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잡초와 함께 울고 웃던 ‘가황’ 나훈아

관리자 2024. 3.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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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가 은퇴를 암시한 편지를 공개해 화제다.

그가 죽은 후에 측근으로부터 증언이 나왔는데 김정남이 살아생전 노래방에서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10번이나 부르고 흐느꼈다는 내용이었다.

나훈아의 히트곡이 아니어서 대부분 모르는 노래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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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 그 사연] 나훈아 ‘울긴 왜 울어’
‘울긴 왜 울어’ ‘잡초’ ‘고향으로 가는 배’를 수록한 나훈아의 독집, 1982.

가수 나훈아가 은퇴를 암시한 편지를 공개해 화제다. 그는 2월27일 편지를 통해 “박수칠 때 떠나겠다” “그동안 고마웠다”며 곧 열릴 전국 투어 콘서트를 끝으로 활동을 그만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한국 가요계에서 그가 차지하던 위치를 생각하면 굉장한 뉴스다.

그는 공식적으로 1968년에 데뷔해 올해 데뷔 56주년을 맞는다. 반세기가 넘도록 가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그중 1982년은 잊을 수 없다. 이 해에 나훈아는 새 앨범을 발표했는데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울 동부이촌동의 서울스튜디오에서 최초로 신곡 발표회를 열었다. 200여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나훈아는 타이틀 선정 투표를 했다. 앨범에서는 ‘울긴 왜 울어’가 98표로 1위, ‘잡초’가 48표로 2위를 차지했다. 나훈아는 투표 결과에 따라 ‘울긴 왜 울어’를 타이틀로 정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별한 사람에 대한 미련 때문에 눈물짓지 말라는 노랫말은 발매 당시 상당히 히트했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는 ‘잡초’가 지지를 받았다. 두 노래의 히트로 나훈아는 가십거리에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가수임을 입증했다.

그런데 2017년 외신을 통해 매우 놀라운 일이 전해졌다. 북한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이 그해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살해당했다는 보도였다. 그가 죽은 후에 측근으로부터 증언이 나왔는데 김정남이 살아생전 노래방에서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10번이나 부르고 흐느꼈다는 내용이었다. 즉 북한의 김정남이 부르던 애창곡이 남한의 나훈아 노래였던 것이다. 이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을 때 국내 가요 전문가들은 어리둥절했다. 나훈아의 히트곡이 아니어서 대부분 모르는 노래였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찾아보니 ‘고향으로 가는 배’는 ‘울긴 왜 울어’ ‘잡초’가 히트한 1982년에 발매한 음반에 수록돼 있었다. 이렇게 노래에 얽힌 운명 같은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보통 나훈아를 속칭 ‘가황(가요계의 황제)’이라고 부른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되는 이유는 자신을 낮춰 아래로 흘렀기 때문이다(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세월이 흘러도 남북한 사람 모두가 나훈아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밑바닥 서민의 희로애락을 평생 노래로 불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게 은퇴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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