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새 잡아먹는 쥐 100만마리 바글…쥐약 550톤 투하 작전

조해영 기자 2024. 3. 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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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종에 가까운 바닷새가 섬에서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섬 전역에 쥐약을 뿌려 쥐들을 '완전 소탕'하는 작전이 준비되고 있다.

생후 두 달부터 번식이 가능하고 한 번에 7∼8마리씩 새끼를 낳는 쥐의 번식력을 고려하면, 한 마리도 예외 없이 소탕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쥐약은 바닷새와 섬의 토양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게 설계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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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쥐 소탕작전 준비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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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가까운 외딴섬에서 쥐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면서 원래부터 섬에 살고 있는 바닷새들을 잡아먹고 있다. 20종에 가까운 바닷새가 섬에서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섬 전역에 쥐약을 뿌려 쥐들을 ‘완전 소탕’하는 작전이 준비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에이피(AP)통신을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매리언 섬에 최근 쥐가 들끓고 있다. 매리언 섬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본토에서 직선으로 1800㎞가량 떨어진 인도양의 섬이다. 기상 관측소와 연구 기지 등을 제외하면 사람이 살지 않는 사실상 무인도다. 섬의 면적은 297제곱킬로미터로 서울시(605.2제곱킬로미터)의 절반 정도다.

이 섬에 쥐가 살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 초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배를 통해 섬에 들어온 쥐는 최근 기후변화로 개체 수가 약 100만마리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기후변화로 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원래는 춥고 바람이 많이 불던 날씨가 따뜻하고 건조하게 바뀌면서 쥐가 살기에 더욱 적합해졌다.

늘어난 쥐들은 이제 본인의 몸집보다 훨씬 큰 바닷새를 공격하고 있다. 매리언 섬에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28종의 바닷새가 살고 있는데, 새끼는 물론 성체까지 공격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새끼 바닷새의 머리 부분을 공격하는 쥐의 모습. ‘쥐 없는 매리언 섬’ 프로젝트 누리집 영상 갈무리

쥐들은 원래 주로 곤충 등을 잡아먹으며 살았지만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먹이 경쟁이 치열해지자 바닷새까지 공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섬에서 쥐가 바닷새를 잡아먹는 사례는 2003년 처음 보고됐었는데 현재는 그 빈도가 크게 늘었다. ‘쥐 없는 매리언 섬’ 프로젝트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바닷새는 자신보다 훨씬 작은 쥐가 자신의 머리 부분을 먹는데도 별다른 저항이 없는 모습이다. 공격을 당하는 바닷새의 머리는 빨갛게 피가 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50~100년 사이에 바닷새 19종이 섬에서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리언 섬의 위치. 구글지도 갈무리

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수산환경부와 조류학회 ‘버드라이프 사우스아프리카’가 손을 잡고 쥐 소탕작전을 준비 중이다. 4∼6대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섬 전역에 550톤에 달하는 쥐약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생후 두 달부터 번식이 가능하고 한 번에 7∼8마리씩 새끼를 낳는 쥐의 번식력을 고려하면, 한 마리도 예외 없이 소탕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다만, 이 계획은 2027년쯤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탕을 위해 필요한 예상 금액은 약 2500만달러(333억원)에 달하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의 자금 지원과 함께 모금이 진행 중이다. 당국으로부터 최종 규제 승인도 받아야 한다. 쥐약은 바닷새와 섬의 토양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게 설계됐다고 한다.

‘쥐 없는 매리언 섬’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안톤 볼파르트 박사는 “바닷새의 매우 중요한 안식처인 매리언 섬이 쥐들 때문에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됐다”며 “쥐를 잡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1940년대에도 쥐를 없애기 위해 매리언 섬에 고양이를 풀었던 적이 있지만, 고양이가 쥐뿐 아니라 바닷새까지 죽이면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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