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Kurea’ 센터는 ‘Senter’… 서울 전철역 안내판 곳곳 오류

김보경 기자 2024. 3. 1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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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15곳 표지판 40%가 잘못 표기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 설치한 디지털 종합 안내도. 일본 대사관은 공식 명칭인 ‘Embassy of Japan’이 아닌 ‘Japanese Embassy’(위 빨간 원)로, 근로복지공단 아래에는 ‘Korea’를 ‘Kurea’(아래 빨간 원)로 적어 놨다. /김보경 기자

연간 외국 관광객 900만명이 찾는 서울의 지하철 안내도와 표지판 오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15곳의 역내 안내도와 표지판 등 204개를 확인하니, 오류가 총 94건 나왔다. 10건 중 4건 이상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단순한 오·탈자도 있었지만, ‘코리아(Korea)’를 ‘쿠리아(Kurea)’로 표기하거나, 한글로 ‘남산3호터널’을 적어놓고 영문으로는 ‘The Bank of Korea’라고 적은 곳도 있었다.

영문 표기 오류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강남역으로, 총 33건이었다. 강남역에서 환승하는 신분당선을 ‘Sinbundang Line’이라 썼는데, 이 노선의 공식 명칭은 ‘Shinbundang Line’이다. 또 학교를 ‘school’이 아닌 ‘schoo’로 적은 곳도 있었다. 특히 삼성역을 가리키는 안내문에 지역명인 ‘Samseong’을 써야 하는데, 기업을 가리키는 ‘Samsung’이라고 적어 놨다.

유형별로 보면, 회사나 기관의 공식 명칭을 무시한 것이 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 대사관은 ‘Embassy of Japan’이 공식 명칭이지만, 안국역 내 안내판에는 ‘Japanese Embassy’라고 돼 있다. 종로3가역에서는 세운상가를 ‘Seun Arcade’로 적어놨지만 공식 명칭은 ‘Sewoon Plaza’이다.

단순 오타도 24건이나 됐다. 광화문역에는 시의회(Metropolitan Council)를 Metropolition, Metropolinat 등으로 잘못 표기한 안내판이 2곳 있었다. 을지로4가역에는 주변 상가 방향을 알려주며 ‘Shopping Center’가 아닌 ‘Shopping Senter’라고 적어 놓았다. 프랑스에서 온 로라 레미(30)는 “이런 쉬운 단어마저 잘못돼 있으면 서울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지하철은 서울교통공사와 서울메트로 9호선, 신분당선 등 운영 주체가 여러 곳이다. 지하 상가는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한다. 이러다 보니 안내도와 표지판 등이 통일되지 않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외주 업체가 설치한 뒤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리 안내판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이런 오류를 줄이고자 2021년부터 시민과 외국인 신고를 받고 있다. 2021년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오류를 총 421건 고쳤고, 작년에는 608건을 바로잡았다. 홍설영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는 “안내판의 잦은 오류는 유·무형 국가 이미지의 막대한 훼손을 초래한다”면서 “서울시와 정부가 나서서 전수조사해 오류를 수정하고 표기법을 통일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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