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10조, 투자 배분 공개…"5조 중증질환, 3조 분만·소아과"(종합)

이연희 기자 2024. 3.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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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세부 협의 필요"…행위별 수가제 전면 손질
"의사 행위보다 장비 사용 보상이 더 커…대폭 개편"
2년 주기 개편, 필수의료 인상…표준원가 지침 마련
건정심 내 의료비용분석위 하반기 가동…개편 작업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3.18.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 강화를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분야별 배분 계획을 밝혔다.

10조원 중 절반인 5조원을 심뇌혈관질환 등 내과·외과 중증·응급질환에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3조원은 소아청소년과와 분만에, 나머지 2조원은 의료기관 연계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지원한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필수의료 분야의 핀셋 보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며 "가급적 금년 중 모든 (구체화) 계획을 완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의료 난이도와 업무강도가 높아 의료공급이 부족한 화상, 수지접합, 소아외과, 이식 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대해 총 5조원 이상을 집중 보상할 방침이다.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는 총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응급실 뺑뺑이' 등을 막기 위해 심뇌혈관 네트워크, 중증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는 2조원의 네트워크 보상을 지원한다.

박 2차관은 "(의대) 교수님들이 사직서를 낸다고 해서 급히 수가 계획을 만들어서 발표하는 게 아니라 개혁 과제대로 구체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수가 계획 세부 항목은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하다. 작업에 시간이 상당히 걸리기 때문에 의료계와 갈등·대치보다는 신속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집단행동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날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 근간을 이루는 '행위별 수가제'에 대해서도 가치 기반 지불제도로 개편해나갈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행위별 수가제'는 모든 개별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건강보험재정으로 지불하는 제도로, 지불의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가치 기반 지불제도'는 환자의 건강이 얼마나 회복됐는지 성과와 가치 중심으로 수가를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가치 기반, 대안적인 지불제도로 전환을 해나가고 있다.

정부는 우선 행위별 수가를 산정하는 상대가치 개편 작업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내에 정부, 전문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준비를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정부가 지난달 1일 공개한 필수의료 4대 정책패키지에는 의대 증원, 지역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고 지역의료를 육성하기 위한 수가 인상 등의 대책이 포함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박 2차관은 "치료에 필요한 자원의 소모량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며 "정부는 2012년부터 2017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상대가치 점수를 개편해 왔지만 각 분야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고평가된 항목에서 저평가된 항목으로 수가를 조정하는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가치의 조정을 제때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행의 상대가치 수가 제도를 전면 개편해 신속하게 재조정하는 기전을 마련하겠다"며 "상대가치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소아·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한 저수익 분야의 사후보상제도, 네트워크 보상 등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적용해 필수의료 분야를 제대로 보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의료 행위별 가격을 뜻하는 '상대가치 점수'에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영상, 검사 분야 등에 대한 상대가치 점수 산정 절차와 방식을 대폭 개편할 방침이다. 개편 주기는 2년으로 단축하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한다.

박 2차관은 "올해부터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적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2년 주기로 제4차 상대가치 개편을 적용한다"면서, "제4차 상대가치개편 시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 수술, 처치에 대해 대폭 인상될 수 있도록 하고, 근거 중심의 상대가치 점수 조정이 이뤄지도록 표준 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이 2028년에 고갈된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잘못 지적한 것"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누적 준비금으로 갖고 있는 시재금 28조원이 쌓여 있고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하겠다고 한 것은 시재금을 활용해 수가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최근 3년 연속 흑자로 누적 준비금은 약 28조원 규모다. 다만 2028년에는 고령화 등 여파로 건강보험 지출이 수입을 역전해 당기순이익 적자로 전환돼 매년 누적준비금을 써야 한다.

그는 "행위별 수가 제도를 유지할 때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을 감당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불제도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성과와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로 혁신하면 증가 추세를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서 국민이 감당한 범위 내에서 재정 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2차관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 출연, '의대 증원을 하지 않고 수가만 올리면 건보료 지출이 3~4배 늘어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등 대학병원 의료진의 연봉 수준과 비급여 진료가 많은 개원가 내지는 미용·성형 등 비필수의료 시장의 보상 수준을 비교하면 3~4배 차이가 난다"며 "그 임금에 맞춰야 인력 유출이 멈추지 않겠느냐는 측면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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