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단기 임대의 허(虛)와 실(實)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 2024. 3.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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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안내가 게시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상가(왼쪽) 연무장길에 있는 팝업스토어 디올 성수(오른쪽) /뉴스1

'분초(分秒) 사회',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집필한 2024년 '트렌드 코리아'의 메인 키워드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의 가성비인 시성비(투입되는 시간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는 성향)를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을 말하는데, 최대한 시간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려는 합리적 의사 결정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재인 부동산 역시, 공급자(소유자)와 수요자(소비자) 간 임대차 관계에서도 시성비를 추구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단기 임대'인데, 통상 1년 미만의 짧은 계약 기간(월 단위 또는 주 단위)의 공간 사용을 특징으로 한다. 아직 법에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은 없는데,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상 규정된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로 단기 임대를 이해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현시점 폐기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단기 임대(4년) 제도와는 구별하여야 한다.

부동산 단기 임대가 발생하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손익 관점에서 수익 극대화 또는 손실 최소화를 위한 단기 의사 결정에 기인한다. 부동산 공간을 분할하여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과 더불어 공간 사용 기간을 쪼개서 임대료를 높일 수 있다면 부동산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출장, 여행, 이사 등의 이유로 소형 주택인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수개월 이하로 사용할 경우, 보통의 장기 임대보다 월 임대료가 20~30% 높게 책정된다.

최근,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몇몇 상권은 기존 임대료보다 상당히 높은 단기 임대 방식의 팝업스토어로 임대인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수익 극대화뿐만 아니라, 공실 대응책으로 단기 임대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전후 임차인 간 턴오버 기간이나 개발을 대기하는 인허가 기간에 짧게 단기 임대를 놓아서 공실 기간을 해소하는 것이다.

때로는, 주임법, 상임법상 계약 갱신 및 임대료 5% 상한 룰 등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가 명백한 단기 임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상기 법령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시기나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에 공실 해소를 위해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단기 임대를 반복하다가 시장 회복 시 장기 임대 계약과 동시에 임대료를 정상화할 수 있다. 혹은 팝업스토어 활성화로 단기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는 성수동 같은 상권의 경우에는 종전 단기 임대료에 구속받지 않고 수요의 강도에 따라 신축적으로 임대료를 상향할 수 있다.

셔터스톡

단기 임대 역시 거래 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나 대행 수수료가 정상 임대료 초과 수익을 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하고, 단기 임차인의 건물 마모나 훼손 등에 따른 수선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선호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팀장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 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양날의 검, 단기 임대의 명암

과연, 시성비를 추구하는 부동산 단기 임대가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단기간 잦은 주식 매매로 인해 금융기관 수수료만 불려주고, 장기적으로 주식은 올랐으나 실제 수익은 못 보는 투자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단기 임대 역시 거래 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나 대행 수수료(팝업스토어 등)가 정상 임대료 초과 수익을 넘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하고, 건물 유지에 둔감한 단기 임차인의 건물 마모나 훼손 등에 따른 수선 비용 및 관리비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잦은 임차인 변동으로 인한 건물 운영상 스트레스나 민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어찌 보면, 단기 임대의 계속적 반복은 안정성이 중요한 부동산 임대차라기보다는 사업적 성격이 강한, 다시 말해 높은 운영상 리스크에 노출된 공간 대여 사업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단기 임대는 주임법, 상임법상 임차인 보호 관련 제약 사항을 완벽하게 회피하면서, 유연하게 임대 운영을 할 수 있을까. 법원 판례에서는 기간, 목적, 임차물의 종류, 차임, 액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일시 사용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분쟁 발생 시 법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분쟁에 대한 리스크를 일정 부분 떠안고 단기 임대에 임할 수밖에 없다. 급하게 공실 피하려다가, 인허가 기간에 금융 비용 좀 충당하려다가 불완전한 단기 임대차 계약으로 인해 나중에 계약 갱신당하거나 명도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주임법, 상임법의 취지가 임차인 보호를 우선하므로 분쟁시 임대인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한 계약서 작성이 요구된다.

부동산 투자 시 유의사항

부동산 취득 시, 높은 단기 임대료에 현혹되지 말자. 단기 임대는 높은 거래 비용과 관리 비용이 수반될 가능성이 큰 만큼, 배보다 배꼽이 큰지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우선, 장기 임대의 정상적인 시장 임대료를 파악하고, 매도인으로부터 거래 비용 등에 대한 자료를 받아 단기 임대의 수익성이 지속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 구분 상가 분양 사기의 대부분 유형이 초기 높은 단기 임대를 맞춰놓고 과대 수익률을 광고하는 것이므로 유의하자. 부동산 보유 기간에는 안정성을 포기하고 단기 임대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수익성을 제고할지 신중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높은 수익에 뒤따르는 과다한 거래 비용과 임대차보호법상 분쟁 발생 여지 그리고 건물의 가속 감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임대 안정성을 높이고, 운영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절충 방안으로는 자본력과 신뢰도 높은 임대 운영 업체 또는 대행 업체(플랫폼 기업)와 시장 임대료보다 다소 높게 장기 책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사업적 역량이 없는 임대인으로서는 책임 임차인과 각각 소유와 운영에 따르는 수익과 위험을 배분하는 것이다.

부동산 처분 시 반드시 임대를 채우고 매각하자는 생각을 버리자. 공실 부동산은 싸게 매각된다는 편견을 버리고, 조바심에 저렴한 단기 임대료로 공실을 해소하지 말아야 한다. 매수인은 낮은 수익률을 트집 잡아 가격을 깎으려고 할 것이고, 향후 임차인과 분쟁이 발생하면 매도인에게 귀책을 물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수익률을 공란으로 놔두는 공실이 여백의 미를 살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차별화된 임대 계획을 세우고 매수하거나 자가 사용 목적으로 매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단기 임대로 그림을 그렸다면 덧칠해서 작품을 수정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심사숙고 끝에 단기 임대로 의사 결정하였다면 계약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자.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로 계약 제목을 표기하고, 임대차의 목적(동기) 및 기간을 분명하게 하고, 최대한 보증금 규모를 작게 하며, 특약 사항에 구체적인 조건을 명기해야 한다. 분쟁으로 갈 경우를 대비하여 법원의 계약서 문언에 대한 엄격한 해석에 보험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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