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영광 이을까...왕좌의 게임 제작진의 SF ‘삼체’

김한솔 기자 2024. 3. 1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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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삼레>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2019년 종영한 HBO의 <왕좌의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판타지 드라마 시리즈다. 조지 R.R 마틴의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텍스트로 쓰여진 장대한 판타지의 세계가 훌륭한 영상으로 구현됐을 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증명했다. <왕좌의 게임>의 제작자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가 차기작으로 넷플릭스에서 중국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를 원작으로 하는 SF시리즈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을 때 팬들의 마음은 설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삼체>는 아시아 최초로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전세계적으로 9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넷플릭스가 총 8부작 중 1~3화를 언론 시사로 선공개했다.

<삼체>의 영어 제목은 ‘3 Body Problem’, ‘삼체 문제’다. 삼체 문제는 세 개의 물체가 중력으로 서로를 당기며 움직일 때 그 궤도를 구하라는 고전 역학 문제다. 과학적으로 일반해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제목이 서사의 핵심 소재다. 드라마는 1966년 중국 문화혁명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리학 수업에서 ‘미 제국주의에 붙어 원자폭탄을 발명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한 과학자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맞아죽는다. 그의 딸이자 제자였던 예원제는 노역을 살다 군사기지에 과학자로 들어간다. 국가가 비밀리에 ‘외계’로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예원제는 어느날 외계로부터 답장을 받는다.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라 주장하는 그는 예원제에게 자기가 이 메시지를 처음 확인한 것을 행운으로 알라며, 회신할 경우 지구를 침공할 것이니 ‘회신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눈 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학문의 자유도 없는 곳에서 평생 갇혀 살아야 하는 처지인 예원제는 분노에 차 답장을 보낸다. 지구는 이미 자구력을 잃었다, 와서 정복해라, 내가 돕겠다.

넷플릭스 <삼체>의 옥스포드 5인방 중 한명인 진 청은 이상한 VR게임 기기를 발견한다. 넷플릭스 제공

원작과 시리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등장인물이다. 원작의 ‘왕먀오’라는 주인공이 드라마에서는 ‘옥스포드 5인방’이라는 다섯 명의 과학자로 재창조됐다. 극은 과거의 중국과 현재의 영국을 넘나는다. 어느날 이들의 교수였던 베라 예가 충격적인 방식으로 자살한다. 베라 뿐 아니라 수십 명의 과학자들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끊는다. 교수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옥스포드 5인방 중 한 명은 베라의 집을 찾았다가 그가 생전에 푹 빠져 있었다는 ‘VR게임 기기’를 발견한다. 게임 속 세계는 극심한 추위나 폭염으로 멸망했다 복원되길 반복한다.

복잡해 보이는 서사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관한 이야기다. ‘삼체인’이라 불리는 외계인들은 3중 항성계에 산다. 게임 속 세계가 이들이 사는 곳이다. 생존 불가능한 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곳에서 살던 이들은 지구를 침공하기로 하고 아주 천천히 지구를 향해 접근해 온다.

넷플릭스 <삼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원작자인 류츠신은 실제 ‘삼체 문제’를 접하고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원작에 녹아있는 기후위기 문제, 수백년 뒤에야 일어날 외계인 침공해 대비해 현재의 인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과학적, 철학적 질문들을 어떻게 풀어낼 지가 관건이다. 1~3화의 내용은 향후 극의 진행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지만, 소설을 읽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흐름을 따라가기가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VR 속 삼체 문명을 표현한 기술은 인상적이다.

소설 <삼체>는 총 3부작이다. 이번에 드라마화 된 것은 1부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달 초 <삼체> 제작진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왕좌의 게임>도 공개 첫날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스트리밍 시대 전’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찾을 시간이 있었다”고 썼다. <삼체>는 <왕좌의 게임>의 명성을 잇는 SF시리즈가 될 수 있을까. <삼체>는 오는 21일 공개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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