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태성 케어링 대표 | "노인 돌봄, 가족 해체 막아… 요양보호사 처우·인식 개선 필요"

장우정 조선비즈 기자 2024. 3. 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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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른바 ‘노치원(노인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터가 빠르게 늘고 있다. 경증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 고령자를 돌봐주는 민간 시설이다.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낮잠도 자고 급식까지 주는 일과가 유치원과 닮았다고 해서 ‘노치원’, ‘어르신 학교’ 등으로 불린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 사회(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진입이 예상된다.

주간보호센터 재원은 모든 국민이 매달 건강보험료에 추가로 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료(건강보험료의 12.81%)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이 경증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있어 노인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최대 85%를 지원한다. 이런 노인 돌봄 시장에 2019년 하반기 뛰어든 ‘케어링’이란 스타트업이 2월 26일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750억원에 달한다. 요양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다.

케어링은 주야간보호센터나 방문 요양 등 장기 요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1월 기준 케어링에 등록된 요양보호사는 4만2000명, 서비스 이용자는 누적 1만2000명에 이른다.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경남, 대구, 광주 등에 방문 요양, 주간보호센터를 각각 14곳 운영 중이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고려대 국어교육과, 전 옐로모바일 해외쇼핑실 실장, 전 쿠차 전략팀장, 전 오피지지 전략이사, 전 코인원 마케팅 총괄, 전 코인원랩스 대표, 전 스퀘어앤코 대표 사진 박성원 조선일보 기자

향후 요양 인프라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삶터 중심의 ‘재가(在家) 요양’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한다. ‘통합 재가 서비스’라 불리는 재가 요양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주야간 보호, 방문 요양, 목욕, 간호 등의 서비스를 수급자가 살던 지역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 케어링 본사에서 만난 김태성 대표는 “전국에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 어르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양질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양적, 질적으로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많은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4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은 속도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쉬운 방식으로 접근해 문제를 풀려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플랫폼처럼 서비스를 중개한다든가 프랜차이즈로 접근하는 식이다. 요양에서의 문제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다. 플랫폼 같은 방식으로 요양의 품질을 올리긴 어렵다.

케어링은 처음부터 모든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해 교육, 관리해 왔다. 주간보호센터는 100% 직영이다. 본질에 접근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았다고 본다.”

지금의 구조에서 요양보호사가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는 현재 돌봄 팀이 자택으로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재가 서비스’로 나아가려고 한다. 요양보호사 한 명이 일곱 명 안팎의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주간보호센터와 비교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요양보호사 한 명당 한 명의 어르신을 봐야 한다. 그러려면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인식도 대대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케어링이 요양보호사 시급을 타 업체보다 20% 이상 많이 주고 업계 최고 대우를 하는 것은 이 일의본질이 가족의 해체를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한 사람이 아프면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치매 노인의 자녀가 24시간 붙어 있다 보면 덩달아 우울증 등 병에 걸릴 수 있다.요양보호사가 집에 오면 가족이 쉴 시간이 생긴다. 각자의 생활을 할 여유가 있어야 다시 돌봄의 자리에 왔을 때 역할을 할 수 있다.”

돌봄 인프라는 어떤가.

“‘어르신 학교’ 개념의 주간보호센터는 서울이 가장 부족하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노인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인프라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하는데 식사만 제공하거나 재활 운동 등 단순한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곳도 많다. 케어링은 피부 및 손톱 관리, 족욕, 새치 염색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뷰티 스파 콘셉트의 주간보호센터 개소를 준비하고있다. 오는 4~5월쯤 광주광역시 남구에 특화 주간보호센터를 열고, 잘되면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한 단계 나아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같은 주간보호센터도 있다. 안에서 쓰는 화폐를 준다. 게임을 하려면 어르신은 운동을 해서 화폐를 받아야 한다. 케어링 같은 기업이 돌봄 서비스에 많이 뛰어들어야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제도도 빠르게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 임박했다. 여러 문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고령자가 많아질수록 세금을 내는 사람과 혜택받는 사람의 괴리가 커지고 나아가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그간 노인을 장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방법은 요양병원밖에 없었고, 아픈 이들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됐어야 했다. 그래서 2008년에 그 전에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의료보험의 폭발을 막아줄 방파제 역할을 하지만 의료보험과 함께 추가로 지출해야 할 부담이기도 하다. 이를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돌봄 근로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베이비 붐 세대(1955~64년생)가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고 그 윗세대가 혜택을 받고 있지만, 베이비 붐 세대가 아파지면 이를 돌볼 인력 공백은 매우 클 것이다. 일본은 매년 10만 명씩 요양 제공 인력이 부족하다. 해외 인력도 적극적으로 투입한다. 요양 서비스에 근무하면 비자를 내주는 요양 영주권 제도도 있다. 한국도 큰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 주거 공간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으로 안다.

“활동적이면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은 많다. 그 반대가 요양원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그 중간 형태의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어시스턴트 리빙 유닛(ALU)이라고 한다. 혼자서 어느 정도 생활은 가능하지만, 식사를 챙겨 먹긴 어려우니 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건설사, 시행사, 지역 대학과도 논의하고 있다. 학생들이 줄어드니 기숙사 등을 활용해 어르신들이 대학 프로그램도 듣고 생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건설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시간이 좀 걸린다. 1~2년 뒤에 1호 공간이 나올 수 있다.”

케어링이 그리는 장기적인 목표는.

“현재는 요양 서비스를 어떻게 더 잘 제공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지만, 장기적으론 예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다. 한 번 아프면 이전 상태로 돌아오기 어렵다. 중장년의 건강관리 회사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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