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밥 할머니’ 별세에 문재인 “나눔의 의미 다시 생각”

이유진 기자 2024. 3. 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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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가진 것이 많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돈이든 재능이든 마음이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남한산성 김밥 할머니' 박춘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늦게 들었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멋진 삶을 사셨다"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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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별세한 박춘자 할머니
16일 SNS에 글 올려 애도
2021년 12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참석했던 박춘자 할머니. 문재인정부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할머니는 가진 것이 많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돈이든 재능이든 마음이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남한산성 김밥 할머니’ 박춘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늦게 들었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멋진 삶을 사셨다”며 애도했다.

지난 11일 9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박 할머니는 열 살 무렵부터 50년 이상 거의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3천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모두 기부했다.

2008년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돈이 없어서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3억원을 기부했고, 같은 해 장애인 거주시설인 ‘성남작은예수의집’ 건립금으로 3억원을 내놓았다. 박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며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살던 집 월세 보증금 5천만원까지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또 박 할머니는 마흔 살 무렵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고, 60대 들어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는 11명의 지적 장애인들을 집으로 데려와 직접 돌봤다.

2021년 12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전 여사가 박춘자 할머니와 함께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할머니는 2021년 엘지(LG) 의인상을 받았고, 그해 12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부·나눔 단체 초청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자격으로 박 할머니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는 당시 박 할머니의 발언을 정리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한 바 있다.

“저는 가난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습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습니다. 돈만 있으면…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습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남씨는 박 할머니의 발언을 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였다”며 박 할머니에 대한 존경을 드러냈었다.

2021년 12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행사\'에 참석했던 박춘자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유튜브 갈무리

문 전 대통령 역시 “어려웠던 어린 날을 회상하며 ‘나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다’고 행사 내내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박 할머니의 영면을 빌며, 나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도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인은 나눔으로 행복을 얻는 분이셨다. 국민들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가신 고인의 발자취를 오래 기억하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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