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민하는 사이에 도태돼...주요 기업들은 실전 도입중"

안경애 2024. 3. 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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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원 SK C&C G.AI그룹장
차지원 SK C&C G.AI그룹장

차지원 SK C&C G.AI그룹장

"AI(인공지능) 도입을 아직 주저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손 놓고 있다가는 아예 흐름을 놓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범위와 상황이 다르겠지만 작게라도 시도하다 보면 자발적인 변화의 흐름이 생겨납니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성남 분당 본사에서 만난 차지원(46) SK C&C G.AI그룹장은 "AI를 도입한 기업과 안 한 기업 간에 이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AI를 써서 사내 데이터 검색을 빨리 하거나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이에 다른 기업들은 이미 도입해서 효과를 확인하면서 다음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차 그룹장은 AI의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을 코딩으로 꼽았다. SW(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가 본업인 SK C&C 같은 기업 내부에서는 지금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AI를 써서 코딩 효율이 50%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 1년 걸리던 개발 기간이 6개월로 줄어들고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하면 된다는 의미다.

차 그룹장은 "지금 AI를 안 쓰고 코딩하는 사람은 이상한 거다. 사내에서 AI 코딩을 많이 쓰는데 생산성이 크게 올라갈 뿐 아니라 도저히 해결 못하던 코딩 문제를 AI가 풀어주기도 한다. 사람이 못하는 일을 귀신 같이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 그룹장이 이끄는 G.AI그룹은 SK C&C에서 AI·데이터 기술을 축적하고 솔루션을 개발하고 고객을 만나 직접 사업으로 연결해 수행하는 폭넓은 활동을 한다. 재료공학을 전공하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연구했던 차 그룹장은 2006년 SK C&C IT 개발자로 입사한 후 데이터와 AI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내 어느 기업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SK텔레콤의 데이터를 다루면서 전문성을 다진 그는 AI와 데이터 영역을 파고들었다. 생성형AI 열풍이 불면서 SK C&C는 작년초 기존 관련 조직을 생성형AI에 집중하는 G.AI그룹으로 개편했다. 차 그룹장은 160명 규모의 전문가 조직을 이끌면서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SK그룹은 사실상 전 계열사가 AI를 중심에 두고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이 최근 내놓는 공통된 경영 화두는 'AI'다. SK 관계사를 비롯한 기업과 금융, 공공부문의 DX(디지털전환)를 뒷받침하는 SK C&C는 지난 12일 자체 행사를 열고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 컴퍼니'를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윤풍영 SK C&C 사장은 대형 기업들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 자산을 바탕으로 AI 시대를 이끌 수 있도록 '맞춤형 AI 레시피'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생각보다 산업 현장에서 생성형 AI 도입 속도가 빠르다는 차 그룹장은 생성형 AI가 갖는 의미에 대해 "컴퓨터가 '사람의 말'이란 비정형 데이터를 바로 이해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기업 내부에 쌓인 비정형 데이터에 기계가 저렴하게 접근해 가치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동안 해온 디지털화는 주로 수치 중심의 정형 데이터를 원료로 썼다. 차 그룹장은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고객센터에 쌓인 상담원과 고객과의 대화 내용에서 정보를 추출하려면 전용 모델을 만드는 등 힘든 작업을 해야 했는데 이제 기계가 바로 접근할 수 있다. 과거에 손을 못 댔던 데이터가 자원이 된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는 당장 비정형 데이터와 직원의 생각을 결합해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유통, 고객서비스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AI 신기술과 뉴스가 나오는 상황을 쫓아가면서 사업적 기회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차 그룹장은 "변화가 빠른 것은 시장에 활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얘기"라며 "변화를 기회로 연결하는 과정이 재미 있다"고 말했다.

차 그룹장은 2023년이 'AI 기술검증(PoC)의 해'였다면 올해는 '생성형 AI 프로덕션의 첫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고객들이 구체적인 수요를 가지고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시도가 작년 9월 정도부터 특히 많았다고 한다. 그는 "큰 PoC만 해도 10개가 넘었다. 특히 평소 데이터 축적과 관리가 잘 돼 있는 금융권이 많았다"면서 "금융사들은 내부 업무효율화, 고객컨택센터 등에 AI를 적용해서 뭘 얻을 수 있을지 검증했다"고 말했다. 금융사와 대기업들은 주로 그동안 쌓아놓은 내부 데이터를 재료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필요한 답을 얻고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는지를 봤다. 차 그룹장은 "올해는 효과를 검증한 고객들이 실전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시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SK C&C는 그동안 PoC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직무별 특화 AI서비스로 만들었다. 엔터프라이즈 AI 솔루션으로 선보인 '솔루어(Solur)'에 AI 채팅부터 코딩, 인사, 재무·회계, 법무, 규제준수, 구매·물류 등 특화 서비스를 탑재했다. 앞으로 서비스를 계속 늘릴 계획이다.

차 그룹장은 "고객의 수요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주형 사업, AI 특화 솔루션과 서비스 공급 외에 다른 기업이 공급하는 ERP(전사자원관리), 보안SW, 생산성도구 등에 우리 AI 기능을 끼워 넣는 시도도 하고 있다. 단일 기업이 하기에는 범위가 넓다 보니 AI를 기점으로 여러 영역의 IT기업이 많이 뭉칠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그룹장은 ERP나 그룹웨어는 기업들이 단일 솔루션을 써서 통일성을 꾀하는 게 효과적이지만 AI는 업무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쓰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기업들이 그동안 좋은 AI 하나를 정해서 쓰는 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최근 흐름은 업무와 가격 등을 고려하고 상황에 맞게 여러 종류를 쓰는 유연한 멀티 LLM 전략"이라면서 "우리는 기업들이 어떤 LLM을 쓰든지 내부 데이터와 잘 결합해서 데이터를 계속 학습시키고 실제 업무에서 내부 데이터와 AI가 잘 결합돼서 작동하도록 종합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데이터와 AI모델이 각종 업무와 유기적으로 조합돼서 작동하는 'AI옵스' 구조가 잘 돌아가려면 복잡한 과정을 조정하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생성형 AI가 새로운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하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SK C&C는 지난해 한 국내 시중은행과 이런 작업을 수행했다. 전사 비정형 데이터 활용을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중간에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방향을 수정했다. 이 은행은 SK C&C가 자체 개발한 sLLM(경량언어모델)을 도입했다. SK C&C는 SK그룹 내부에 생성형 AI를 확장하는 일도 했다.

"고객들은 AI의 효과와 비용을 함께 고민한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급 AI를 쓸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는 차 그룹장은 "좋은 LLM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데이터를 잘 찾고 업무요건과 잘 엮고 AI가 이탈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 많은 사업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동안 텍스트에 초점을 뒀던 생성형 AI가 이미지와 영상 실력을 키우고, 비정형 데이터에 정형 데이터까지 연관되면 더 큰 가치와 활용 분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차 그룹장은 내다봤다. 또 AI가 아무 말이나 내놓는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이미 LLM 차원에서 많이 개선됐고, AI가 다른 방향으로 새거나 말을 지어내지 못하게 하는 노하우도 많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AI가 지식뿐 아니라 사람 같은 '일머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들 오케스트레이션을 한다고 하지만 접근방법과 수준은 제각각입니다. 우리는 대형 고객이 진짜 핵심 업무에서 매우 어려운 일을 AI를 활용해 처리하도록 돕는 것에 집중합니다. 공공·금융·제조 분야 핵심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금융권 시장에선 1등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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