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병원 노동자들…갑질 1위는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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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병원일수록 원장이 폭행·폭언·모욕 등 갑질
"온라인 노조 가입으로 스스로의 권리 찾아야"
병원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직장 내 문제는 '괴롭힘'이었다. 대형 병원보다 중소 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심각했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병원에서 들어온 이메일 제보 62건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이 41건(66.1%)으로 가장 많았고, 임금(33.9%), 징계·해고(11.3%)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상사가 27명(6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용자(원장)가 23.8%였다. 규모가 작은 병의원 특성상 노동자 4명 중 1명이 원장으로부터 갑질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사례를 보면, 야간에 간호사를 배치해야 함에도 채용해주지 않아 근무 부담이 가중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 사직서를 쓰라고 강요해 쫓아내기도 했다. 또 형식상 포괄임금제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토대로 수당을 삭감하는 등 갑질이 만연했다.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하는 비율은 병원 노동자들이 타 직종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의 27.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은 29.5%로 평균보다 높았다.
괴롭힘 유형별로 보면 병원 노동자들은 타 업종에 비해 폭행·폭언(15.9%), 모욕·명예훼손(19.3%), 따돌림·차별(13.6%)을 겪은 비율이 높았다. 특히 작은 규모의 병의원과 사회복지시설에서 원장이 가진 막대한 권력이 폭언, 모욕, 따돌림 등의 갑질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의 한 병원은 임금 체불, 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 부당징계 및 해고 근로자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되고 근로감독도 2~3번이나 실시했지만 나아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직원들을 괴롭히는 일이 여전했다. 제보자는 "악질적인 회사를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너무나도 개탄스럽다"고 호소했다.
괴롭힘의 정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심각한' 괴롭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운 중소 병원 소속 노동자들은 오롯이 의사·수간호사·관리자의 갑질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직장갑질119는 분석했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온라인노조에 적합한 3대 업종으로 △중소 병의원 △사회복지시설 △강사·트레이너를 선정하고, 직장인들을 상대로 모임 가입을 시작했다. 온라인노조는 누구나 온라인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업종별로 모여 익명으로 활동해 스스로 권리를 찾아 나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 장미 노무사는 "중소 병의원은 원장과 원장이 신임하는 실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라며 "퇴근 후 방문하는 환자들을 위해 대부분 운영시간이 긴데, 긴 운영시간을 관리하는 스케쥴표의 결정 권한이 실장에게 맡겨져 있어 사실상 실장의 말을 거스르기 쉽지 않으며, 병원 특성상 굉장히 통제적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장·실장들의 네트워크도 공고해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꾹 참고 일하거나 조용히 나가는 것을 선택한다"며 "온라인 노조가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이 겪는 갑질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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