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숨은 무등록 학원… ‘안전’ 사각지대 [현장, 그곳&]
음악 학원 방음재 화재 취약 대책 시급
학원법상 인허가 불허에도 버젓이 운영
도내 작년 적발·고발 건수 38건, 증가세
道교육청 “신고 포상제 홍보·단속 강화”
“지하에 학원이 있어도 되는 건가요?”
지난 15일 오후 3시께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음악을 따라 어두운 지하 계단을 내려가자 초등학생 5명이 춤 강습을 받고 있었다. 학원법상 지하는 학원 인허가를 받을 수 없지만, 이곳에선 버젓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춤 강습을 하고 있었다. 내부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재진압장치는 외부 출입구 밖에 놓인 소화기 한 대 뿐이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좁은 출입구를 따라 들어가자 각종 악기를 배우는 ‘방’이 나왔다. 외부로 퍼지는 악기 소리를 막기 위해 방마다 화재에 취약한 방음벽까지 설치했지만,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더욱이 출입구마저 비좁아서 화재 등 사고가 날 경우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경기도내 일부 음악학원이 ‘지하에선 운영할 수 없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는 비상상황 발생 시 이동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데다 환기나 채광 면에서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모든 학원은 경기도학원조례에 따라 원칙상 지하 운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도내 일부 시설은 학원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학원’이라는 명칭으로 영업하거나 ‘~뮤직’, ‘~댄스’라는 이름을 붙여 학원이 아닌 것처럼 둔갑해 불법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무등록 학원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학원배상책임보험은 모든 학원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지만, 정식 업체가 아닌 경우 의무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보상을 받지 못할 여지가 크다.
특히 음악 학원은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 음악 학원 특성상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방음 공사가 이뤄지는데, 방음재 등이 화재에 약해 불쏘시개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수원의 한 음악연습실에서 방마다 설치된 흡음재가 불에 타면서 구석 방에 있던 20대 남성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등록 학원을 운영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도내 무등록 학원의 적발 및 고발 건수는 지난 2021년 15건, 2022년 10건 등 코로나19로 주춤하다가 지난해 38건으로 늘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학원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무등록 학원은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쉬워 원천 폐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 접수나 민원 신고를 통해 무등록 학원을 감독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수사 권한이 없어 신고가 들어와야만 현장을 적발할 수 있다”며 “무등록 학원 감독을 위한 신고 포상금 제도를 더욱 홍보하고 적극적인 단속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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