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12시간 동안 열리는 자동차 경주
“우르르릉, 콰앙!!”
고막을 찢을 듯 천둥소리를 내며 출발한 17대의 경주용 차들은 12시간을 달렸다. 형형색색의 경주차들은 직선 주로에서 최고 280km까지 빠른 속도로 달리다 굽어진 코스를 앞두고 급정거를 반복했다.
16일 말레이시아 슬랑오르주(州) 세팡 국제 자동차 경주장에서 열린 ‘세팡 12시간(Sepang 12hour)’대회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내구레이스다. 이날 경기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경기가 진행됐다.
대부분 자동차 경주는 한 낮에 정해진 바퀴 수를 모두 도는 방식으로 열리지만, 낮에서 밤까지 장시간 동안 차량의 내구력을 겨루는 ‘내구레이스’는 종목마다 각각 6시간에서 12시간, 최대 24시간까지 경기가 열린다. 매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르망24시(24h LE MANS)’가 세계적인 내구레이스 중 하나. 그동안 한국에서 열렸던 내구레이스는 최대 2시간이었다.
‘세팡 12시’는 경기 규정에 맞게 각 팀당 최대 5명의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경기에 출전했다. 경주용 차량은 경량화를 위해 운전석 냉각 장치를 제거한 상태로 경주에 참여한다.
무더운 말레이시아 날씨와 높은 차량 온도 탓에 운전석 내부 온도는 최고 70도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장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안정적인 차량 성능과 팀의 전략 그리고 선수의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이다.
이날 경주에는 한국팀도 출전했다. 지난 2023년 처음 구성된 레이싱팀 ‘레이스그래프(대표 조순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팡12시간’에 참가했다. 이 팀은 해외 경주에 처음 출전한 유일한 커스터머 레이싱(Customer:고객)팀이기도 하다. 차 앞과 옆부분에 한글로 새긴 대한민국 글씨가 멀리서도 선명히 보였다.
커스터머 레이싱은 자동차 경주를 준비하는 개인이나 프로팀이 특정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경주용 차량을 구매해 경주에 참가한다. 경주에 참하는 소비자는 막대한 비용으로 경주용 자동차를 직접 개발할 필요가 없고, 제조사는 레이싱에 진출한 팀을 통해 자사 차량임을 홍보한다. 커스터머 레이싱 방식은 이미 독일, 이탈리아, 영국 소속 완성차 업체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낮에 시작한 경기는 밤까지 이어졌다. 경기 시작 9시간째 해가 지면서 경기장과 경주용 차량에서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기록을 더 단축하기 위해 앞에서 달리는 다른 팀 차량을 향해 여지없이 상향등을 날리며 비키라는 신호를 보냈다. 앞선 차량은 자신의 순위를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뒤에서 압박하는 차량을 가로막았다.
경기 몇 시간 동안 1위를 차지하던 국제 레이싱팀 ‘앱솔루트 레이싱’ 소속 차량이 경기 종료 15분을 앞두고 갑자기 정비고인 ‘피트’로 들어섰다. 사실상 1위를 확정 짓는 상황이어서 관중들은 물론 각 소속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술렁이는 반응을 보였다.
정비소에 들어선 차량은 급하게 정비사들로부터 급유를 받기 시작했다. 그 사이 8초 차이로 2위를 달리던 ‘알앤비 레이싱’팀 선수가 1위를 차지했다. 유일한 한국팀인 ‘레이스그래프’의 출전 차량은 경기 초반 15위에서 6위까지 추월을 거듭하며 선두를 향해 달리고 있었지만, 장시간 동안 경기가 진행되면서 차량 연료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종합 12위, 동급의 GT컵 분야에서 3위를 차지해 시상대에 태극기를 올리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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