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진료' 건국대 충주병원에…"월급은 나오나" 비아냥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와 전임의에 이어서 의과대학 교수들도 병원이탈 조짐을 보이는 데 반해 다른 한쪽에서는 "조속히 복귀해달라", "그래도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소신파 의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런 소신 발언이 소수에 그치고 있는 데다 동료 의사들로부터 오히려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 "정부가 현 사태의 주동자"라며 "현 사태에서 그들의 편에 서서 전공의들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 17일 '전문의협의회 성명문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전공의는 환자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와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집단사직을 결의한 의대 교수들을 향해 "절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주 원장은 또 "의사라는 직업은 국가로부터 면허라는 대단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은 걸로, 우리의 책무를 다할 때 의미가 있다"면서 "현 의료대란의 원인에 대한 전문의협의회 문제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료원 전문의들의 입장 표명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것과 관련해, 이는 의료원의 수장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언사"라고 지적했다.
의협 정례브리핑에 배석한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적은 월급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가병원을 지킨다는 긍지 하나로 힘들게 당직 서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전문의들에게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공개적인 모욕을 주는 건 원장으로서 이성적 행동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주 원장은 해당 성명이 전체 의료기관 입장으로 인식될지 우려돼 긴급하게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는 입장이고 최 전문의는 주 원장이 개인적 사견을 밝혔다며 이날 재반박에 나섰다. 이 사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병원 내부와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번진 셈이다.
사태가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겠다는 뇌혈관 분야 학회 입장에 대해서도 의료계 내 공방이 오갔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는 지난 15일 "조속하고 합리적 해결이 될 때까지 우리는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일차적 책임을 지고 협의·합의할 것 △의사단체와 전공의단체는 정부 협의 제안에 책임감을 가지고 응할 것 △휴학 중인 의대생들은 협상을 개시하면 즉시 학업에 복귀할 것을 제안하며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의 끝에는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가 있음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합의를 제안하지 않았다"면서 "(교수들이) 지금도 시류에 무관심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핵심적 이유를 모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노 전 회장은 이들이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의 끝에는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가 있음을 명심하라'고 언급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다수 의사가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를 위해 결단과 용기를 낸 상황에서 진정성을 폄하했다고 비난했다. 의사의 악마화 작업에 보탠 셈이라고도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이 전국 대형 병원 중 처음으로 환자들을 위한 '정상 진료'를 선언하고 전문의들이 모두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조롱에 가까운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임현택 의협 비대위원 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16일 자신의 SNS에 "건국대 충주병원 월급은 제대로 나오나. 무슨 미담 사례로 포장했다. (내가) 건국대병원 소아과 의국 출신"이라고 했다.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는 가중되고 날 선 반응이 오가는 모습이다. 한 의료정책 전문가는 "감정적, 자극적인 언어로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 의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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