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핀트 두뇌 '아이작' 개발한 김일희 디셈버앤컴퍼니 최고제품책임자(CPO) | "깜깜이 투자자 많은 퇴직연금 시장…영리한 AI에 맡기면 됩니다"

강정아 조선비즈 기자 2024. 3.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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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희 디셈버앤컴퍼니 최고제품책임자(CPO) 카이스트(KAIST) 수학과, 연세대 수학과 석사, 미국 프린스턴대 이산수학 박사, 전 삼성화재 근무 사진 디셈버앤컴퍼니

올해 하반기부터 로보어드바이저(RA)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시대가 열린다. 그간 퇴직연금 시장에서 RA는 포트폴리오 추천만 가능했으나, 2023년 7월 기획재정부가 서비스 산업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RA의 역할을 확 늘려줬다. 현재 코스콤이 진행하고 있는 알고리즘 심사를 거쳐 이르면 7월부터는 RA가 퇴직금을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호황기에는 RA 투자가 주목받으며 크게 성장했지만, 2022년 세계 증시가 하락장에 접어들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RA 시장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2023년 4분기 RA 운용사들의 투자 유형(안정 추구형, 위험 중립형, 적극 투자형)별 수익률은 각각 1.87%, 3.00%, 4.41%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 수익률(9.57%)을 밑돌았다. 2023년 12월 말 기준 RA 계약자 수는 29만2532명으로, 전 분기(37만6122명) 대비 8만 명(22.2%) 넘게 빠져나갔다.

RA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투자 기술력을 키우고 퇴직연금 일임 시장에 진출해 위기를 벗어나고자 노력 중이다. 그 선두권에 있는 기업 중 하나가 AI 투자 서비스 ‘핀트’를 제공하는 디셈버앤컴퍼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핀트의 AI 투자 엔진인 ‘아이작’을 개발하고 2021년엔 국내 최초로 비대면 투자 일임 연금저축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1월에는 연금저축 투자 일임 금액이 RA 업계 최초로 300억원을 돌파했다. 해외 주식 투자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김일희 디셈버앤컴퍼니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만났다.

AI 투자가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투자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복합적인 의사결정인 만큼 유효한 데이터를 성격에 따라 알맞은 방법론을 적용한다. 경제 상황 같은 매크로 부분이나 시장 평균 대비 잘하는 섹터, 주식·채권 등 자산군별 비중, 개별 주식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데이터 등을 차별적으로 적용한 후 종합해 알고리즘이나 상품단에서 고객에게 어떤 투자가 괜찮을 것 같다는 솔루션을 주는 것이다. 만약 솔루션에 영향을 줄 만한 데이터가 새로 나오면, 해당 데이터를 즉각 적용해 기존 투자 전략을 개선한다.”

AI 투자에서 일임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는.

“RA가 간편하지만, 대중화를 위해선 일임 형태를 취해야 한다. 투자자 성향을 알아본 후 어떤 투자가 적합한지 추천하는 AI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하지만 추천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초기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타사 자문형 서비스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리밸런싱을 진행하는 데 그쳤다.

목돈 예치, 높은 수익률 추구 등 투자자 니즈를 파악한 뒤 뒷단의 프로세스를 알아서 하려면 일임 서비스로 운용돼야 한다. 핀트는 보통 포트폴리오 내 종목을 6개월 정도 보유하는데, 매달 리밸런싱을 진행해 유효한 종목만 남겨 놓는다. ‘타깃 리스크’라고도 부르는데, 개인의 리스크에 맞는 운용을 하는 것이다. 이때 투자자는 수익률 높고 리스크가 안정적이라고 인식해도 이탈하는 경우가있다. 결국은 투자 ‘효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핀트는 초개인화된 플랫폼에서 다량의 계좌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보통 RA라고 하면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핀트에도 헤지펀드사에서 초단기 매매를 위해 사용하는 액티브한 매매 전략 기술은 이미 있다. 하지만 수많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를 서비스하려면 어떤 전략이 유효한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투자 수익의 원천은 기업의 가치 상승 아닌가.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 동력의 근간이기도 하다. 실제로 증시는 장기적으로 보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30년 장기 투자하면 실패는 없다는 게 증명이 된 셈이다.

단기적으로 단타 매매를 하면서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유효한 선택은 아니다. 투자 전략은 합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단타 매매의 경우 투기성 매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RA 서비스 철학은 장기 투자에 맞춰져 있고, 핀트 또한 건강한 투자 전략이다.”

RA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코스콤 심사가 진행 중이다. 퇴직연금을 AI 투자로 진행했을 때 차별화된 장점이 있을까.

“내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르는 ‘퇴직연금 깜깜이’ 투자자들이 많다. 실제로 원리금 보장 형태로 방치된 퇴직연금 적립금이 쌓여있다. RA 일임 서비스를 통하면 퇴직연금을 방치하지 않고 동적으로 운용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퇴직연금이라는 상품 특성에 맞춰 개별 투자자가 어떤 점에서 효용을 느끼는지 설정만 해주면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운용하다가 추후 소득 보장형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등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핀트는 코인 투자자(공격적 투자), 건물주(배당 투자) 등 투자 성향별 페르소나를 10개 정도 분류한 후 효용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연금을 일임 운용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 비대면으로 상용화가 가능해지면 RA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또 증권사 시스템 통해 오전 9시 30분에 핀트에 가입해도 오전 10시 전에 아무 장애 없이 매매를 시작하고, 출금 신청 시 바로 출금되는 다량 계좌 컨트롤 기술에 집중할 예정이다.”

퇴직연금을 방치하는 투자자를 잡아끌 만한 AI 투자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결국 방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군가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언제든지 운용의 방향·형태·목적을 쉬운 언어와 클릭 두어 번 하는 정도의 간단한 지시만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용이해야 하고, 목적에 따라 운용 주체가 알아서 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객과 운용 주체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앱 서비스가 필요하다.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만이 완전한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퇴직연금 방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임 계약 형태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가 허용되는데, 추가로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그간 퇴직연금 수익률이 나오지 않은 건 근본적으로 책임감 있게 운용할 주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연금은 장기 운용임에도 손실 가능성을 지나치게 크게 인식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구조가 많았다. 해외 RA 업체들이 장기 자산 배분으로 퇴직연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성장한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규제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다. 상용화를 위한 정책의 변화 속도가 조금 더 빠르고 진취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중요하게 보고 있는 AI 투자 방향의 변화 또는 개선해야 할 점은.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보다는 인식 변화가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투자 영역에선 신뢰가 중요하다. AI의 경우 투자 안정성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있다. AI가 알아서 매매를 진행하는 데 규제 개선 등 시간도 필요하고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규제 당국, 각 금융사에서도 AI를 활용함에 있어서 투자 철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AI투자는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정답을 내주는 게 아니라 확률적으로 좋은 선택, 장기적으로 유용한 선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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