악화된 철강업계의 고육지책”이라며 “기나긴 소송을 겪고 싶지 않은 사내 하청 근로자들은 현대제철과 처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현대제철 자회사 정직원으로 취직하길 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협력업체의 계열사화를 통한 협력사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반면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과 관련해 철강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아든 포스코의 경우에는 재판을 통해 승소한 하청업체 근로자만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9월 발생한 태풍 힌남노 피해를 계기로 지난해 포항·광양제철소에 6곳의 정비 자회사를 만들긴 했지만 이것은 현재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직군에 대한 직접 고용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동국홀딩스의 경우에는 올 1월에 노사 합의를 통해 계열사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에서 협력업체 근로자 1000여 명에 대한 직접 고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홀딩스처럼 지난해까지 29년 연속 노사 무분규를 이어가며 노사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진 곳은 직접 고용을 할 수도 있지만 보통의 철강회사들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자사 노동조합의 입장,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입장, 추가되는 인건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너무 많은 상황이 철강업체들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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