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잘하려면?…“중1까지 책 읽기가 우선입니다”

김미영 기자 2024. 3. 18. 15: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출간
“즐겁고 쉽게 배우는 법 나누고 싶었다”
독서는 학업과 인생 전반에 영향 미쳐
학원에 기댄 선행과 심화는 본질 아냐
아이가 어릴 땐 부모도 함께 책 읽어야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나민애 교수 제공

‘모국어를 배우는 국어인데, 왜 못하지?’ ‘도대체 국어 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는 거야?’ 요즘 부모들의 고민 중 하나다. 우리 아이들이 국어와 독서를 더 효과적으로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가 최근 펴낸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에서 그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핵심은 ‘독서’다. “‘독서’가 국어 공부는 물론 학업, 나아가 인생과 모든 성장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안 읽고 못 읽으면 자녀의 인생이 힘들어진다’”며 “초등 시절부터 적어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책을 재미있게 읽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독서광으로 널리 알려진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 엘론 머스크 등이 어려서부터 책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성공의 토대를 쌓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뿐 아니라 독서는 입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아이들의 ‘국어’ 공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나 교수의 생각이다.

“독서는 곧 국어입니다. 반드시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독서는 잘해야 합니다. 자녀의 독서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의 경험과 서울대 입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독서를 잘하게 만드는 방법과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법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 교수가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학원에 기댄 선행과 심화학습은 본질적인 공부 방법이 아니다. 적어도 중학교 1학년까지는 선행이나 심화학습보다 읽기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나 교수에 따르면 중학교야말로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서울대 신입생의 69%가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다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서울대 학생 기준으로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 잘한다는 말이 열에 일곱은 정답이라는 뜻입니다. 입시 제도가 아무리 변해도 책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녀가 책을 재미있게 읽도록 하려면 △중학교 때까지 스마트폰은 무제한 풀어주지 말고, △부모가 먼저 독서 환경을 조성하고 책 읽는 모습을 보이며, △자녀에게 많은 책을 읽어줘야 한다. 이는 나 교수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집에 삼천 권의 책이 있었는데, 집집마다 이렇게 책이 많은 것이 당연한 줄 알았어요. 덕분에 어릴 적부터 책을 가지고 놀았죠. 아버지(나태주 시인)는 퇴근 후에 날마다 책을 보셨고, 심지어 제가 잠들 때도 책상에서 책을 읽고 계셔서 모든 사람이 책을 반드시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을 읽게 만드는 집안 환경과 부모의 책 읽는 습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자녀가 어리면 부모님이 자녀와 함께 책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엄마의 냄새, 목소리가 책에 깃들면 아이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며 “아이가 커서도 부모가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수시로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부모가 평소 책을 읽는 장소에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슬쩍 놓아두면 자연스럽게 그 책에 관심을 보이고 나아가 읽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사춘기를 겪을 때는 부모가 책을 읽게 하고 싶어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춘기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추천 방법이 다른데, 여학생이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 사춘기를 맞이했다면 연애담이 섞여 있는 소설책을 가져다주십시오. ‘썸’이 포함된 한국 청소년 소설이라든가 일본 소설 중에 로맨스가 섞인 것도 좋습니다. 사춘기가 거세게 온 남학생이라면 무협지나 SF 등 장르물을 주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춘기가 상대적으로 덜해 부모의 이야기를 적절히 수용하는 자녀라면 한국 단편 소설을 읽게 하는 것이 좋다. 나 교수는 “한 권 모두 읽히지 말고 대표작을 골라서, 특히 1930~40년대 유명 작품과 한국전쟁 직후의 시기에 나온 전후 단편 소설을 읽도록 하면 수능까지 두고두고 보약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표지 이미지.

독서와 국어 학습을 위해 학원을 보내는 것은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나 교수는 ‘절충적’ 입장이라고 한다. 다만, 너무 어릴 때 독서·논술 학원에 보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적어도 학원은 초등 3~4학년 이후가 좋으며, 엄마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아이를 학원으로 등 떠미는 일만큼 가장 위험한 것은 없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이전에는 집에서 책을 보거나 도서관에 같이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초등생 자녀에게 읽히는 책의 수준은 지리, 과학책 등에서 지명, 고유명사, 전문용어가 빡빡하게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 쪽에 단어 1~3개를 모르는 경우가 적당하다.

“학습을 위한 국어학원은 중등 이후가 적당합니다. 독서든 논술이든 내신 국어든 수능 국어든 자기가 혼자 공부하는 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지요. 요즘 국어는 아이들이 알아서 찾아 먹고 알아서 저 혼자 무럭무럭 실력을 키우는 영역이 아닐 수도 있어요. 자녀의 국어 공부를 고민하는 엄마들과 국어 공부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계기로 더 즐겁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국어 공부 방법을 접하고, 잘 실천했으면 합니다.”

나 교수가 책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에 초등부터 고등까지 단계별 국어 로드맵을 소개한 이유다. 취학 이전에는 ‘잘하기’가 아니라 ‘좋아하기’가 목표로 책으로 놀게 할 것, 초등 1~2학년에는 독서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교과서 수록 도서로 교과서와 학교를 더 친숙하게 편하게 만들 것, 초등 3~4학년에는 100~150쪽짜리 책을 경험하게 할 것, 초등 5~6학년에는 맞춤법까지 점검하면서 정치·인권·복지·환경·식량 문제 등 묵직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책과 한국 소설 및 시를 접해보게 할 것 등이다. 이와 함께 책에는 단계별 추천도서 목록 및 추천 초등 학습만화책 목록, 국어학원 200% 활용법, 어휘력 키우는 법 등도 꼼꼼하게 수록돼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