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김태훈 2024. 3. 1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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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기 범죄라는 '에피데믹'(epidemic·유행병)과의 싸움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7월4일 미국의 제246주년 독립기념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 일부다.

11월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바이든에게 총기 소유 규제는 여성들의 낙태권 보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공약이다.

바이든의 말에는 총기 난사가 '유독 미국에서만 자주 일어나는 범죄'라는 자책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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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기 범죄라는 ‘에피데믹’(epidemic·유행병)과의 싸움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2022년 7월4일 미국의 제246주년 독립기념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 일부다. 그날 미국 독립을 축하하고자 일리노이주(州) 시카고 인근 하이랜드파크에서 퍼레이드가 열렸다. 그런데 20대 백인 남성이 축제 행렬을 관람하던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11월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바이든에게 총기 소유 규제는 여성들의 낙태권 보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공약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과 달리 에피데믹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만 유행하는 질병을 의미한다. 바이든의 말에는 총기 난사가 ‘유독 미국에서만 자주 일어나는 범죄’라는 자책이 담겨 있다. 한국처럼 총기 유통이 불법이고 따라서 총기를 이용한 범죄 발생이 극히 드문 나라의 국민들이 보기엔 바이든 말이 맞는다. 하지만 군인이나 경찰관처럼 업무상 총기에 접근하기 쉬운 이들이 범죄자로 돌변하는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1982년 경남 의령에서 일어난 우범곤 순경 사건이 대표적이다.

1982년 4월26일 경남 의령에서 총기 난사로 62명의 생명을 앗아간 우범곤 순경의 얼굴이 당시 언론에 보도된 모습. 사회관계망(SNS) 캡처
그해 4월26일 우 순경은 동거녀와 다툰 끝에 술에 만취해서 예비군 무기고에 난입했다. 소총과 실탄 140여발, 수류탄 7개를 훔쳤다.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무차별 발포했다. 악마가 따로 없었다. 총 62명이 목숨을 잃고 30여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우 순경은 이튿날인 4월27일 새벽 자폭했다. 한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참사다. 우 순경의 상관이었던 경찰 간부 여럿이 직위해제나 파면을 당했고 구속 기소된 이들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에겐 크나큰 위기였다.

우 순경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서정화 당시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내무부가 전국 시·도지사는 물론 일선 경찰서까지 장악하고 좌지우지하던 시절이다. 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던 노태우가 우 순경 사건 수습의 특명을 받고 내각의 핵심 부서인 내무부의 새 장관으로 이동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우 순경 사건을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든 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 42년이 지난 올해 4월에야 의령에 위령비가 들어선다고 한다. 그저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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