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굿둑은 어느 때나 다 열 수 있을까?

김규원 기자 2024. 3. 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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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죽이는 정치, 사는 갯벌-하]
어렵게 합의 이른 낙동강 하굿둑 개방도 지자체장·정권 바뀌면서 멈춰
대조기가 되면 낙동강 하굿둑 9번 수문을 넘어 바닷물이 상류로 올라온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24년 3월6일 9번 수문을 통해 낙동강 물이 하류로 쏟아지고 있다. 류우종 기자

☞[죽이는 정치, 사는 갯벌-상]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5236.html 

2024년 3월7일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11개 기둥과 10개 수문으로 이뤄진 낙동강 하굿둑이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물을 턱하니 가로막고 서 있었다. 을숙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좌안(동쪽) 하굿둑 쪽으로 걸어가자 먼저 갑문이 보였다. 갑문과 하굿둑 첫째 기둥을 지나자 푸른 낙동강물이 9, 10번 2개 수문을 넘어 하류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낙동강 좌안 하굿둑에는 모두 10개의 수문이 있다. 수문 기둥에 매인 여덟 가닥의 굵은 쇠줄이 철수문을 들고 내리면서 강물을 막거나 흐르게 한다. 10개 수문 가운데 1, 2, 9, 10번 등 4개의 조절 수문을 넘어 낙동강은 바다로 간다. 가운데 3~8번 수문은 통상 열리지 않고 낙동강물을 가로막고 서 있다. 좌안 하굿둑을 따라 하단동 쪽으로 걸어가자 1, 2번 수문에서도 역시 푸른 낙동강물이 쏟아져 내렸다.

하굿둑이 육지 쪽과 만나는 곳에 ‘나루쉼터’라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쉼터의 정자 계단에서 쉬고 있던 한 여성 노인은 “예전엔 여기에 물고기도 많고 조개(재첩)도 많았는데, 하굿둑을 막은 뒤 다 없어졌다. 내 고향이 통영인데, 하굿둑을 막은 뒤 통영까지도 물고기가 줄었다고 한다. 강물을 막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굿둑은 완공된 지 35년 만인 2022년 2월 공식적으로 열렸다. 10개의 수문 가운데 9번 수문을 음력 보름과 그믐의 대조기(사리)에 하루 2~4시간 정도 연다. 이 9번 수문을 통해 강물보다 높아진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조기는 한 달에 두 번 바닷물이 강물보다 높아지는 시기로,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한다.

환경부는 이 수문 개방으로 2022년 상류 5㎞까지 162일 동안, 2023년 7.5㎞까지 191일 동안 기수역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1년에 절반 동안 짠물이 하굿둑 상류의 강물에 들어와 있었다는 뜻이다. 기수역이란 강물과 바닷물이 섞인 갯물 수역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바닷물이 상류로 거슬러온 횟수와 양은 2022년 43회 166만㎥, 2023년 48회 489만㎥였다. 2022년 2월 발표된 계획은 상류 15㎞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했으나, 실제는 상류 12㎞가 가장 많이 올라간 것이다.

2019년 이후 개방 실험, 시범 개방, 정식 개방에 따라 회유성 어종인 뱀장어·연어 등이 하굿둑 상류에서 다수 확인됐다. 또 숭어나 농어, 고등어, 학꽁치, 점농어, 문절망둑, 웅어, 갈치, 전어, 은어, 줄공치 등 다양한 물고기가 나타났다. 특히 대표적 회유성 어종이자 가치가 높은 실뱀장어(뱀장어 새끼)는 수문 개방 뒤 하굿둑 상류에서 4배로 늘어났다. 하굿둑 건설 전 낙동강 하구에 지천이었다는 재첩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굿둑의 갑문(나무 울타리 있는 곳)과 수문(가운데 기둥)의 모습.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농민도 어민도 죽인 낙동강 하굿둑

과거 낙동강 하구 을숙도 일대 낙동강 기수역은 자연 생태계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섬 대부분이 갈대밭과 습지로 이뤄진 동아시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고니, 큰기러기, 고방오리,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붉은부리갈매기 등 철새 수십만 마리가 몰려들었다. 기수역의 물고기도 다양해서 뱀장어와 흰베도라치, 실양태, 밴댕이, 고등어, 참서대, 멸치, 주둥치, 도화망둑 등 수백 종의 어류가 바글바글했다. 섬진강 재첩보다 씨알이 굵은 낙동강 재첩은 부산의 대표적인 해장국 재료였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의 바닷물은 1987년부터 상류로 단 1m도 올라가지 못하게 됐다. 길이 2230m, 최고 높이 18.7m에 이르는 낙동강 하굿둑이 완공됐기 때문이다. 당시 전두환 군사정부는 부산·울산·경남에 안정적인 물과 주택지, 공단 부지를 공급한다며 1573억원을 들여 하굿둑을 건설했다. 그러나 하굿둑 건설 뒤 기수역 생태계가 사라져버렸다. 하굿둑이 강물과 바닷물을 완전히 갈라놓은 것이다.

평생을 낙동강 주변에서 농사지은 김봉우(70)씨는 “하굿둑이 없을 때도 농사짓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짠물이 섞인 물로 벼농사도 짓고 상추, 배추, 열무 농사도 다 지었다. 농민들은 하굿둑을 지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하굿둑 막아서 수질이 안 좋아졌고, 낙동강을 다 망쳐버렸다. 하굿둑을 개방하는 게 농민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하굿둑이 놓이기 전부터 낙동강 하구에서 어업을 했다는 부산시 수협의 오성태(66) 조합장도 “하굿둑을 막아 어업에 막대한 지장을 줬다. 수산자원이 풍부했던 낙동강 하구의 어업이 거의 죽어버렸다. 어선이 10분의 1로 줄었다. 하굿둑으로 막혀 물고기가 바닷물과 강물을 오가지 못하게 됐고, 수질도 나빠졌다”고 말했다.

낙동강을 막은 뒤 기수역 생태계가 무너지자 환경단체들은 하굿둑 개방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개방 운동이 벌어진 것은 하굿둑 완공 20년이 지난 2007년이었다. 당시 ‘낙동강 하구를 열자’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지역언론 매체가 호응했다. 낙동강 하굿둑 문제를 다룬 기획 기사가 나왔고, 환경단체들은 국내외 토론회를 열었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굿둑을 거슬러 올라간 바닷물이 농지가 많은 서낙동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대저수문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시민들과 주민이 연대해 시작한 개방 요구

하굿둑 완공 25년이 된 2012년에 이르자 개방 목소리는 더 커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였고,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이해에 60여 개 시민·주민 단체로 이뤄진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가 발족했다. 하굿둑 개방 운동의 핵심 연대단체였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움직이자 박근혜 정부도 반응했다. 낙동강 하구에 대해 2013년 낙동강유역환경청, 2014~2015년 환경부가 두 차례 연구해 보고서를 냈다. 결국 2015년 9월 새누리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은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시에 낙동강살리기추진단을 출범시켰다. 환경단체와 주민, 야당의 요구를 여당 시장이 받아들인 보기 드문 거버넌스(협치) 사례였다.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했다. 특히 2018년 물관리 일원화 법률들이 처리되면서 환경부가 물 관련 업무의 대부분을 맡게 되자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급물살을 탔다. 2019~2020년 세 차례 하굿둑 개방 실험을 했고, 2021년에도 네 차례 시범 개방했다. 2021년 낙동강 하구통합 운영센터도 문을 열었다.

결국 2022년 2월9일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역사적인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방안’을 의결했다. 그 내용은 첫째, 대조기마다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로 올라올 수 있게 1개 수문을 개방한다. 둘째, 염분 피해 방지와 안정적 용수 공급을 위해 하굿둑 상류 최대 15㎞까지 기수역을 조성한다. 셋째, 상류의 대저수문(상류 15㎞)과 운하천(상류 23㎞)을 정비해 기수역 구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다른 하구(금강·영산강)의 복원 사업을 지원하며, 주요 강 하구 복원을 입법한다는 것이었다.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의 최대현 운영위원장은 “처음에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요구하던 것을 민주당이 받아들였고, 다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도 받아들이면서 모두 동의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물관리 업무가 모두 환경부로 통합된 것도 중요한 대목이었다”고 말했다. 부산시 권재섭 하천관리과장은 “오랫동안 시민단체가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연구, 실험해서 개방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그 기조대로 변함없이 지속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앞으로 낙동강 하구 기수역이 더 확대되면 대저수문 위쪽의 운하천을 활용해 서낙동강에 민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김규원 선임기자

정권 바뀌자 12㎞에서 멈춰버린 바닷물

이제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어디로 갈까? 2022년 2월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확대하고 금강과 영산강의 복원도 지원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도 마련해야 한다고 중장기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뒤인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낙동강 하구 기수역 생태계 복원 계획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모두 취소해버렸다. 현재 환경부는 낙동강 하굿둑의 개방 확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나 어민들도 현재의 개방 수준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모든 수문을 완전히, 상시 개방해서 평소에 바닷물이 하굿둑 상류 18㎞ 정도까지 올라가게 해야 한다. 현재처럼 상류 12㎞까지로 바닷물 유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기수역 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수문을 완전히, 상시 개방하면 바닷물이 물금, 매리 취수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대조기 때는 일시적으로 하굿둑 수문을 닫아 바닷물이 상류 20㎞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좀더 대담한 요구를 내놓았다. 부산시 수협의 오성태 조합장은 “낙동강 하구의 어업을 진정으로 살리겠다면 하굿둑만 열어서는 안 된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8개 낙동강 보를 모두 열어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가서 알도 낳고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 많은 물고기가 기수역으로 몰려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부산시, 한국수자원공사 등 5개 기관이 공동 발표한 ‘낙동강 하굿둑 운영 개선 및 생태 복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하굿둑 개방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1안은 전면 개방(상류 40㎞ 이상), 2안은 상류 20㎞ 이하로 개방, 3안은 현재처럼 상류 15㎞ 이하로 개방이다.

이 세 방안 가운데 기수역 생태계 복원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물론 첫째다. 생물종이 현재의 300종에서 1980여 종으로 6배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복원 비용이 3조2천억원으로 크고, 비용 대비 편익(B/C)이 0.54로 경제성이 낮다. 가장 경제성이 높은 방안은 상류 20㎞까지 바닷물을 유입하는 2안이다. 2안은 생물종이 1335종으로 4배 이상 늘어나고, 비용은 6219억원이며, 비용 대비 편익은 1.80으로 가장 높다. 현재 시행 중인 3안은 생물종이 611종으로 2배로 늘어나고 비용은 4830억원, 비용 대비 편익은 1.04였다.

환경부 김종률 물환경정책관은 “앞으로도 농업용수나 식수 등 수자원 이용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운영할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을 모범 사례로 만들어 금강·영산강 등 다른 하굿둑으로도 개방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시민들, 지방·중앙 정부가 모두 합의해 추진해온 사업이어서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수역 생태계 복원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산=글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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