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도 안되는데 인구 늘었다고?”…‘이것’ 뿌리자 고급인력 넘쳐나는 싱가포르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4. 3. 1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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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합계출산율 0.97명인데
인구는 30년 전보다 85% 늘어
독일은 인구의 15%가 외국인
“이민 없이는 인구 위기 극복 못해”
싱가포르 지하철 리틀 인디아역 퇴근시간.
싱가포르 지하철 안에서는 타이완계, 중국계, 말레이시아계, 인도계처럼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의 학생들이 거리낌없이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들어서고 좋은 일자리가 늘면서 싱가포르에 이주한 사람들의 자녀도 자연스럽게 섞여 지내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선 옆집에서 커리 냄새가 새어 나오는 일이 자연스럽고, 현관을 열고 생활하는 중국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겉모습이 달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중국계 싱가포르인과 결혼해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중국인 콴 유춘(Quan Yuchun·38)씨는 “피부가 검다고 해서 이상하게 본다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누가 어디에서 왔든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물어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언어가 가교 역할을 했다. 그는 “중국은 중국어만, 한국은 한국어만 사용하지만 싱가포르는 누구나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교육환경이 좋고 치안이 좋아 아이 키우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23년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0.97명(잠정)으로 1명대가 깨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인구는 30년 전보다 85% 늘었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함께 개방적인 이민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다. 1990년 305만명이던 싱가포르 인구는 2020년 569만명까지 불어났다. 저출산으로 줄어든 인구를 외국인으로 채웠다. 지난해 싱가포르 총인구 수는 592만명인데, 이 중 영주권자가 54만명, 외국인 체류자가 17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9%를 차지했다. 인드라니 라자 싱가포르 총리실 장관은 “이민이 싱가포르 인구의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람과 돈을 끌어당기기 위해 싱가포르는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썼다. 다국적 기업의 정보통신(IT) 글로벌팀 채용을 담당하는 한 임원은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와서 사업을 시작하기에 절차가 간단하고 정부지원이 잘 돼 있다”면서 “언어, 치안, 교육를 비롯한 제반 환경도 좋은 데다 아시아 전체를 총괄해 경력을 쌓고 싶은 외국인들이 전세계에서 지원하면서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김정건 아토즈컨설팅 싱가포르 법인장은 “기업들과 기업가,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는 2008년 상속세를 폐지하면서 경쟁적인 세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고급 인재의 정주를 유도하고 있다. 작년에는 해외 네트워크 전문지식 비자인 ONE 패스(Overseas Networks & Expertise Pass)를 신규 도입해 비자 발급 편의성을 높이고 장기 거주를 유도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노동인구가 부족해지자 싱가포르 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고급인재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국제 이민자 수가 1.6배 증가하는 동안 고등교육을 받은 전세계 인재 이동 규모는 3배 늘었다.

독일 노이퀠른역앞 이민자 풍경. [독일 = 류영욱 기자]
유럽의 이민대국 독일도 인재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독일은 2020년 9월 한국에 독일이주를 위한 광고 등을 제작하기 위해 국내 남성 톱스타 임 모씨 측에 문의했다. 광고 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빗장을 잠그며 무산됐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교육 수준이 높은 이민자를 받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일은 전체 인구 중 외국인 거주민 비율이 15%인데, 이주민 출신으로 독일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비율이 28.7%까지 확 늘어난다. 독일 베를린의 자치구인 노이쾰른은 다인종, 다문화의 교차점이 된 현대 독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실제로 최근 방문한 노이쾰른 북부 칼마르크스 거리 한쪽에선 아랍계 남성들이 아랍어로 대화를 하며 길을 걷고, 20대 미국인 여성 예술가들은 노상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중세 양식으로 세워진 성당과 형형색색의 모스크가 나란히 서 있었고, 길거리에는 전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터키 이민자 2세대으로 식당 주방보조를 하고 있는 하칸 카야(23)씨는 “내가 나온 초등학교는 15명중 11명이 부모가 이민을 왔거나 이민자출신”이었다며“독일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출신에 관계없이 독일시민”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어느 국가보다 일찍이 이민문호를 개방해 인구를 늘려나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력한 이민정책으로 독일 인구를 9000만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은 포용적이면서도 선별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화적 동질성이 높고 신원이 확실한 국가 출신일수록 이민 장벽이 낮아진다,

인재유치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경제인협회가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외국 전문인력 활용도는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다. 노동시장의 대외개방성과 외국 전문인력 활용도가 그만큼 낮다.

아드리안 하이어만 베를린 인구개발연구소 연구위원은 “육아수당을 비롯한 출산장려 정책이 출산율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밖에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주는 출산율에 주는 영향이 훨씬 크다”며 “결론적으로 이민을 제외하고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청’을 만들어 해외인력을 적극 유치·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이민정책은 여러 부처 소관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각각 다르게 운영돼 기업이 예측할 수 없고 일관성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올인원 패스’를 도입해 고소득 외국인과 동반 가족의 장기 거주를 지원하고 동반 가족의 구직활동을 허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보다 미국출장이 더 가까워 아시아 헤드쿼터에 적합하다는 이점도 있다. 상속세와 양도세를 개편해 전세계 거부를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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