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버리면 인간 위협하는 남은 약, ‘여기’ 넣으면 된다고?

권나연 기자 2024. 3.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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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우편서비스 활용 폐의약품 회수 확대
최근 지자체 10곳 신규 신청…총 43곳으로 늘어
‘폐의약품’이라고 적은 봉투 우체통에 넣는 방식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먹다 남은 약을 일반쓰레기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액상으로 된 약은 하수구에 버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함부로 버려진 약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슈퍼박테리아’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체통’을 활용한 폐의약품 수거를 확대하고 있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10개 지자체가 ‘우편서비스를 활용한 폐의약품 회수 활성화 사업’을 신청해 참여지역은 연내 최대 43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로 참여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경기 구리·포천·하남·화성시 ▲강원 태백시 ▲충북 음성군 ▲대전 유성구 ▲전남 곡성군 ▲경남 거제시‧거창군이다. 이들 지역은 우정사업본부와 구체적인 사업방식과 비용 등을 협의한 뒤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기존에 참여 중인 지자체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세종 ▲전북 임실‧순창군 ▲전남 나주시 ▲광주 광산구‧동구 ▲강원 동해‧삼척시 등 33곳이다. 

우편서비스를 활용한 폐의약품 회수 체계가 구축되면 주민들은 전용봉투나 폐의약품이라고 적은 봉투에 약을 넣고 밀봉한 뒤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폐의약품 수거함이 설치된 약국 등을 찾아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된다. 또 약국·보건소·주민센터 등에 반환된 폐의약품도 우체국이 수거한다.  

폐의약품은 ‘생활계 유해폐기물’이다. 따라서 지정된 수거처에 버려 소각하지 않으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생태계를 교란할 뿐만 아니라 ‘슈퍼박테리아’를 만들 수도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6년 발간한 ‘위해 우려 의약물질의 생태 위해성 평가’에 따르면 서남아시아 독수리 개체수가 먹이에 남은 소염제 성분 ‘다이클로페낙’ 때문에 95% 이상 감소한 사례가 보고됐다. 또 캐나다 한 호수에 피임약 성분인 합성 에스트로젠을 3년간 저농도로 방류했더니 물고기가 제대로 번식하지 못한 실험 결과도 확인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남은 약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진이 2018년 최근 1년 사이 의약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매한 약을 전부 복용하지는 않았다는 응답자 589명 가운데 미사용한 약(949건)에 대해 쓰레기통·하수구·변기에 버리는 방식으로 처리했거나 처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55.2%(524건)에 달했다. 반면 약국·병원·보건소에 반환했다거나 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8%(76건)에 그쳤다.

2021년 기준 전국 약국(2만4389개)의 51.3%에 폐의약품 수거함이 설치돼있지만 폐기 방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셈이다.

지자체는 우체국을 통한 회수 체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올바른 폐의약품 폐기 문화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폐의약품 수거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농어촌의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또 약국에 모인 폐의약품을 지자체가 빨리 수거하지 않아 약국이 폐의약품을 받기 거부하는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폐의약품 수거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에서 우편서비스를 활용한 폐의약품 회수 체계를 시범 운영한 결과 폐의약품 수거량은 11.9t으로 전년(5.4t)과 견줘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폐의약품 수거에 든 비용은 2022년 용역비 2억5100만원에서 지난해 우편요금 1900만원으로 92.4% 가량 절감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의약품 수거량은 2017년 346t에서 2021년 415t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의약품 사용량을 고려하면 이는 극히 적은 양”이라며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우편서비스를 활용한 폐의약품 회수 체계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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