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파악·소통·해결… 현장에서 답 찾는 ‘실력파’[Leadership]

박정민 기자 2024. 3. 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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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서울대 법대 수석졸업 경제관료
사모펀드 도입·자본시장법 주도
시장 존중하고 중장기 안목 갖춰
尹노믹스 설계뒤 역동경제 제시
고물가·고금리에 체감경기 악화
경제회복세 확산 ‘리더십 시험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떤 사람이냐?’라고 기재부 직원들에게 물으면 열에 아홉은 ‘기재부 대표천재’ ‘스마트한 문제해결사’라고 대답한다. 1985년 행정고시 재경직 29회로 입직한 그는 기재부 내부에서 대표적인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상사로 꼽히고 있다. 기재부 조직 특성상 직원들이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기에 일머리 좋고 효율적인 최 부총리에 대해선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지휘하는 역할로 그의 자질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란 것이 조직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스마트함이 주는 신뢰’, 최 부총리 리더십의 본질이다.

◇천재 재무관료, 실력이 리더십이다

서울 용산 출생인 최 부총리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정원제(입학 시 졸업정원보다 30% 더 모집)를 실시했던 1982년 대학입학 당시 실력보다 운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이들도 있어 세간에선 이들을 ‘똥파리(82)’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시절 최 부총리는 서울법대를 수석 졸업하며 ‘진짜배기’ 실력자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법대를 나왔음에도 그는 사법시험이 아닌 행시 재경직에 도전했다. 법규에 맞춰 사후적으로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는 판검사들의 업무와 달리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전적으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 같은 생각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 은사인 고 박세일 서울대 교수로, 그는 최 부총리에게 “경제관료가 돼 국민과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부국부민(富國富民)의 꿈을 가져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경제관료가 시장, 현장, 증거를 존중해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 스스로 경제관료로서 시장 원리에 반하는 정책 또는 시장을 이기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한다. 시장을 존중하는 동시에 중장기적 안목, 혁신적 사고와 문제 조정·해결 능력을 가질 것을 자주 얘기한다는 게 기재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리더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은 실력이다. 최 부총리는 옛 재정경제부 근무 당시 금융정책국에서 주로 일했는데, 증권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을 역임했다. 증권제도과장 시절 국내 사모펀드(PEF)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증권거래법·신탁업법·선물거래법 등 6개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통합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 법들은 낙후한 우리 금융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 다가갈 수 있는 발판에 해당하는 제도들로, 최 부총리의 문제해결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당시 그와 함께 일을 한 후배 관료는 “법조문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 간부들은 물론 국회와 시장 관계자들에게 법 제정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했다”며 “문제해결 능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선배”라고 전했다.

◇국내경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 경제분과 간사로 참여했고, 대통령실 첫 경제수석으로 일한 그는 자타공인 ‘윤노믹스’의 설계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부동산 정책 등 ‘비정상적’인 경제정책을 민간·시장 중심의 ‘정상’으로 바로 잡는데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였다. 전임 부총리였던 추경호 의원이 국회와의 관계에서 강점이 있었다면 최 부총리는 윤 정부의 경제팀 수장이자 경제정책 설계자로서 대통령실과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정책 동력을 발휘하는데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윤 정부 3년 차 친정으로 돌아온 그를 둘러싼 경제 여건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례 없는 고금리·고물가 경제 상황과 ‘여소야대’란 정치적 상황의 조합은 경제 정책 자체의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초반 5∼6%대에 달했던 소비자물가도 2%대까지 낮춰놨지만 다시 3%대로 올라서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총리 취임 초반 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경제회복의 임무를 부여받은 최 부총리에겐 핸디캡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한국경제를 이끄는 그의 리더십이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도 있다. 최 부총리 스스로도 지금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그는 “3월이라서 봄인 게 아니라 따뜻해져야 봄인 것처럼, 지표상 회복 흐름과 달리 체감경기는 여전히 온기 확산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누적된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체감경기와 밀접한 내수 부문으로까지 회복세가 확산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현 상황에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와 과도한 규제, 경쟁제한적·불공정 관행 등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이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인 점은 다들 알고 있지만, 이 해묵은 구조적 문제를 아무리 천재관료라 하더라도 단시간에 해결하긴 어렵다. 다만 그는 이 같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는 것이 기재부란 조직의 존재 이유라고 믿고 있다.

◇역동경제, 소통하는 경제 리더

윤 대통령도 최 부총리에게 이 같은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의 틀을 잡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최 부총리도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향후 정책 방향의 키워드로 ‘역동경제’를 제시했다. 역동경제는 최 부총리의 단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다. 특히 역동성은 우리 국민의 DNA에 내재된 특징적 요소로서, 어려울 때마다 다양한 형태로 발현돼 위기극복의 원동력이 됐다는 게 최 부총리의 설명이다. 그 때문에 이러한 우리에게 내재된 역동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가 잘 설계된 경제가 바로 역동경제다.

최 부총리는 역동경제를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성장·사회이동성과의 선순환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중산층이 두꺼워지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 역동경제의 목표인데, 지금까지 최 부총리가 현장 정책수요자·전문가들과 소통(취임 후 2개월간 총 30회 현장방문 또는 현장간담회 진행)해온 것 역시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스마트한 인물들이 독단적 결정을 내리는 함정에 빠지기 쉽지만 그는 스스로 이 같은 함정을 피하기 위해 남의 얘기를 듣는 것에 집중한다. 소통을 통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다. 역동경제도 국민·기업 등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최 부총리의 생각이다. 이에 기재부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정책 생산을 백화점식이 아닌 핵심 어젠다 중심으로 선별해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는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와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등이 핵심 어젠다로 검토 중인데, 청년·여성 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확충될 뿐만 아니라 가구소득 증가로 소득 이동성도 제고될 수 있다. 또 중기의 성장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질 제고를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 최 부총리의 이 같은 경제 철학은 6월 발표될 ‘역동경제 로드맵’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와는 별개로 4월에는 사회이동성 제고 방안, 5월에는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강화 방안 등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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