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박신혜와 너무나 행복했다...'닥터슬럼프'에게 받은 따뜻한 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3. 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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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슬럼프’의 해피엔딩에 담긴 이 시대의 행복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늘은 행복하지만 내일은 불현 듯 슬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슬픈 내가 있으면 행복한 나도 있을 테니까. 우리에겐 이제 슬픔도 불행도 견뎌낼 힘이 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슬럼프>는 남하늘(박신혜)와 여정우(박형식)가 해가 뜨는 바다 앞에서 행복한 모습 위로 흐르는 두 사람의 다짐에 가까운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었다.

꽉 닫힌 해피엔딩. <닥터슬럼프> 마지막회는 모든 출연자들이 저마다의 행복을 마주하게 되는 모습들을 담았다. 여정우와 남하늘의 사랑은 더 돈독해졌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빈대영(윤박)과 이홍란(공성하)은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다. 남바다(윤상현)는 삼촌 공태선(현봉식)의 밀면집에서 자신의 손으로 온전히 밀면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대접했고 유튜브 스타의 꿈을 꾸게 됐다.

굳이 서울로 올라와 밀면집을 열게 된 공태선의 속사정도 밝혀졌다. 첫사랑이 밀면을 좋아해 한번쯤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공태선은 그렇게 우연히 다시 첫사랑을 마주하고 다시 사랑을 시작했다. 늘 가족을 위해 애태웠던 엄마 공월선(장혜진)은 자식들의 행복 앞에 스스로도 행복해했다.

하지만 <닥터슬럼프>의 해피엔딩에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그것에서 살짝 다른 지점이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끝은 결국 사랑하던 남녀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던 모든 장애를 넘어서고 사랑에 골인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닥터슬럼프>는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듯 주인공들이 겪게 된 슬럼프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해피엔딩에 담았다.

그건 그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내레이션에 담긴 것처럼 "내일은 불현 듯 슬퍼질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그걸 견뎌낼 힘이 있으니 괜찮고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닥터슬럼프>는 이처럼 로맨틱 코미디로서 더할 나위 없는 여정우와 남하늘의 달달한 사랑이야기(물론 빈대영과 이홍란도 빼놓을 수 없지만)로 채워졌지만, 두 사람의 사랑 그 기저에는 넘어져 슬럼프를 겪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깔렸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를 가진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끝까지 빠져들었던 건 바로 그 지점 때문이었다. 물론 억울하게 의료사고의 누명을 쓰고 모든 걸 잃어버리고 트라우마까지 겪게 된 여정우의 사정과, 역시 병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뭐라 항변조차 하지 못한 채 꾹꾹 눌러가며 살아오다 우울증에 빠져버린 남하늘의 사정은 너무나 무겁디 무거운 현실을 담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닥터슬럼프>가 그리려한 건 그 무거운 현실에 지나치게 빠져들기보다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을 채워넣는 것이었다.

<닥터슬럼프>는 또한 사랑이야기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서사 또한 빼놓지 않았다. 가족드라마가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지만, 그건 가족이야기가 이젠 현실이 아니어서라기보다는 그것이 현실적이지 않아서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줬다. 로맨틱 코미디지만 한편의 밀도 있는 가족드라마라고 해도 될 법한 남하늘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고, 빈대영과 이홍란 같은 돌싱 남녀들의 사랑이 담은 가족서사도 현 시대의 달라진 가족을 담아낸 면이 있었다.

이 따뜻하게 구성된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서사를 때론 웃고 때론 울게 만든 장본인들은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한 연기자들의 호연 덕분이었다. 박형식은 진지한 모습을 순간순간 깨고 '앙탈'하는 멍뭉미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고, 박신혜는 이 땅의 슬럼프에 빠진 이들을 대변해 때론 기분좋게 때론 먹먹하게 위로받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엉뚱한 매력의 윤박과 이번 작품으로 새롭게 발견된 공성하도 빼놓을 수 없고, 장혜진, 윤상현, 현봉식의 코미디와 가족드라마를 넘나드는 빈틈없는 연기도 박수받을만 했다.

결국 우리 시대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저 좋은 걸 얻거나 꿈을 이루는 그런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라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괜찮을 수 있는 것. 그래서 넘어진 곳에서도 다시 일어나 나아갈 수 있는 것이 그 행복이 아닐까. <닥터슬럼프>의 해피엔딩이 남다른 여운을 주는 건 그것이 저들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들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줘서다. 현실의 무거움을 지워버리기보다는 한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웃으며 나아가는 행복이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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