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이키 만들겠다”...윙스풋, 美 시장 출사표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3. 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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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전문 패션기업 윙스풋
제작부터 유통까지 한 번에
멀티숍 ‘와이컨셉’도 순항
자체 브랜드로 미국 진출 나서
“年 4만켤레 이상 공급 예정”
김영천 윙스풋 회장
“지금까지 패션 업계에서 국내 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특허와 품질로 무장한 윙스풋 브랜드 상표권으로 미국에 진출해 ‘한국판 나이키’ 신화를 쓰는 게 목표입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김영천 윙스풋 회장(사진)은 “오랜 기간 신발 유통사업을 영위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네트워크, 브랜딩, 상품 디자인, 기획력을 바탕으로 신발만이 아니라 의류, 가방, 모자 등 종합 패션 글로벌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시잠 점유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역으로 한국 브랜드의 볼모지인 해외 패션시장에 ‘K브랜드’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윙스풋은 유통 채널과 자체 브랜드를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신발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김 회장이 신발이라는 한 우물을 파기 시작한 것은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다. 국제상사 미국지사에서 근무하던 김 회장은 국제상사가 사라진 뒤 미국 뉴저지에서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시작했다. 이후 리테일 스토어에 뛰어들어 미국 현지에서 ‘휠라’ 브랜드의 디자인 개발과 판매를 주도해 대박을 냈다. 1988년에는 미국 NBA 선수 패트릭 유잉의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 제품의 디자인과 생산, 글로벌 유통을 총괄하며 유명세를 탔다.

윙스풋은 2007년 풋락커와 독점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신발 소매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김 회장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7년 국내 유수 대기업들과 경쟁을 뚫고 세계적인 멀티 스포츠 브랜드 ‘풋락커(Foot Locker)’를 잡으면서다. 풋락커와 독점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신발 소매업을 시작한 윙스풋은 2008년 미국의 유명 어그부츠 브랜드인 베어파우(Bearpaw)를 생산·판매하는 로미오 앤드 줄리엣과 한국 내 독점 공급계약을 국내 업체 최초로 체결하며 한국에 어그부츠 열풍을 불러왔다.

2010년에는 기존 풋락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신발 멀티숍인 ‘와이컨셉(Y.concepts)’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독점 라이선스 브랜드(베어파우), 해외 직접 매입 브랜드(폴로), 자체 상표권 보유 브랜드 제품(윙스풋)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며 풋락커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상품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윙스풋은 자체 브랜드 제작 기술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 기간 신발 유통사업을 하면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직접 기획과 제작, 마케팅,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자체 브랜드 ‘윙스풋’, ‘슈랄라’, ‘마르코폴라’가 대표적이다. 힘겹게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신을 수 있는 ‘터치프리’ 신발은 윙스풋 브랜드를 상징하는 전매특허다. 윙스풋은 이들 브랜드를 와이컨셉을 통해 온라인, 오프라인,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윙스풋의 코스닥 상장 후 첫 번째 런칭 브랜드인 ‘마르코 폴라’는 MBTI- ESFP 성향의 캐릭터 ‘마르코 폴라(MARCO POLAR)’를 통해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 감성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를 공략했다.
이처럼 독자적인 신발 멀티숍 플랫폼을 통해 독점 라이선스 브랜드와 해외 직접 매입 브랜드를 비롯한 다양한 유통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결과, 윙스풋은 자체 상표권 브랜드 인지도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 회장은 “베어파우, 폴로 등 잘 알려진 브랜드와 함께 윙스풋 자체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굳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광고 커미션을 부담해 가면서 연예인을 내세울 필요가 없어졌다”며 “글로벌 브랜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캐쥬얼 디자인화 시장에서 지배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를 흔들어놨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윙스풋이 적자를 피해갈 수 있었던 비결은 10여 년 전부터 다져둔 유통망 다변화에 있다. 김 회장은 “윙스풋은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홈쇼핑, 홀세일, 수출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발 유통 전문회사로 국내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것은 이 회사가 최초다. 김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이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같은 산업만 우대하는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국내에선 유통회사라고 하면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시가총액이 200조원에 이르는 나이키처럼 한국에서도 윙스풋의 신발 유통사업이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윙스풋은 캐나다에 소재한 현지 유통기업 ‘F’사와 홀세일(도매) 공급 계약을 최종 협의 중이다. 김 회장은 “회사의 우수한 제품 기획력과 브랜딩 능력, 디자인 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업계 관계자로부터 이번 계약을 먼저 제안받았다”며 “계약이 체결될 경우 연간 4만족 이상의 제품 공급이 예상되기 때문에 큰 폭의 매출 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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