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이네 각자도생’ 남보라, ‘피식대학’을 찾아보며 얻은 깨달음[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3. 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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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정미림 역을 연기한 배우 남보라.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배우 남보라의 이미지는 30대 초반인 나이에 비해 많은 책임감으로 형성돼 왔다. 영화 ‘써니’로 이름을 알린 후 보여줬던 각종 캐릭터가 차분하고 때로는 비련의 주인공이었기에 그렇고, 실제 12명에 달하는 형제들의 장녀로서 ‘K-장녀’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 때문에 그랬다.

그런 그에게 17일 막을 내린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하나의 틀을 깬 작품이 됐다. 대중에게도 남보라가 코믹 연기도 가능한 배우라는 점을 알린 것이 우선이었고, 스스로에게도 지금까지 가져왔던 연기의 정의를 새롭게 정하는 기회가 됐다.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제가 한 역할이 재밌는 인물이었고, 대본도 그랬죠. 크게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한 장면을 찍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까’ ‘개그의 요소를 어떻게 넣을까’ 고민했어요.”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정미림 역을 연기한 배우 남보라.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남보라가 연기한 정미림은 변호사를 그만두고 배우의 꿈을 꾸고 있다. 주인공 이효준(설정환)의 고시원 옆방으로 들어오면서 그와 얽힌다. 결국 앙숙의 정은 진짜 정이 되고, 배우의 꿈을 저버리려는 일생일대의 순간 효준의 아이를 잉태한다. 2막에 가깝게 인생이 변해 효심(유이)의 집에 며느리로 들어가 다시 활력이 된다.

“제 평소 성격은 미림이처럼 텐션이 높지 않아요. 평소에는 차분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이 ‘MZ세대’ 며느리를 어떻게 하면 밉지 않고 재미있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극이 무거운 부분도 있고 슬픈 부분도 있어 미림이 나올 때는 많은 분을 재밌게 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유튜브 콘텐츠를 많이 참고했다. 개그맨 이용주, 김민수, 정재형이 나오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들이 교과서가 됐다. 개그맨들이 나와 생활의 한 부분에서 재미를 주는 스케치 코미디의 형식을 보면서 웃음을 밀고 당기는 요령을 터득했다. 무조건 즐겼던 것은 아니다. 워낙 다양한 돌발행동(?)이 많았다. 부끄러운 마음에 눈을 질끈 감고 임해야 했던 장면도 있었다.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정미림 역을 연기한 배우 남보라 출연장면. 사진 KBS



“미림이가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는 ‘발연기’를 연기해야 했어요. 특히 좀비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기억이 나고요. 효준의 집에 들어와서는 시어머니(윤미라)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임신한 몸으로 춤을 추는데 제시님의 ‘눈누난나’를 췄던 게 기억나요. 리허설 때부터 감독님이 견디지 못하셔서 ‘그만하셔도 돼요’라고 하셨지만, 한 번에 끝낼 생각에 텐션을 끝까지 끌어올려 덤볐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워낙 밝은 모습이 많았던 덕에 오히려 밝음이 남보라에겐 도전이었다. 슬픈 연기나 차분한 연기는 원래 많이 하던 연기라 오히려 편했다. 상대역인 설정환이 섬세한 스타일이라 서로 맞추는 재미가 있었고, 윤미라와 정영숙, 이휘향, 전원주 등 베테랑 선배들이 많은 대기실 분위기는 가족과 같았다. 늘 맏이로서 챙기기만 했던 그에게 선배들의 보살핌은 큰 힘이었다.

“저도 긴 시간 연예활동을 하면서 꿈을 갖고서도 지치지 않으려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미림이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는 친구였기에 공감을 많이 했죠. 비록 임신을 통해서 꿈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도 되고, 때론 안주해도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죠.”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정미림 역을 연기한 배우 남보라 출연장면. 사진 KBS



이는 남보라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2005년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천사들의 합창’ 맏딸로 출연하면서 비연예인으로 방송에 데뷔한 그는 끊임없는 소속사들의 러브콜에 연예인이 되기로 했다. ‘써니’ ‘해를 품은 달’ 등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자리 잡았지만 사실 그에게는 배우가 아닌 직함도 여럿 있다.

“201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어요. 우연치 않은 기회였는데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수업을 들을 일이 있었어요. 그 수업의 목적이 사업계획서까지 내는 일이었는데 실제 제 기획안이 통과됐죠. 그래서 손 소독제 사업을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제철과일 유통관련 사업도 해요. 수익이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나이 또래 배우라면 엄두도 못 낼 다양한 사업의 요소를 익혔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외에 얻는 것도 많았다. 쪽방촌 봉사를 10년째 하면서 ‘이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은 뭘까’라는 궁금증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사업과 연기를 건강하기 위해 삶의 루틴을 정립했고, 한때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던 그의 마음은 훨씬 건강해졌다.

KBS2 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정미림 역을 연기한 배우 남보라.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12시(자정)에는 꼭 자고요. 8시간을 자고, 밥도 잘 먹고 잘 쉽니다. 스스로에게 실수해도 괜찮고, 좌절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많은 동생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되고요. 이번에 임신 연기를 하면서 제 결혼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 저는 역시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흔이 되기 전에는 결혼하고 싶어요.”

그가 ‘효심이네 각자도생’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은, 역시 배우는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즐거운 작품을 보며 깔깔 웃는 시청자들과 자신을 보면서 그는 배우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배웠다. 목적이 분명하기에 길도 분명하다. 뭐든 열심히 즐겁게, 맛있게 할 생각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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